깨비의 인생2막 도전기
도시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경제성장 지표, 일자리, 인구수, 관광명소분포, 역사성등 여러가지 기준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은 브랜드, 혹은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이 된다.
'인문학의 힘'
그런데 '인문학'이라는 두 글자로 도시의 이미지가 각인된 지역이 우리사회에 몇군데나 있을까?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이 있는 안동? 아님 오죽헌이 있는 강릉? 전주 한옥마을?
풍류가 넘치는 남도 각지의 마을?
예술과 관광, 먹거리가 핫한 도시는 여럿 떠오른데 아직 우리네 기억속에는 '인문학'이란 세글자와 연결되는 도시를 선뜻 찾을 수 없는 것 같다.
'군사도시'
속초는 처음엔 내게 그렇게 다가온 도시였다.
군대생활을 그곳 인근에서 했던 것이 결정적 영향이었다. 속초 양양 간성 거진 대진 곳곳을 오르내리며 해안경계 근무를 했고 휴가나올때 복귀할때 속초는 출발점이자 귀착점이었다.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신혼여행도 설악산, 낙산등 동해안 일대로 갔다.
남들은 군대가 있는 곳으로는 오줌도 안눈다고 하던데...속초등 동해안 지역은 나에겐 제2의 고향처럼 포근함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바닷가 관광도시, 횟감등 수산물 먹을거리가 많은 도시'
결혼후에 숱하게 속초를 오가곤 했다. 동해안을 좋아하는데다 회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아내를 이끌고, 그리고 사랑하는 딸 누리가 우리를 찾아온 후엔 가족여행을 수도없이 다녀왔다.
그곳에 갈때마다 나는 군대시절에 얽힌 추억담을 쏟아내곤 했지만 아내와 누리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즐기다 올 장소였을 뿐이다.
"아빠. 이젠 속초는 지겨워 ~~"
어느날 누리가 한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갈때마다 들리는 곳이 뻔했기 때문이다. 바닷가에 여장을 풀고 어김없이 들르는 것이 대포항이다. 거기에서 회를 먹고 새우튀김등을 사오고...낙산 바닷가에서 해변을 거닐고..내 생각같아선 설악산에도 오르고 싶은데..산에 오르는 것을 그다지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아내탓에 엄두도 못내고..여기저기 다니다 그냥 돌아오는게 일상사였다.
"이번엔 내게 일정을 맡겨봐"
누리가 전격제안한다.
속초 모 리조트를 분양받은 선배덕분에, 그리고 올 한해 변변한 가족여행 못했다는 소리에 화를내던 그 선배의 강권에 못이겨 날짜를 잡았다. 딸아이는 이번 여정의 총연출 감독을 자기가 하겠다고 한다. 아빠의 식상함과 상상력 빈곤에 가족의 시간을 더이상 맡기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묻어난다.
이런 땐 어쩔도리가 없다.
아내도 무조건 누리편이라 두손 두발 다 들을 수 밖에 없다.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
돌아오는 길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초로 회를 먹지 않고 돌아왔으면서도 백프로이상 만족도를 높힌 여행''
그 한복판에 문우당 서점 방문이 있었다.
속초를 다녀와서 SNS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속초에 수십번 와봤고 근처에서 군대근무까지 한 내가 문우당을 몰랐다니. 딸아이 소개에 이끌려 들어간 문우당은 책향기로 가득해하다. 84년 5평공간에서 시작해 지금은 3만명의 회원이 있는 속초 시민사랑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가족당 1인으로 회원가입되는 것을 추산하면 실재 이용수는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 속초시 인구가 8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하다는 생각... 가족경영기업의 모델도 그렇고 공간 하나하나가 독자들과 마음을 나누려는 씀씀이가 느껴진다. 속초에 오게되면 꼭 들러봐야 할 명소를 알게되어 뿌듯하다. * 반려견 동반출입도 가능 > (녀석도 책 구경이 신기한듯 / 안고있다 촬영을 위해 잠시 내려놓음)
여러 사람이 댓글을 단다. 공통된 이야기가 자기들도 몰랐단다.
좋은 명소를 알려주어 고맙단다.
내가 사는 김포시도 50만이 되도록 문우당 같은 서점을 키우지 못했다.
김포의 역사성이 담겨있다는 '해동서적'을 변변히 키우지 못해 북변동 원도심 거리에 외롭게 간판이 서있을 뿐이다.
"어떻게 여기를 들를 생각을 했니?"
"아빠가 좋아할 것 같아서, 그리고 나도 한번 들러보고 싶어서 일정에 넣었지. 인터넷 검색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호평을 해서 말야"
문우당은 속초의 보석과도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구석구석에 방문객에 대한 배려가 있다. 반려견 동반 출입이 가능한 서점도 처음해보는 신기한 경험이다.
돋보기도 비치해놨다.
누가 선택해서 올려놓았는지는 몰라도 벽장 구석 구석 글귀 하나하나가 정감이 묻어난다.
작가의 방도 따로 꾸며놓았다.
책을 팔고 사는 곳을 넘어서는 문화나눔의 공간을 지향하는 느낌이 들었다.
헤밍웨이가 파리를 가리켜 했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파리가 호주머니속의 휴대용 축제와 같은 곳이란다.
사람들이 속초를 가리켜 저렇게 상상력이 풍부한 글귀를 남겨놓는 날이 언제 올까?
만일 그 날이 온다면 문우당의 존재는 그러한 동기부여의 자극제가 되고도 충분히 남음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속초는 문우당이 있어 행복한 도시다.
내가 속초에 다시와야 할 이유가 생겼다.
나는 속초를 다녀왔다는, 혹은 속초를 안다는 사람들에게 묻고싶다.
당신이 속초를 알아? 그 대답속에는 문우당이 꼭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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