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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Sep 02. 2023

9월의 시

지푸라기/정호승

지푸라기



정호승(1950-)




나는 길가에 버려져 있는 게 아니다.


먼지를 일으키며 바람 따라 떠도는 게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당신을 오직 기다릴 뿐이다.


내일도 슬퍼하고 오늘도 슬퍼하는


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당신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길 기다릴 뿐이다.


물과 바람과 맑은 햇살과


새소리가 섞인 진흙이 되어


허물어진 당신의 집을 다시 짓는


단단한 흙벽돌이 되길 바랄 뿐이다.


*지푸라기에서 이런 생각을 끌어내는 시인의 발상이 놀랍다. 이 시를 받아 읽어본 이들은 “공감한다.” 혹은 “내 이야기 같다.” 한다. 남에게 지푸라기라도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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