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뜨거운 드라마 <플루리부스: 행복의 시대>
<브레이킹 배드>로 마약왕의 타락을, <베터 콜 사울>로 변호사의 딜레마를 그렸던 거장 빈스 길리건. 그가 2025년 애플 TV+를 통해 내놓은 신작 <플루리부스: 행복의 시대>는 공개 직후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를 기록하며 평단과 대중을 동시에 열광시키고 있습니다.
뉴멕시코 앨버커키의 건조한 풍광 속에서, 정체불명의 현상으로 전 인류가 '하나의 정신'으로 통합된 세상. 그 속에서 유일하게 면역이 되어 홀로 제정신(혹은 불행)을 유지하는 중년 여성 '캐럴'의 고군분투를 다룬 이 작품은, "21세기판 <환상특급>이자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으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빈스 길리건은 원래 이 이야기를 10년 전부터 구상했으며, 초기 설정은 남성 주인공이 이끄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베터 콜 사울>에서 레아 시혼(킴 웩슬러 역)과 작업하며 그녀의 연기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오직 그녀와 다시 작업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고 대본을 전면 수정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캐릭터가 바로 '캐럴'입니다. 그녀는 영웅이 아닙니다. 냉소적이고, 사람을 싫어하며, 세상에 불만이 가득한 로맨스 소설가죠. 어느 날 사람들이 발작을 일으키더니 갈등도 범죄도 없는 싱글벙글한 '하나(Pluribus)'가 되어버립니다. 좀비처럼 덤벼드는 게 아니라 "도와드릴까요, 캐럴?"이라며 소름 끼치게 친절한 이웃들 사이에서, 홀로 짜증을 내며 저항하는 그녀의 모습은 레아 시혼 특유의 디테일한 연기와 만나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이 드라마가 주는 공포의 본질은 강요된 친절입니다. '통합된 인류'는 이방인인 캐럴을 제거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녀를 극진히 보살피며 어떻게든 이 행복한 통합에 끼워주려 애씁니다. 빈스 길리건 감독은 피 한 방울 튀지 않지만 '개성이 말살된 전체주의'가 얼마나 끔찍한지 특유의 연출로 보여줍니다. 캐럴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마다 연결된 군집체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설정은 압권입니다. 그녀의 '짜증'과 '불행'이 곧 세상을 뒤흔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 아이러니를 통해 극강의 서스펜스를 자아냅니다.
제목 <플루리부스>는 미국 건국 이념인 '여럿이 모여 하나(E Pluribus Unum)'를 비틀었습니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고통이 사라진 유토피아. 하지만 캐럴은 묻습니다. "내 기분 잡칠 권리는 어디 갔어?" 남들은 다 행복해 죽겠다는데, 혼자서 지지고 볶던 옛날의 불완전한 세상을 그리워하는 캐럴. 이 드라마는 결국 인간다움이란 뇌가 절여진 행복이 아니라, 스스로 고통과 고독을 선택할 자유에 있음을 역설합니다.
이 드라마의 여운을 더 깊게 즐기고 싶다면, 지금 바로 구글 검색창에 드라마의 원제인 'pluribus'를 검색해 보시길 권합니다.
검색 버튼을 누르는 순간, 평소와 다른 기이한 현상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검색 결과가 갑자기 아래로 툭 떨어지며, 검색바 밑으로 "What are you searching for, Carol? (뭘 찾고 있나요, 캐럴?)"이라는 문구가 우측에서 좌측으로 스르륵 미끄러지듯 지나갑니다.
마치 드라마 속 통합된 인류(시스템)가 화면 밖의 당신을 '캐럴'로 인식하고 말을 거는 듯한 이 섬뜩한 이스터에그는, 빈스 길리건이 설계한 세계관이 현실의 구글마저 장악했음을 보여주는 소름 돋는 마케팅입니다. (흘러가는 문장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멈춥니다.)
<플루리부스>는 SF의 탈을 쓴 블랙 코미디이자, 자유의지에 대한 묵직한 철학서입니다. 세상 모두가 "YES"를 외칠 때 홀로 "NO"를 외치는 캐럴의 투쟁. 그들은 지금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