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물류센터 도전기 (7)
쿠팡 물류센터는 24시간 가동되는 곳이다.
기계야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에게 적용했을땐 , 특히 심야작업에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새벽 2시가 지나면 무작정 달린다고 보면 된다. 휴식이고 뭐고 없다. 한여름밤 폭염은 열대야가 무색하다 할 정도로 작업장을 후끈하게 달군다. 사람들마다 쏟아내는 땀내음과 거친 호흡, 그리고 작업물량에서 쏟아내는 먼지들이 뒤범벅이 된다. 뒤에서는 끊임없이 작업독려 확성기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느낌으로 쉬지말고 일하라는 지시 정도로 알것 같다.
시계도 없고 핸드폰 휴대도 안되고..
실내는 시간이 정지된 곳과 같다. 그런 속에서 오르지 느낌 하나만으로 시간의 흐름을 예상할 뿐이다.
새벽이 언제오지? 새벽 4시가 도무지 올것 같지가 않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장기간 일하지? 1년 계약직으로 계약서에 사인한 행동이 참 배짱도 좋았다는 생각이 스친다. 석달째 일 한다는 옆 파트너 젊은 친구가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다른 파트는 일이 어떨까? '허브'라는 일이 무엇인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뛰어든게 참 무모했다는 느낌이다.
새벽 4시. 작업종료
파트너 젊은 친구와 전화번호, 이름을 교환했다. 앞으로 나를 형님이라 부르겠단다.
수고하셨다며 자판기에서 캔음료를 하나 뽑아 건네준다. 고마움을 전한뒤 대기버스에 올라탔다.
줄지어선 버스들중 김포행 글자를 확인하고 올라타 뒷편에 가 앉았는데 몸이 퍼질러지는 느낌이다.
눈이 감긴다.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창밖으로 여명이 밝아온다. 눈을 떠보니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여기저기 몸이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집문을 여니 아내와 딸이 놀라는 표정이다.
"아니..사람이 왜 이렇게 폭삭 늙어버렸어? 도대체 일을 어떻게 했길래?"
"이야기는 이따하고 일단 씻고 좀 누울게"
"......."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가는 거리가 5분이내 거리인데..그 거리가 그토록 멀리 느껴진 적이 없었다.
이른아침 출근길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터벅 터벅 걸어가는데...다리가 무겁기만 하다.
아마도 이때의 내 모습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마무리 장면과 비슷하지 않았을런지..
상어떼와 사투를 벌이고 고기 뼈만 매단채 돌아와 언덕위 집을 향해 터벅 터벅 힘겹게 걸어가던 노인의 모습...
아니다. 그것은 너무 낭만적인 생각이고..
나는 패잔병 그 자체였다. 나는 쿠팡에 완벽하게 패배한 것이다.
패잔병이 되어 너덜 너덜해진 나를 끌고가는 내 다리가 참 불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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