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나 런던에 가는 여행자들 중에는 뮤지컬을 보면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려고 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뮤지컬 티켓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가 않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티켓을 사려면 하루치 경비를 쏟아부어야 할 수도 있다. The Book of Mormon을 예로 들면, 2층 메자닌(Mezzanine) 가장 뒤에 있는 저렴한 좌석이 118-134달러고, 가장 좋은 자리는 422-478달러다. 뉴욕의 소비세 8%를 붙이면 기본적으로 150달러는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여러 극장들은 다양한 할인 제도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Rush Ticket, Standing Ticket, 그리고 Lottery Ticket이 있다. 앞의 두 가지 방법들은 시간을 희생해서 티켓을 저렴하게 사는 방법이니 본인이 부지런하거나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도전해 볼 만하다.
Rush Ticket은 아침 일찍 타임스퀘어 가운데에 있는 TKTS에서 한정 수량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보통 가장 앞자리인 경우가 많다. 알아두어야 할 점은 어느 작품의 티켓이 얼마나 풀리는지가 매일 다르다는 것이다. 막상 일찍 가보아도 본인이 보고 싶은 작품은 티켓이 나오지 않거나 매진되어 있을 수도 있다. The Book of Mormon은 Rush Ticket 제도가 없고 Standing Room과 Lottery를 시행하고 있어서 애초에 선택 사항이 아니었는데, 구글링을 해보면 전반적인 팁들을 얻을 수 있다.
Standing Room은 1층 좌석 뒤 쪽에 있는 복도에 서서 작품을 관람하는 방식인데, 매일 약 20~30장의 티켓을 선착순 방식으로 판매한다. 가격은 장당 27달러고 1인 1매씩만 구매할 수 있다. 8시 공연이라고 하면 2시간 30분 전인 5시 반부터 판매를 시작하는데, 문제는 언제쯤 줄이 만들어져서 인원이 찰지 모른다는 것이다. 구글링을 해보아도 ‘언제쯤 서야 한다’라고 명시적으로 나와있는 건 없었고 ‘나는 몇 시에 갔는데 성공했다’라는 말들 밖에 찾을 수가 없었다.
필자는 2시간 전인 3시 30분에 극장 앞에 갔다. 그런데 웬걸, 줄은 어디에도 없었고 필자가 가장 먼저 도착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썰렁해서 티켓 판매처에 스탠딩 티켓은 어디에 줄을 서면 되냐고 물어보고 나서야 자리를 잡았다. 10분쯤 지나자 한 커플이 왔고 세 명이서 한 시간 정도 수다를 떨다 보니 조금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비수기인 11월에서도 평일이었어서 줄이 더 늦게 차지 않았나 싶은데, 여름 성수기와 주말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결국 1등으로 티켓을 구매했다. 티켓 가격은 27달러로 세금을 포함해서 30달러가 되지 않았다. 보고 싶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이렇게 저렴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꼭 보고 싶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기다린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The Book of Mormon 같은 희곡 뮤지컬은 노래와 분위기가 신나기 때문에 서서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줄을 설 때와 공연 러닝타임을 포함해 몇 시간 내내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은 필수다. 필자와 함께 서서 기다리던 그 커플은 Lottery에 당첨되어서 Standing이 아니라 더 좋은 자리로 갔다.
Lottery는 쉽게 말해 로또다. 스탠딩 티켓을 팔기 전 5시부터 응모가 시작되는데, 쪽지에 이름과 출신 지역, 그리고 인원을 적어서 박스에 담는다. 아무나 응모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너도나도 응모한다. 아무 계획 없이 혹시나 하고 참여했다가 당첨이 되어서 그 날 저녁에 근사한 자리에서 뮤지컬을 보는 행운을 만날 수도 있다. 필자의 뒤에 있던 커플은 두 번째로 이름이 호명되었고, 같이 기다린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인사도 없이 떠나버렸다. 보통 10팀 정도를 뽑는데 “From Los Angeles~” 식으로 지역명을 먼저 불러서 긴장감을 준다. 당일에도 실제로 “From South Korea~”가 두 번이나 나왔는데 두 번 모두 필자가 아니라 다른 한국인들이 당첨되었다. 로터리 티켓에 당첨되면 2층 측면에 있는 Box라는 독립적인 공간에서 작품을 볼 수 있다. 티켓은 약 30~40달러 정도다.
위의 방식들이 대표적인 할인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다만 브로드웨이에 있는 각 작품별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 다르니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개별적으로 정책을 확인해보는 건 필수다.
어느 방식이든 티켓 구매 시에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여권을 꼭 지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