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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노 Oct 24. 2016

뮤지컬 The Book of Mormon

Eugene O’Neill Theatre in NY

종교는 평화와 화합의 장이 되는 만큼이나 갈등과 논쟁의 원인이 되는 불쏘시개 같은 주제 거리다. 각 종교들의 가르침은 그 대상이 자신들의 절대자를 향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더더욱 다른 신앙을 인정하지 못하고 배척하는 극화 현상이 나타난다. 다른 절대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절대자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종교가 이렇게 민감한 주제이기는 해도 그렇다고 금기시되어야 할 부분은 아니다. 오히려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작품의 소재로까지 활용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캣츠, 시카고, 오페라의 유령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이 걸려있는 브로드웨이에서 독보적인 개성을 뽐내고 있는 뮤지컬이 있으니, 몰몬교를 주제로 한 The Book of Mormon(더 북 오브 몰몬)이다.

The Book of Mormon 사운드 트랙의 첫 번째 수록곡 <Hello!>의 2012년 토니상 축하공연 영상이다. 영상에서처럼 몰몬교는 실제로 흰 셔츠에 검정 넥타이를 맨 Elder 신분의 전도사들이 가정집을 방문해서 자신들의 성경(the Book of Mormon)을 주고 교리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전도한다. <Hello!>는 뮤지컬 특유의 경쾌한 합창에 The Book of Mormon만의 풍자적인 가사 (Hello를 중복시켜서 HELL-o로 들리게 하거나 웃으며 ‘burn in hell~’이라고 하는 등)가 잘 어우러져 있다. The Book of Mormon은 시종일관 이런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뮤지컬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 두 가지를 뽑아보면 ‘몰몬교’와 ‘풍자’다.

 

이 작품은 몰몬교(혹은 후기 성도 교회)를 메인으로 풍자하는 동시에, 배타적 종교관과 동성애까지 웃음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내용 중에는 반지의 제왕의 모르도르부터 히틀러와 칭기즈 칸,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이자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O.J. 심슨에게 무죄 선고를 이끌어낸 변호사까지 나오고, 신에게 엿을 날리거나 Jesus가 선교사인 주인공에게 ‘You’re a DICK!’이라는 대사를 내뱉는 등 성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파격적인 내용의 뮤지컬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제작자들이 블랙 코미디 애니메이션의 최고봉인 ‘사우스 파크(South Park)’의 트레이 파커(Trey Parker)와 맷 스톤(Matt Stone)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예능 PD였던 신원호 PD가 드라마 장르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든 것과 유사하달까? The Book of Mormon은 애니메이션의 풍자적 요소가 뮤지컬의 희극적 요소를 만나 훌륭한 크로스오버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에는 절대로 들어오지 못할 것 같은 이 뮤지컬은 2011년 초연 이후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애초에 뉴욕에서는 [헤드윅 Hedwig]을 보고 싶었으나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오리지널 공연 팀이 투어를 떠났을 때였고, 차선책이었던 [스쿨 오브 락 School of Rock]은 아직 초연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알아보다가 눈에 들어온 작품이 바로 The Book of Mormon이었는데, 공연을 더 잘 관람하기 위해 OST를 들으면서 가사를 공부할수록 기대감이 높아졌고 또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시카고, 캣츠, 레미제라블같이 유명한 작품들은 이미 영화 버전이 있고(물론 실제로 보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헤드윅과 스쿨 오브 락은 영화가 원작이지만 북 오브 몰몬은 오로지 뮤지컬로만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The Book of Mormon은 더더욱 그렇지만, 모르는 뮤지컬을 처음 관람할 때는 사운드 트랙을 몇 번 정도는 들어보고 가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특히나 원어 작품은 유명한 트랙 몇 곡이라도 꼭 들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사에 내용이 담겨 진행되는 극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알 수 없고 The Book of Mormon의 경우 중간중간 나오는 풍자 요소를 캐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추천하는 곡들은 <Hello!> <Hasa Diga Eebowai> <Sal Tlay Ka Siti> <Spooky Mormon Hell Dream> <I Believe> <Baptize Me> <Tomorrow Is a Latter Day> 정도이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던 작품이었는데, 막상 실제로 봤을 때는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 물론 스토리와 분장 등은 말할 것 없이 좋았다. 그런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배우들의 노래가…… 상당히 실망이었다. 유튜브에서 OST를 들어보면 오리지널 배우들이 스튜디오에서 베스트 컨디션으로 녹음을 했기 때문에 성량이 정말 풍부한데, 실제 공연에서는 배우들의 목소리가 공연장을 채우질 못했다. 차라리 마이크라도 달았다면 좋았으련만, 육성만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기에는 너무 부족했고 그래서 노래에 담겨서 전해져야 하는 감정이 제대로 전달 되질 않았다. 그렇다고 극장 규모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었다. 조금 강하게 표현하자면 배우들에게 작품이 아까웠다. (물론 필자가 공연을 본 당일에만 그랬을 수도 있다)


웃음 포인트나 음악을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여담이지만 The Book of Mormon이 2017년에 나왔다면 분명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풍자도 들어있지 않았을까?

종교라는 무거운 주제이지만 무게감을 줄이고 체급을 낮춰 한바탕 웃을 수 있게 만든 작품이니만큼 뮤지컬 버전으로도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길 기대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관람에서 가장 중요한 티켓 가격과 할인권 예매 방법은 다음 포스트에서 정리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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