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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노 Dec 15. 2016

맨해튼을 정복한 퓨전한식 푸드트럭

Korilla BBQ in NY

살인적인 물가와 바쁜 사람들로 유명한 뉴욕은 그래서인지 푸드트럭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음식도 금방 나오기 때문에 바쁜 점심시간에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인 것. 수많은 푸드트럭 중에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푸드트럭이 몇 개 있는데, 그중에서도 퓨전 한식으로 맨해튼을 정복한 푸드트럭이 있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어떤 음식으로 입맛 까다로운 뉴요커들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해서 방문하게 된 곳이 바로 Korilla BBQ다. Korilla는 푸드트럭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정식 매장도 운영하면서 매일매일 다른 장소로 푸드트럭을 보내고 있다. 푸드트럭이 뜨는 위치는 SNS로 알려지는데(보통 트위터), 늦은 점심시간에 가면 재료가 떨어질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기 때문에 소호 옆 쪽에 있던 매장을 방문했다. 건물 전체를 Korilla의 시그니처 문양으로 칠해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직접 갔을 때는 색이 조금 바래 있었다) 코릴라라고 하면 고릴라가 연상되지만 사실 코릴라의 모든 디자인 모티브는 호랑이다. 식사 시간이 지나서 사람은 많지 않았고, 그래서 여유 있게 메뉴를 살펴볼 수 있었다.

주문은 치폴레(Chipotle)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부리또 / 타코 / 부리또 보울(이제 Chosun Bowl로 이름이 바뀐 것 같다) 중 어떤 식으로 먹을 것인지를 정하고 고기와 밥, 사이드 메뉴를 말해주면 스태프가 퍼 주는 방식이었다. 고기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있었고, 밥에는 그냥 밥과 잡곡밥, 김치볶음밥이 있었으며, 사이드에는 오이김치, 배추김치, 콩나물 등 다양한 한국 반찬과 감자 샐러드, 치즈 같은 일반적인 사이드 메뉴가 있었다. 오이김치 같은 토종 한국 반찬을 미국 사람들이 좋아할 줄이야. 정말 의외였다. 사실 고기나 김치볶음밥보다도 이 반찬들이 너무 반가웠다. 몇 개월 동안 미국에 적응한답시고 제대로 된 한식을 먹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에 달달하게 만든 비빔 고추장을 뿌려주는 식이다. 달큰한 고추장은 외국인들이 좋아할 것 같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모든 맛을 초고추장 맛으로 만들어버려서 아쉬웠다. 옆에 따로 뿌려달라고 할 걸. 

가격도 10불 내외로 적당했다. 원화로 바꾸어보면 10불이 넉넉잡아 12,000원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 물가를 생각하면 점심에 12,000원짜리 메뉴를 먹는 게 비싸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물가가 비싼, 그리고 메뉴판에 적힌 가격에 세금을 따로 계산하고 팁까지 주는 것이 일반적인 미국에서는 10달러 이하 메뉴면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지난 포스팅 중에 또 다른 유명 푸드 트럭인 할랄 가이즈(Halal Guys)를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최근 이태원에 매장을 연 할랄 가이즈의 음식 가격이 8,900원에서 11,900 정도에 형성되어 있다. 뉴욕에서는 분명 저렴한 메뉴였는데 원화로 바꿔놓으니 저렴하지는 않아 보이는 이유는 뭘까...

나는 멕시칸 푸드는 좋아하지만 타코는 잘 먹지 않는다. 타코는 먹다 보면 안에 있는 재료가 빠져나오고 떨어져서 먹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반면 부리또는 재료가 떨어질 위험도 없고 포장을 조금씩 벗겨가면서 먹는 재미도 있다. 부리또 보울은 말 그대로 그릇에 담아주니까 좋고.


매장 내에는 앉을 수 있는 좌석도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먹을 수 있었다. 숙소의 체크인 시간은 오후 3~4시였는데 아침 일찍 뉴욕에 도착해서 무거운 가방을 메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중이라 Korilla에서 정리를 하면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매장에서는 사장님 혹은 매니저로 보이는 분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배달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이제 겨울이 오니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밖에서 사 먹지 않을 테고(뉴욕의 겨울은 무지막지하게 추우니까)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배달을 준비하는 듯했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푸드플라이 같은 업체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도 푸드트럭이 점차 활성화되고는 있지만, 아쉬운 점은 푸드트럭들이 독자적으로 상권을 형성해서 운영한다기보다는 행사나 특정 이벤트가 열릴 때 주최 측에서 푸드트럭들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서 자본에 끌려다닌다는 것이다. 반면 뉴욕의 푸드트럭들은 각각의 푸드트럭이 하나의 브랜드로 취급될 정도로 독립적이고 마니아층도 두텁다. 그렇다고 이러한 상황이 푸드트럭에 대한 규제가 약해서 야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신고와 영업 허가 같은 행정적인 절차부터 시작해서 위생과 조리 방법까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보통 규제를 완화할수록 자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뉴욕의 푸드트럭 생태계는 높은 수준의 법규와 규칙을 지키면서도 젊고 트렌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푸드트럭 문화도 이제 태동기를 거쳐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필요한 규제와 최대한의 자유 모두를 보여주는 모습을 기대한다.


이미지 출처

- Korilla BBQ website
- Zagat 'First Look: Korilla BBQ Goes Brick-and-Mortar in the East Vill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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