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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Jul 13. 2024

퇴사하고 싶다. 가 아니라 난 멈추고 싶다.

양양 바다 나들이 1편

이번주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회사는 여전히 난잡스럽다. 월요일 팀 리더와 다시 2시간 정도 대화를했던 것 같다. 주제는 “매출 없는 부서에서 신규 인원 충원 받기가 힘들었다는 것과… 앞으로 더 노력하셔야 한다는 것과. …” 이 생키가… 누가 모르냐!!!! 아니… 그리고 매출 자체가 안나오는 부서로 인사 이동 시킨건 회사지. … 내가 아냐…… 매출 이야기 좀 그만해. 매출이 그렇게 중하면 골프라운딩 교육을 보내주던가!!!


골프 배워서, 내가 골프 라운딩이라도 뛰고… 영업해서 올께… 하!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한 내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진짜 회사야. 아니면 그냥… 조기 리더 교육이라는 가정이라도 깔던가… 어차피 리더가 되면 별 똘 다 볼테고… 상황에 대한 유연성이 필요하고 앤간한 일들은 다 해야 하니… 미리 미리 교육 시키는 거라고 공표를 해주시던가…. 하…


그의 여러가지 아무말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도 회사 상황 잘 압니다. 팀리더가 원하는 액셀 업무,… 한달에 태워지는 광고비만 몇 백억이지요… 그 매출을 한 땀, 한 땀 정리하는 그 업무 해야하고, 임원님이 원하시는 리포트 업무… 뉴스 이슈 요약, 주요 이슈 여러장 정리, 신규 미디어 소개 etc… “


팀리더의 니즈를 충족하면서, 임원님의 니즈도 충족해야 하는 그런거 이건 제 입장이구요. 진짜 저도 미치겠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매체설명회, 수 많은 미팅, 그 많은 것들이… 미치겠네요. ㅎㅎ. 두 분 니즈 충족 못 시켜 드리면 전 퇴사할 생각입니다.


“저는 기울어진 테이블에서 협의 하지 않습니다. 현재 저에게 협상 카드는 단 한 장도 없어요!”


the end.


그리고 나는 떠나버렸다. 강원도 양양으로. … 양양으로 떠나는 날 아침 나는 아주 터져 버렸다. 아침 댓 바람 부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양양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온 종일 울었고, 호텔에서도 계속 울었다. 눈물이 소리 없이 계속 흘렀다. 호텔 방에서 울다가 지쳐 잠시 잠들거나, 배고파서 회는 먹어야 겠어서, 호텔 앞 횟집에서 회를 떠와 저녁을 먹고, 바다로 나가 밤바다를 한 참 바라봤다. 고요하고 편안해 보이는 밤바다 였다. 샌들을 벗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었다. 기분이 좋았다. 걷고 또 걸으며… 나는 내 마음 속에서 단 하나의 단어를 들었던 것 같다. 멈추고 싶다. 멈추고 싶어! 맞다. 하나 밖에 없는 팀원이 퇴사 한다고 했을 때, 그 때도 연차를 쓰고 난 양양 앞바다로 왔다. 그 때 나는. ‘퇴사하여, 이직하는 그녀가 부러웠다. 그리고, 나도 퇴사 하고 싶다.’ 라고 생각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난 멈추고 싶다. 내 지인들 몇 몇이 혀를 내두르는 업무 환경에 또 처해 있다. 그런데 이런 환경을 개선해 줄 수 있는 사람은 팀장… 임원도 아닌 것 같다.


빨려 들어 갈 것 같은 검은 바다를 보면서, 나는 인생이 부질 없음을 느낀다. 이 또한 한낮 꿈으로 기억 될 것이고, 저 바다가 지구에 존재했던 시간에 비해 내가 가진 수명이라는 시간은 미미하다. 모든 인간은 다 죽는다. 이런 넌잡스럽고, 구질 구질한 일상들에 대해… 이런 구차함을 끝내려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스스로 목숨을 끓음. 류의 다소 극단적인 선택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 처럼 그렇게 심도 깊은 고민과 고찰의 절차로 이루어 지는 어떤 형태는 아닌 것 같다.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그리고 직관적인 솔직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낮설지만 익숙한 갈망이 죽음일 것 같다.


(중략)

1시간이었나? … 호텔 방으로 다시 터덜 터덜 돌아왔다. 갑자기 바다로 뛰어들어서 생을 마감한다거나 하는 극단적 충동은 내게 없다. 극단적 충동에도 충만한 애너지가 필요하지만, 내게 그런 근원적이며 위대한 애너지는 없다.


호텔 방 문을 열고, 침대에 주저 앉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 영어 선생님이었다… 하! 오늘… 수업 취소하려고 했는데,!!! 나는 한 숨을 쉬고 전화 영어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고 20분간 영어로 대화를 시작 했다. 너무 힘들다. … 호텔 방에서 나는 쉬이 잠들지 못하고 새벽이 되어서야 간신히 잠에 빠졌다.


다음날 아침. 숲이 보이는 호텔 방의 커텐을 걷었다. 우중의 숲이 나를 반겼다. 숲…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나뭇잎들… 그리고 물방울들… 모두 안녕! 정말 오래만이야! 1시간 정도 기진맥진해서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렇게 할 일 없이 숲을 본게 얼마만일까?


오전 10시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11시 체크이웃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마음이 급하다. 11시 호텔을 나와 낙산사로 향했다. 낙산사 내부에 전통 찻집이 있다고 했다. 호텔 뒷편 산책길을 따라 낙산사 내에 위치한 찻집에 도착했다. 내가 생각한 분위기의 찻집은 아니었지만, 연잎차가 보이길래 연잎차를 주문했다. 찻집에서 자리 잡고 창밖을 멍하니 봐라 봤다. 거울에 내 얼굴이 비췄다. 밤새내 울기도 했고 잠도 설쳤던 터라… 얼굴이 많이 부어 있었다.


“이게 뭔가 쉽다… 인생이란…”


뜨끈한 연잎차를 먹으니, 정신이 든다. 기운이 든다. 역시 남이 해주는 건 음식이든 차든 뭐든 다 어떠한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이란게 있는 것 같다. 여행 내내 아니, 여행이라고 하기엔 무척 짧은 이 시간. 여행이 아니라 나들이라고 표현하는게 더 맞을 것 같다. 나의 양양 나들이는 그렇게 또 저마다의 흐름으로 흘러갔다. 온 종일 비가 올 줄 알았지만, 또 그렇지 만도 않았다. 잠시 흐렸다가, 또 잠시 맑았으며, 가끔은 청량했다. 그날 날씨가 그랬다. 마치 하루에도 그 영문을 알 수 없는 내 기분의 흐름들 마냥 날씨도 나와 함께 춤을 췄다.


차를 다 마시고, 카페 테라스로 나가 바다를 몇 분간 멍하니 바라봤다. 구리곤 그 풍경을 뒤로하고 나는 누각으로 향했다. 저 누각의 이름이 무엇이고, 따위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양양의 바다를 더 높이서 보고 싶었다. 누각에 올랐을 때 내가 본 풍경은 참 청량했다.

누각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너무 시원한 나머지 마치 얼음골에 있는 것 같았다. 파도와 함께 얼굴로 거친 바람을 맞으며, 내 마음의 분노. 화남. 불편함… 그 모든 감정들이 씻기기를 나는 내심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바람을 맞고. 또 맞고 한 참을 그 누각 한 켠에 서성이며 양양 앞 바다를 보았다. 누각에서 내려와 지난 여행에서 눈여겨 봤던 카페로 향했다. 알아보니, … 내 눈에 뛰었던 그 카페는 커피 맛은 이미 소문이 나 있는 곳이었고, 카페 뒷문으로 정원이 있는데, 정원 또한 꽤나 유명했다. 나는 카페의 정원이 더 궁금했다.


카페로 향하는 길.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펼쳐졌다. 이글을 쓰고 있는 나는 다시 한 번 느낀다. 이런 글을 쓰는 내가… 거친 광고주들을 상대하는 광고 대행사에 있으니… 늘 내 옷이 아닌 것 같고, 늘 불편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솔직히 광고 따위를 하는 이 일에 인문학적 감성 따윈 필요 없지 않는가!


(중략)

다음 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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