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서면 누구나 철학자가 됩니다. 밀려왔다 부서지고,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물러나는 파도의 영원한 운동 앞에서 우리는 삶의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이 거대한 자연의 움직임 속에서, 우리는 2,500년 전 에게해가 내려다보이는 고대 도시 에페소스의 한 철학자를 만납니다. 바로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os)입니다. 그는 세상의 근원을 고정된 물질에서 찾던 다른 철학자들과 달리, ‘변화’ 그 자체야말로 만물의 본질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의 유명한 명제, ‘만물은 유전(流轉)한다(Panta rhei)’는 단순히 ‘모든 것은 변한다’는 뜻을 넘어, 이 세상이 정적인 ‘존재(being)’들의 집합이 아니라 역동적인 ‘생성(becoming)’의 과정임을 의미합니다. 우리 눈앞의 파도처럼, 세계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흐름이자 불꽃입니다.
하지만 그가 더욱 위대한 이유는, 이 변화무쌍함 속에서 ‘로고스(Logos)’라는 보편적 법칙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로고스는 단순히 ‘질서’가 아니라, ‘대립하는 것들의 투쟁을 통한 조화’였습니다.
밀려오는 파도와 물러나는 파도, 삶과 죽음, 잠과 깨어남, 전쟁과 평화. 이 모든 반대되는 것들은 서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통일된 전체를 이루는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팽팽한 활시위가 양쪽 끝의 반대되는 힘 덕분에 존재하듯 세계는 이 대립의 긴장 속에서 조화를 이룹니다. 이 진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삶의 좋은 순간뿐만 아니라 힘든 역경까지도 거대한 흐름의 일부로 이해하게 됩니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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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쓴 문장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출간작가, 피처에디터, 문화탐험가, 그리고 국제 스쿠버다이빙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