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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엉 Jul 14. 2024

나는 이 회사를 다니고 싶은 건가?

디자이너이자 기획자인 내가 매출 정리 업무를 하는 게 정상적인가? 

양양 나들이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해 보자. 낙산사에서 내려온 나는 눈여겨보던 해변가 카페로 향했다. 아침을 먹지 않았던 터라 나는 배가 고팠다. 다행히 카페에는 베이커리 메뉴들이 있었지만, 굳이 막! 맛있어 보이는 메뉴들은 아니었다. 그래도 뭔가 먹기는 해야겠어서... 애플파이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매장을 정확히 두 바퀴 정도 돌아보고, 나는 정원이 보이는 창가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 맛은 소문대로 맛있었다. 커피를 먹고,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내 인생은 괜찮은 걸까?' 


지금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경험해 왔지만, 난 정말 이번에야 말로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 같다. 막다른 길에서,... 어서 의사결정을 하고... 결단을 내리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 조차 하기가 너무 싫다. 놀라리만큼 이 것이 나의 진정한 속마음인 것만 같다. 차라리 다시 우울증이 왔다고 하면 어떨까? 그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누구나 마음속에 사표를 넣고 출퇴근을 한다고 하지만, 난 정말 당장 다음 주 월요일에 퇴사 선언이라는 것을 해버릴 것만 같다. 잘하고 싶은 것이 없다.


그렇게 나는 할 일 없이 카페를 2시간 남짓 서성이었다. 이제 서울로 가는 버스가 출발할 때다. 서울로 가는 버스에서도 유쾌하지 않았다. 양양을 떠나오면서 내가 먹은 음식은 연잎차, 애플파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삼각김밥, 물 몇 모금이 다였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곧장 헬스장으로 향했다. 저녁은 먹지 않았다. 개인 PT수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 쐐러 떠난 나의 양양 나들이는 그렇게 다닥다닥거리면서 끝이 났다. 편안하지 않았다. (이런 류의 글을 적는 나 또한, 현재 내 심리 상태에 대해서 매우 뜨악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어떻게 된 회사가. 다니면 다닐수록 마이너스이고
손해만 보는 기분을 주는 건지... 

나는 다시, 예전의 열정을 찾을 수 있기는 한 걸까?


(중략) 


음. 주말 내 우두커니 방에서 TV를 보며 집 안을 살짝 돌아봤다. 정리되지 않은 옷가지들과 재활용품이 뒹굴고 있다. ‘나 정말 괜찮은 걸까?’ 오늘의 집에 있는 이쁜 집 꾸미기 사진들의 주인들은 도대체 무슨 에너지로 그렇게 깔끔하고 이쁜 집들을 가꾸는 걸까?


다음 주까지 고과평가 면담이 있는데. 나는 또 저성과자가 될 것 같다. 이전 팀에서는 팀장이 나서서 나를 따돌렸다. 지금 팀장은… 인간적으로 착하지만, 착한 사람이지만… 내가 처음해 보는 업무들이고, 하필 그의 어머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는… 나를 돌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인간적으로 착한 상사이지만, 임원의 업무 지시를 제대로 코딩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 머리 위로 그늘이 생겼는데,... 그 그늘이 계속 구멍이 난다. 일이 될 리가 없다.  회사에서 두 번이나 저성과자가 되면 나는 퇴사해야 할까? 성과급… 난 딱히 기대하지 않는다. 원인이 무엇이든 나는 또 저성과자가 되어 있을 것이고, 다음 주 팀리더와 또다시 의미 없는 2시간 면담을 하게 될 것 같다. 저. 성. 과. 자! 이 부분이 정말 실현화된다면… 나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먹으려고 사놓은 우유와 요구르트가 고스란히 있다. 가만 보니… 이번주는 밥을 거르는 일이 많았다. 상반기 매출 정리 업무를 하느라… 점심조차 먹지 못했다. 안 먹은 게 아니라, 밥 맛이 없었다. 정말 간단한 액셀 업무들도 내 손에만 오면 수 시간이 걸렸다. 숫자를 아무리 봐도… 저 숫자가 어느 정도의 매출을 의미하는지? 사실 난 잘 모르겠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숫자가 9개이면 1억이고, 숫자가 10개이면 10억 단위임을 이제야 인지하게 되었다. 팀장이 내게 매출 정리 업무를 지시할 때면, 디자이너였던 나에게 팀장은 왜 이런 업무를 지시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자동 반사적으로 떠오른다. 이건 사내 괴롭힘의 범주에 해당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못 견디겠으면 조용히 나가라는 의미일까? … 퇴사 압박이 이런 걸까?


그럼. 잠은 잘 잤을까? 슬프게도 난 요즘 잠을 못 자고 있다. 푹 자질 못한다. 자다가도 심장이 너무 빠른 속도로 쿵쾅되는 소리에 뒤쳐지길 수십 번이다.


다행스러운 건 PT수업을 등록한 덕에 일주일에 최소 3일 ~ 5일 정도는 운동이라는 것을 하는 것 같다. 식사. 잠. 운동. 이 세 가지 중… 운동을 그나마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잘은 아니지만, 살기 위해 운동이란 것을 하고 있다.


밥. 잠. 운동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휴식인데, 난 잘 쉬지도 못하는 것 같다. 난 요즘 늘 무엇인가에 쫓기고 있다. 내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실제로 잘 때조차도… 제대로 된 수면이 없다. 이불도… 빨아야지 빨아야지… 하면서… 아직 빨지 못한 이불이 집 어딘가에 모셔져 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불 또한 언제 세탁이 될지? 그 시점은 묘연하다. 어쨌든… 난 다시 늘 불안한 상태다. 늘 긴장하고 있다. 늘 어디선가 뭔가 위협적인 것들이 나를 기다리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더 삶을 멈추고 싶은 것 같다. 이대로 흘러가는 것이 맞는 걸까? 


정리하자면, 월요일에 출근을 했고, 2시간 남짓 또 별 볼일 없는 미팅을 했다. 화요일과 수요일 나는 연차 휴가를 섰다. 목요일은... 분주하게 일이란 걸 하긴 했는데, 또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못했다. 다른 일에 또 밀리고 말았다. 무슨 일이었는지? 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무튼 다시 생각해 보자. 화요일과 수요일 자리를 비웠던 터라... 쌓여있는 수십 통의 메일 확인에 대략 1시간 이상을 쓴 것 같다. 내가 그날 한 일은... 단순한 행정 업무였던 것 같다. 사업자등록증이 변경된 거래처가 있어서,... 해당 사업자등록증을 회사 전산에 다시 등록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월요일 미팅... 회의록을 섰다. 녹음 파일과 미팅 업체가 보내준 회사소개서를 참고하여... 회의록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오후에... 팀장이 네게 매출 정리 업무를 시켰다. 몇 백억에 걸쳐... 사용된 상반기 매출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물론 로우데이터가 모두 정리되어 있었고, 피봇테이블도 세팅되어 있었으므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최종 숫자를 기입하고, 23년 매출과 24년 매출을 비교하여 특정 숫자를 구하는 일이었다. 목요일에 내가 한 일은 1) 사업자등록 경영체를 위한 행정 업무, 2) 회의록 작성, 3) 매출 정리 업무 대략 3가지였다..... 또 뭔가 일을 했던 것 같은데... 


그럼, 금요일은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했을까?... 금요일... 오전에 나는 팀장에게 불려 갔다. 내가 정리한 매출 데이터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설명을 듣고, 수정 사항을 받아 든 나는... 조용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회사가 사람을 더럽게 쓰는 건 이제 익숙하지만, 나는 언제까지 이런 더러운 처사에 대해 참고 견딜 수 있을까? 언제까지 견뎌야 할까?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대략 어제 3시간을 꼬박 최소 5번 이상 확인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숫자가 안 맞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한 시간, 그리고 점심시간까지 나는 밥을 먹지 못하고 꼬박 틀린 숫자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도대체가... 1시 30분 000 회사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출발할 시간이 왔다.... 미치겠다. 진짜. 음... 


내 자괴감의 원인은 대체 뭘까? 


내일 다시 출근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회사 생활에서 완전히 방향을 잃은 나는 또 어떤 선택을 할까? 같이 일하던 팀원이 퇴사하고,... 퇴사한 팀원은 매출 및 청구 업무를 담당했었다. 이 친구의 업무가 나에게 자동적으로 왔고, 나는... 디자이너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지금까지 매출 정리 업무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사람이었다. 그런데, 팀장은 매출 업무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의 요청에 응해주고 있지만... 이건 올바른 처사가 아니지 않은가? 나는 이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은 걸까? 


도대체 나는 뭘, 바로잡고 싶은 걸까? 바로잡는다고 노력하면 바로잡히긴 하는 걸까?

만약 팀장이 나에게 리포트 발행 업무 외 다른 모든 업무를 제외해 준다고 하면 나의 회사 생활 만족도는 올라갈까? 성취감이 생기고 자기 효능감이 높아져서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줄어들게 할까? 퇴사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리포트 발행 업무만 한다고 해도,... 해당 업무가 향후 내 커리어에 그 딱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다. 난 광고 대행사를 가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음 이직을 한다고 해도 같은 동종업계에는 가지 않을 계획이다. 안 간다. 어차피 그곳에 가도 책임 회피를 위해 말 수를 줄이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나보다 직급이 낮거나, 조직적으로 위축된 사람을 방패 삼아 뭉개고 또 그렇게 뭉개고만 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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