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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비 Sep 15. 2023

햄버거에 진심이 담겨있더라

속초 양지바른버거 탐방기

깨비


속초가서 햄버거 가게에 들른다?

그것도 맥도날드  롯데리아 같은데가 아니고 속초에만 있는 토속 햄버거를?


나는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내와 누리는 다르다.


국밥이나 얼큰 찌개를 좋아하는 나와 달리 맛의 경계를 동서양 구분없이 넘나든다.

으례히 속초에 가면 횟집 들르는 것은 기본이었다.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누리가 주도적으로 짠 일정은 중앙시장 반찬가게, 팥빙수, 대구탕집, 중국음식점, 거기에 서점까지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런데 한결같이 가성비, 조건 만족도 백프로였다.




그런데 여기에 아내가 결정적 한방을 날렸다.

속초에 진심 햄버거 집이 있단다. 처음엔 이름이 '진심'인줄 알았다.

쉑쉑버거 매니아인 아내가 침이 마르도록 가보고 싶어하는 햄버거 가게가 궁금했다.


그렇게 양지바른 버거를 알게됐다.


"당신, 여기를 어떻게 알게됐어?"

유튜브  '설악산 9 DOGS' 를 통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설악산 인근에서 아홉 반려견을 데리고 사는 남성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이다. 아내는 틈만나면 이 방송을 즐겨듣는다. 나까지 무단가입 시켜서 틈틈히 알고리즘에 뜰 정도로 나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아내의 설명이 재밌다. 그 사람이 미국에서 살다 온 전직 골프강사인데  '양지바른 햄버거엔 진심이 있다'고 했단다. 햄버거 본 고장에서 살다 온 사람이 인정할 정도면 말해 무엇하냐는 것이다.




속초를 떠나오기전 밑져야 본전이지 라는 마음으로 네비게이션속 여성이 가르쳐주는 길을 따라 영랑호 근처 주소로 찾아갔다. 


우와 ! 일단 바닷가 해변을 바로 끼고 있는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젊은 층들이 많이 있다. 반려견도 동반 출입이 허락된다.



누리가 클래식버거를 포장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실내을 둘러보니 일단 정갈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다.

햄버거 하면 패스트 푸드 대표음식이고 그것을 파는 매장은 분위기가 시끄럽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 나오고 여기저기서 주문하고 받는 소리가 들리고 손님에게 주문한 음식 나왔다고 호명하는 직원들의 소리등...좋게 말하면 활력이 넘치고 다르게 말하면 편히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양지바른 버거는 그냥 편안한 분위기였다. 대기하는 손님들이나 준비하는 직원들이나 넉넉하고 여유있게 바닷가 경치를 감상하며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이윽고 포장주문한 클래식 버거가 나왔다.


맛이 어떻냐고요?

햄버거와 담을 지고 살고 싶어하는 내가 반할 정도였으면  말 다했죠.


진짜로 진심이 담겨져있었다.

향과 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육즙이 넘쳐났다.

가성비 또한 괜찮았다.

서울의 강남 한복판에서 비싼 돈주고 먹는 햄버거와는 질이 달랐다.



"자기야..우리 동네에는 왜 양지바른 버거 분점이 없을까? 지점하나 내달라고 부탁하면 안될까?"

아내가 돌아오는 길에 한 말이다.


"우리 다음주에 또 갈까?"

아내는 속초가 이웃집 옆동네라도 되는듯 말한다. 그런데 얼굴 표정을 보니 되게 진지하다.


햄버거 하나로 김포 아낙네를 동해안까지 끌어들이는 양지바른 버거가 미우면서도 고맙다.

그러면서도 속초 바닷가와 결합이 되었기에 양지바른 버거가 탄생했을거라는 생각이 스친다.


누리의 촘촘한 스케줄, 그리고 아내의 양지바른 홈런 한방에 이번 속초여행은 남다른 기억으로 남게 될것 같다. 그리고 속초에 들를때마다 꼭 가봐야 하는 명소가 우리가족의 기억속 양지바른 곳에 깊숙히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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