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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Aug 02. 2023

8월의 시

버팀목에 대하여



버팀목에 대하여



복효근(1962-)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 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 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 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 틔우고 꽃 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감상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를 다시 살리기 위해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운 것을 봅니다. 쓰러진 나무는 각목을 버팀목 삼아 버티며 점차 살아나고 이제는 각목이 없어졌어도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큰 바람이 불어도 이를 잘 견디어 냅니다.


아 사람의 삶도 그렇구나. 나도 그렇구나. 내가 삶의 위기를 맞았을 때도 버틸 수 있는 건 보이지는 않지만 내 삶 속에서 나를 버틸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서 그렇구나라는 것을 말이죠.


버팀목에 의지하여 서 있는 나무에게서 시인은 누군가에게 기대어 사는 우리 모두를 봅니다. 죽은 나무가 산 나무의 버팀목이 됩니다. 보이지 않고 사라진 것들에 의해 지금 여기 보이는 것들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웁니다. 떠나간 가족, 사라진 이웃, 보이지 않으나 저 멀리 누군가에 기대어 우리는 큰 바람에도 버티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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