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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Jul 07. 2024

이번주 난 도대체 무슨 일을 했을까?

비 오는 날 7월 첫째 주 회고! 

요즘 내가 현실적으로 많이 하는 고민은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이 맞나?'. '이런 일로 시간을 쌓으면, 다음에 난 어떻게 될까?' , '결혼하고, 남들처럼 가정을 만들어야 할까?' , '이렇게 계속 혼자 사는 게 맞을까?' 등의 미래에 대한 고민인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너무 많이 해서일까? 결국 현실, 즉 지금 살아가고 있는 나에 대한 바라봄은 없다. 


<일상>

목요일은 에어컨 설치 기사가 우리 집을 방문했고, 금요일에는 에어컨 청소 기사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 한 달을 질질 끌었던, 일이 드디어 끝났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건강을 위해 배송 주문해 둔 야채들이 냉장고에서 고스란히 섞고 있었다. '하, 일상이 이런데, 무슨 회사람... ' 다시 내 일상은 주와 객이 전도 됐다. 이번주에 내가 들이킨 맥주가 대략 3캔 하고 한잔 정도 되는데,... 모두 다... 지금 현실이 어이없음에 오는 한탄과 함께 맥주를 목구녕으로 아주 쑤셔 넣었다. 물론, 4월 15일에 이사 와서 아직 정리하지 못한 짐들은 방 한편에 여전히 고스란히 있다.


<회사>

난 이번주부터 전화 영어를 시작했다. 해외 매체사와 소통하고, 내부 구성원들의 역량 증진을 위해... 해외 매체의 매체설명회를 주관해야 해서,... 영어를 할 수 있어야 했다. 매일 밤 10시 50분에 영어 선생님과 20분 정도 전화 영어를 한다. 선생님들과 대화하면서 넷플릭스, 티빙 등을 돌아다니며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은 조금 줄었다. 올해부터 바뀐 업무와 말도 안 되는 환경 속에서 난 노력이란 걸 하고 있다. 전화영어 3개월 - 40만 원이라는 수강료를 결제하고 회사의 지원을 받기 위한 상신을 올렸다. 내가 올린 상신을 본 팀장 반응이 가관이었는데, 그는 내게 정확하게 이렇게 표현했다. '영어 마스터 하면 회사 생활 수명 늘어나겠네요. 파이팅!!' 나는 그의 메시지를 읽는 순간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이게 미쳤나!!!!!! 


구질 구질해서 딱히 내가 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하고 싶지 않아 졌다.


<심리>

나는 이번주 금요일. 오후 5시에 일찍 퇴근하고... 사내 상담을 받기 위해 상담선생님이 계신 방으로 향했다. 6개월이 지나도 업무 정착이 되지 않고, 팀장 본인 상관의 지시를 내게 전달하지 않아, 팀장과 팀장 상관 사이에서 바보가 되고 있는 내 생황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팀장님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도대체 어쩌란 거죠! 제가 이번 달부터 작정하고 팀 미팅을 하고 있는데,.... 저한테 말씀 안 하신 사태들이 너무 많아요. 이제야 이런 것들을 발견하고 있다고요. 팀이 생긴 지 6개월이 지났는데... 저한테 아무 말을 안 했다고요. 진짜 미치지 않고서는... 6개월이 지났는데, 팀원인 제가 우리 팀이 해야 하는 일과 역할에 대해서 발견이란 걸 하고 있는 게 말이 되나요?' 그리고, '늘 늦어요. 늘 닥쳐서 뭔가를 해야 해요. 의사결정이 늦다고요.... 맨날 전 기다리기만 하고 있어요! 미치겠어요' , '뭘 하자고 하면 다 냉소적이에요. 소극적이고, 제가 제안을 하면 죄다 상관에게 보고를 안 해요. 보고를 안 하고,... 보고 자체를 미뤄요! 진짜로... 내 이야기를 들은 상담선생님의 대답은 이러했다. 


혹시, 팀장님이 좀... 우울증에 빠진 건 아닐까요?... 


상담 선생님의 답변을 듣고,... 그의 태도와 말 그리고 행동 그 모든 것이 조금은 이해는 됐다. 메일 수신이 늦고, 의사 결정이 늦다.  업무 지시에 논리성이 없다. 본인 상관의 업무 지시를 처리하지 못하거나 전달하지 못한다. (만약 그가 우울증이라면,... 인지가 안 되거나...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지금 현재 나의 팀장님이 우울증이라면, 이해는 된다. 하.... 


<휴식>

주말이다. 최근 내 마음속에 들끓고 있는 욕망은 '떠나고 싶다.' 단지 그 마음뿐. 회사와 단절이란 걸 되고 싶다. 난 늘 내 기준에서, 혹은 내 입장에서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리더를 앞으로도 계속 만날 것이다. 나를 부하직원으로 두는 그들 또한,... 나에 대해 불만족할 것이다. 이직을 하더라도 사람은 언제나 문제가 될 것이다. 사람이 문제가 되지 않는 곳은 없으니까! 회사와 관계된 그 모든 것들과 사실 나는 단절되고 싶다. 


토요일 

: 귀찮지만,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냉장고에 양파와 대파는 없었다. 양파와 대파가 없는 냉장고는 34년 인생 역사상 정말 드문 일이라 살짝 당황스러웠다. 네일숍에 가서 손젤과 발젤을 했다. 샌들을 샀다. 나름의 여름 준비를 했다. 아침 9시 30분 헬스장에 가서  PT 수업을 했다. 요 며칠 회사일로 머리가 무척 복잡했는데, 그런 낌새를 눈치챈 나의 담당 트레이너는 넌지시 나의 회사 생활에 대해 물어봐 줬다. '진짜 걱정된다고... '.... 


걱정되는 상황인 거 맞다. 팀장이 일주일간 휴가를 쓰고 사라진 그 시점. 휴가 전 팀이 없어질 수 도 있다는 말을 꺼내고 그가 사라진 그 자리에서 나는 광활한 광야에 지붕 없는, 가벽만 간신히 세워진, 매우 큰 집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그때 즈음, 나는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퇴근을 해도 긴장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주말이면,... 회사 생각에 자주 휩쓸렸다. 


누가 보면,... 연봉 1 억인줄 알겠다만,... 


일요일 

: 목욕탕 세신, 독서, 낮잠, 건강한 음식, 카페, 커피, 케익

5시 30분,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집 밖을 나와 소리 지르는 소리에 잠을 깼다.... (너무 오래 사는 것도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빌라 주변에 80대 90대의 노인들이 많다.... 그들을 보며 나는 노년의 나를 상상하곤 한다. 오래 사는 게 마냥 좋지많은 않은 것 같다. 잠을 뒤척이다가 물 한잔 먹고 6시 다시 침대에 누웠다. 단잠을 잤다. 8시 30분 일어나 삶은 계란과 요구르트, 골드 키위 1개를 먹었다. (골드 키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외국 과일 중 하나이다.) 아침을 먹고... 밀린 설거지와 빨래, 물걸레질을 하고,... 짐을 챙겨 목욕탕으로 갔다. 2시간 남짓 시원하게 때를 밀었다. 집으로 돌아와 시장에서 구입한 콩물을 꺼내어,... 오이를 채 썰어 토마토를 곁들여 먹었다. 나름의 비건 식단이랄까! 그리곤, 오후 2시쯤 침대로 들어가 15분 정도 낮잠을 청했다. 낮잠에서 빠져나온 나는 짐을 또 챙겨 집을 나갔다. 6만 5천 원 정도 주고 50시간 독서실을 끓어 놓았는데,... 독서실을 갈까? 하다가 방향을 틀었다. 카페로 향했다. 이번주 주말은 커피를 끓겠노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던 시폰케이크를 놓치기 싫어, 아메리카노와 시폰 케이크를 주문했다. 그리고, 케이크와 아메리카노를 야금야금 먹으며, 독서를 했다. 


팀 이동을 해도, 내 삶은 정리 되지 않은 옷장인 것 만 같다. 이 지저분한 회사를 떠나는게 맞는 걸까? 나는 또 그 고민을 하고 있다. 이렇게 사는게 맞는 걸까? 하는 고민에서 벗어나, 난 그저 푸른 여름 바다를 보러 떠나버리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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