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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가 아니라 가능성이 새로이 열리는 일

250403

by 무엉

가족과 함께 있어도,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입장을 지켜보면 각자가 처한 상황과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도 홀로 외로울 때가 있는 것 같다. 가족이라서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린 서로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력서를 내기만 하면 합격하여 직장을 얻었던 아빠세대와 이력서에 경력기술서,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까지 풀 패키지로 일주일을 준비했지만 서류전형에서 광탈하고 마는 요즘 2030 MZ세대가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정신과 폐쇄 병동에서 퇴원한 후 나의 일상이 편안하지 않았던 부분 중 하나가 부모님의 걱정이었습니다. "다시 혼자만의 망상에 빠지면 어떻게 할까?", "병이 재발하면 어떻게 할까?" "부모로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등의 질문이 저희 부모님 머릿속에서 한 동안 떠나지 않았나 봅니다. 부모님의 걱정과 성화에 퇴원 후 며칠은 저도 조심 조심 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저는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끓임 없이 할 수 있음을 부모님께 보여주고, 멋지게 성공한 모습을 보이고, 부모님을 안심시키기를 수 차례 반복했습니다. 매일 헬스장에서 중강도의 운동하기, 친구와 1박 2일 여행 가기, 영어 공부해서 토익 시험 치기, 엑셀 공부해서 ITQ자격증에 도전해 보기, 요리하기, 집 근처 산책로 탐방하기 그 모든 것이 "나는 괜찮아요. 보세요. 엄마, 아빠" 임을 증명해 보이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저의 대부분의 시도는 성공했고, 부모님도 안심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넘지 못한 벽이 하나 있어요. 부모님은 제가 부모님 곁에서, 부모님이 살고 있는 울산에서 자리 잡고 함께 살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제안한 삶은 다소 고달픕니다. 울산에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거든요. 제가 서울에서 했던 디자인이나 기획, 마케팅 등 등의 일자리가 없답니다. 물론 울산은 주거비용이 참 저렴합니다. 월 40만 원으로 20평 아파트에서 월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주거비가 저렴한 만큼 인건비도 저렴한 편입니다. 월 200~300만 원 선이지요. 반면 제가 원하는 서울에서의 삶은 팍팍하고 어렵습니다. 인건비가 높은 만큼 주거비용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한 동안 고민했습니다. 부모님이 제시하는 삶과 제가 살고 싶은 삶 사이에서요. 서울에서의 삶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의 형태인가?에 대한 고민도 여러 번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어디에서 시작할 것인가? 울산인가!? 서울인가!! 하는 고민은 현재도 진행형 중에 있습니다.


울산인가!? 서울인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심한 우울증과 조현병으로 제가 가지고 있었던 전구들이 더 이상 빛나지 않은 깨진 전구가 되어 버린 것 같아 불안에 떨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빛나지 않은 전구들을 어떻게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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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모님이 제안하신 울산에서의 삶과 제가 원하는 서울의 삶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자니 하나를 포기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울산에서의 삶을 선택한다면 여유롭겠지만 직장을 얻기가 어려워 살길이 막막할 것 같고, 서울에서의 삶을 선택한다면 살길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삶이 치열하고 팍팍해질 것이 뻔해 보였습니다. 과연 저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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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봅니다. 서울에서의 삶과 울산에서의 삶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걸까요? 우울증과 조현병으로 깨져버린 전구는 또 어떻게 할까요? 깨져버린 전구는 아마도 일반 쓰레기로 버려버리면 될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전등을 사면 되지 않을까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전등이 있습니다. 전등에 따라 빛의 모양새도 각기 다르지요. 어쩌면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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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일하다가 우울증과 조현병을 얻었습니다.

오늘의 불안에 집중하기보다, 지금의 행복을 기억하기 위한 짧은 글을 씁니다.


*알려 드려요!

여러분의 사랑과 공감을 많이 받은 글(라이킷)을 추려서 '책' 형태의 콘텐츠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함께 만드는 책 여정에 함께해 주세요. (라이킷)은 콘텐츠 발행에 힘이 됩니다.


글과 함께 그림도 그려 보고 있어요. 지금은 집에 있는 재료로 그려보고 있는데요.

그림 실력도 여러분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coshasha/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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