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이 서울을 원하는데 같은 전략으로 내가 서울에 남을 가능성은 몇 %
신입 연수의 마지막 날, 이제 곧 부서 배치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다.
식당의 분위기는 평소와 미묘하게 달랐다.
얼굴이 굳어진 채 긴장하는 친구들은 오히려 정상적으로 보였다.
긴장감을 감추기 위해 평소보다 수다스러운 친구들을 보며 더 높은 긴장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이 분위기도 강당에 들어가는 순간 정적으로 바뀌었다.
본사(전략, 마케팅, 인사), 방카슈랑스, 기업영업, 개인영업(소장), 손해사정(장기, 자동차) 등 많은 부서가 있었지만 가장 기피되고 있는 것은 손해사정 자동차였다. 가고 싶었던 인사에는 이미 내정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기업영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내심 바라고 있었다. 난 인턴 때 장그래처럼 발표도 한 성골인 데다가, 신입사원 회장도 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난 남자 중 가장 어렸고, 시험을 잘 치지 못한 불안감도 떠나보낼 수 없었다.
사령장을 앞에 든 상무님이 내 앞에 설 때는 웃으려 했지만 오히려 예전 교통사고 났던 허리에서 작은 발작적인 경련이 있었다. 허리가 예견한 듯 사령장에는 “대인손해사정(자동차)”이라고 적혀있었다. 실망은 했지만, 해당 부서에서 인턴을 하며 느꼈던 장점을 생각하며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사무실에 갇혀 있지 않아도 된다. 모두들 차를 탄다. 오전 출근 후 각자 담당하는 병원을 다니며 자유롭게 일한다. 다른 부서에 비해 수당이 많다. 등등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부서 배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상으로 배치된 15명의 인력은 청량리 삼성화재 사옥으로 옮겨 보상업무에 대한 교육을 한 달간 받은 후 팀이 배정되는 것이었다. 이미 작은 실패를 경험한 나는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각 팀에 대한 TO 소문이 난 것이다. 대부분이 서울을 지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 TO는 2명, 내 고향인 대구에는 이미 대구에서 살고 있는 2명이 예정된 상황이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난 연고가 없는 지역으로 배치받을 가능성이 컸다. 앞에 작은 성취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출근하고 최선을 다해 시험을 보았다.
부서 배치 전 최종 인사팀 상담이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친구들이 상담 전에 말하는 것들이 들렸다. “난 서울 보내달라고 할 거야. 그래도 안 되면 지방으로 보내달라고 해야지.”
그때 머리를 탕! 치는 것이 생각났다.
모두 저렇게 말하면, 인사팀장님이 얼마나 곤란하실까?
난 반대로 말해야겠다.
예상대로 인사팀장님은 피곤한 표정이셨고, 예의하듯 질문을 하셨다.
“어느 지역으로 가고 싶나?”
진심을 담은 미소를 지으며 “회사가 결정하는 데로 따르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인사팀장님과 옆에 앉아있던 대리님이 자리를 고쳐 않으시며 웃으셨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어느 자리에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도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결혼을 약속한 친구와 서울에서 지내고 싶어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서울이며, 두 번째로 가고 싶은 것은 부모님이 계신 대구입니다. 참조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후에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다만 나갈 때까지 미소가 없어지지 않은 분위기만 남았을 뿐이다.
서울 광진구와 성동구를 담당하는 팀으로 발령이 났다.
소문은 사실이었고, 서울에 배치받은 사람은 2명뿐이었다.
교육 마지막 날 회식에 인사팀장님이 오셨다.
술이 오가고 조금 취하신 팀장님이 나를 호출하셨다.
“너 정말 말 이쁘게 하더라. 원래대로라면 넌 지방으로 배치받았어야 하는데....... 넌 내가 키워줄게. 한 잔 받아.” 그 간의 노력이 인정받은 느낌에 그 날은 주는 술 다 받으며 활짝 활짝 웃고 있었다.
작은 성취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면 그 보다 좋은 것은 없다.
하지만 그 성취에 취해서 앞을 바로 보지 못한다면 난 다시 늪에 들어가는 상황이 된다. 내가 입사한 곳은 “삼성화재”이지만 내가 일하는 곳은 “삼성화재 자동차보상 수도권 보상의 광진 대인팀”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입사는 삼성화재를 결정하고 입사 후 교육은 그 뒤의 단어들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