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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비 Sep 13. 2023

쿠팡.휴식시간이 있나요?

-쿠팡물류센터 도전기 (6)


깨비

쿠팡엔 휴식시간이 있나요?

누가 물어본다면 선뜻 예스라고 답을 못할것 같다. 있긴 있어도 그 존재감이 너무 희미하기 때문이다.


밤 11시에 식사시간이 배정되었다. 식사시간은 한시간이다. 그 앞에 아이스크림 통도 비치돼 있어서 하나씩 먹을 수 있다. 음료수 캔도 3백원이면 챙길 수 있다. 쿠팡에선 타사와 비교되는 작업환경 장점요소로 이 사항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한 작업장 내에서 각 라인의 식사시간이 수십분 간격으로 차이가 있다. 식당규모의 문제려니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옆라인의 사람이 식사하러 빠지더라도 그 라인의 물품은 계속 내려온다. 아직 식사시간이 배정안된 부근 라인의 사람이 그 공백을 커버해 물품하차 작업을 대신해줘야 한다. 노동강도는 더 세질 수 밖에 없다. 


식사의 질은 그저 일반회사의 구내식당 수준이다.

"소세지는 하나만 가져가세요. 다른 사람 몫도 있잖아요"


한 사람이 메뉴판에 소세지를 두개 얹으려 했더니 식당직원이 타박을 한다.

그 사람은 머쓱한 모습으로 챙겼던 소세지 하나를 도로 내려놓는다.



식사시간 빼고 휴식시간은?

기억에 자정넘어 15분 정도 잠깐 주어진 것 같다. 이 시간에 휴게실까지 가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 메자닌 구조라 계단을 오르내리기엔 너무 층고가 높고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그렇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자니 그것도 대기시간이 부담이 된다. 결국 계단 벽에  몸을 기대고 물 몇모금을 들이켰다. 한증막이 따로 없다. 작업실이나 계단이나 더운 김이 훅훅 넘쳐나는 것은 다를 바가 없다. 여기저기 계단마다 쓰러지듯이 벽에 기댄 사람들이 눈에 띤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맨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15분이 이렇게 휙 지나가버렸다.



다시 작업라인에 복귀.

밀린 물량이 수북이 쌓여있다. 옆라인의 사람들이 거들어주긴 했지만 그 물량을 해소하려하니 암담하다.


가장 힘든 물품은 물, 음료수, 우유등 액체 박스다. 그 무게가 장난 아니다. 이것을 주문한 사람들이 밉기만 하다. 앞으로 이런 종류는 동네 수퍼에서 사야겠다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해보았다.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겼는데 물량은 그치질 않고 쏟아진다. 

뒷편에선 메가폰으로 작업독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들린다. 자주색 노랑색 파란색등 각종 작업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오가며 작업장을 독려하고 무언가 모니터에 입력하기도 한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현장 관리직원인듯 하다. 


그런데 무슨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다. 그저 웅웅거리는 소리로 밖에 안들린다. 유튜브에 올라온 어느 젊은 친구의 영상체험담을 봤더니 '어판장 소음' 같다고 하던데 그 비유가 참 적절하다.


물건 내리고 다시 뒷편에 적재하고, 팔레트가 없으면 가져다 놓고...등등의 작업과 다르게 가장 힘든게 랩으로 적재된 물품들을 통째로 감싸는 일이다. 허리를 숙여 장방형 네모난 적재물품들을 돌아가며 랩핑하는 작업이 다리에 부담을 이만저만 주는게 아니다. 


'뒷편 작업대에 두개라인에 한 사람 정도만이라도 지원해주면 좋을텐데'

이런 바램과 상관없이 일은 일대로 계속 진행된다.


목이 말랐다. 휴식시간에 차갑게 담아놓았던 물을 찾는다. 분명 옆자리에 놓아두었는데 안보인다. 찾아보니 작업대 구석 손이 닿을까말까한 곳에 데굴데굴 굴러가 있다. 그것을 꺼내는 것도 일이다. 몇모금 들이켰는데 물이 거의 온수가 되어있다. 뒷편에 비치돼있는 식수대에 가서 물을 보충하려 했더니 그쪽 물도 미지근하긴 마찬가지다.




새벽 두시정도를 넘기니 거의 신체에 감각이 없다.

그냥 무감각으로 허리를 굽혔다 폈다 동작을 반복한다. 물량이 밀려서 라인에 넘쳐나면 뒷편에서 사람이 달려와서 보조를 해준다. 여기저기 비닐포장된 가벼운 물품들이 바닥에 흩어져있다. 그 물품들을 하나하나 챙길 여유가 없다. 그렇게 3시를 넘겼을까? 막판 마무리 작업에 힘내자고 독려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이야기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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