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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하나 Dec 08. 2024

2024년 12월 3일, 국가가 나에게 총을 겨눴다

‘화살촉 햇살반 선생’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민을 향한 폭력.

   

한 해의 마지막 달, 12월을 평온하게 시작했다. 저마다 퍽퍽한 삶의 한 부분과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한 부분을 오가며 살아왔고,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나쁘지 않은 삶이었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크리스마스 캐럴을 살짝 흥얼거렸다. 

     

까끌하고 무거운 옷에 건조하고 쩍쩍 갈라지는 피부를 가져 썩 좋아하는 계절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여름만 있는 태국에서 살다 고국으로 돌아오니 한국의 겨울도 나름 애잔하고 매력적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겨울의 한 조각은 뜨듯하게 덥힌 전기장판에 배를 깔고 누워 사각거리는 이불을 덮고 야금야금 귤을 까먹으며 TV를 보다 어느새 노래진 손톱 끝을 보고 느끼는 그 소소한 순간의 온기다.

      

12월 3일 화요일 밤도 다르지 않았다. 넷플릭스에 새로 공개된 시리즈 <트렁크>를 보며 드라마 자체의 서걱거리며 고요한 분위기에 나는 빠져있었다.    

  

‘띠링-’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지금 당장 뉴스를 보란 소리였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북한이 도발이라도 했나?’


걸핏하면 ‘반국가세력’ ‘종북’을 외쳐대는 대통령 덕에 반사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2024년 경제 대국 10위라는 나라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 오물 풍선이 날아다니고 남과 북이 서로 그만하겠다고 약속한 대북/대남 방송 스피커가 밤새 울려 파주에 사는 내 친구는 신경쇠약을 호소하던 하수상한 시절이었다. 뉴라이트 수구 세력 지지자밖에 남지 않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긴장 상태는 필수였으니까.


하지만 평소 조금만 추워도 쩌렁쩌렁 울려대던 재난 문자는 잠잠했다. TV 브라운관엔 <트렁크>의 배우 공유와 서현진의 얼굴이 여전히 떠있어 바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앱을 켰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자극적인 썸네일이 가장 먼저 떴지만 유튜브 가짜뉴스인 줄 알고 스크롤을 이어갔다. “계엄령을 선포한다”라고 말하는 대통령의 얼굴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게 비현실적이었다. 대통령이 미쳐간다는 이야기를 풍자하는 ‘딥 페이크’인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분명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었다.

      

대국민 담화를 실시간으로 보며 나는 본능적으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 술만 먹으면 한밤중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아내와 자식을 두들겨 패던 알코올중독 아저씨가 불현듯 떠올라서였다.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나서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 아저씨는 밖으로 나와 허공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온갖 욕설을 내뱉었다. 


망상과 혐오가 잔뜩 어린 살기 가득한 대통령의 눈빛은 어릴 적 기억 속 그 아저씨를 즉시 소환했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단어와 단어 사이마다 거칠고 가쁜 숨을 내뱉으며 허겁지겁 계엄령 선포 대국민 담화문을 읽어 내려가는 그는 술을 몇 잔 한 듯 보였고, ‘45년 만의 계엄령 선포’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다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에 흥분한 것도 모자라 어쩐지 좀 신나 보이기까지 했다.



                

<12.3 비상계엄선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입니다.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 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에서 재해 대책 예비비 1조 원, 아이 돌봄 지원 수당 384억, 청년 일자리 시내 가스전 개발 사업 등 4조 1000억 원을 삭감하였습니다. 심지어 군 초급간부 봉급과 수당 인상, 당직 근무비 인상 등 군 간부 처우 개선비조차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러한 예산 폭거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입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러한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들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자유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저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습니다.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께 다소의 불편이 있겠습니다마는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자유 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대외 정책 기조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입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의 ‘불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총선 참패 이유가 김건희의 디올백 스캔들과 주가조작 의혹 문제가 아닌, 반국가세력의 가담으로 조작된 부정선거라 굳게 믿고 있다. 이것은 오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형성된 신념을 초월한 주술적 믿음에 가깝다. 그래서 대통령은 제22대 국회 개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삼권 분립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국회가 생긴 이래 최초다. 국민이 직접 뽑은 대표들로 구성된 독립 헌법기관인 국회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사고 체계에서 야당 국회의원들은 모두 반국가세력이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당연하고 이들을 대표로 선출한 (TK를 제외한) 국민 역시 대통령에겐 대한민국 체제 전복을 꾀하는 종북좌파 반국가세력이다. 국회를 인정하지 않으니 당연히 국회가 통과한 법을 받아들일 리 없다. 윤석열은 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 14건(노태우 7건, 노무현 4건, 이명박 1건, 박근혜 2건)을 훨씬 뛰어넘는 25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기엔 국민의힘 의원들의 50억 클럽, 방송법 개정안, 각종 농촌산업 지원법, 그리고 각각 3차례의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얼마 전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을 진행할 때도 대통령은 야당이 박수 좀 쳐주면 될 걸 기분 나쁘게 한다는 이유로 국회 시정연설에 나타나지 않았다. 반대하고 비판하고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을 견제하라고 존재하는 ‘야당’인데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이 갈등을 정치로 풀려 하지 않았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때 묻은 정치인보다 잘할 거라 생각한 이른바 중도 유권자들의 심각한 오판이었다. 


2022년,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차례 영수회담을 제안했으나 검사 출신 대통령은 ‘범죄 피의자와 면담은 부적절하다’라며 상대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검사 출신 대통령 자신이 검찰을 움직여 시작된 수사와 기소였다. 변호사 출신 이재명은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수사와 기소라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해진 법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며 6개나 되는 재판에 성실히 참석하며 자신을 변론 중이다.  


결국 지난 총선 참패 후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자 대통령은 마지못해 야당 대표를 한 번 만나고는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가조작을 비롯한 국가사업 비리, 선거개입, 당정 개입, 국정 농단, 뇌물 수수 등 각종 중범죄에 연루된 아내 김건희는 대통령의 권력으로 대한민국 법으로 피의자 여부를 가릴 기회조차 막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국무 위원과 고위 인사들의 청문회를 보며 도대체 어디에서 저런 사람들을 찾았을까, 저것도 능력이다, 생각한 적이 많다. 노동자를 악마라 칭하는 김문수를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 몰래 공영방송 MBC 민영화를 시도했던 이진숙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라는 안창호를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인권 장사치” “기레기” “기저귀 차는 게이” 같은 혐오 발언을 쏟아낸 김용원과 이충상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했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한 국가안보실 1차장 김태효는 ‘뉴라이트 지식인 100명’이라는 이름으로 이명박을 지지했던 인물이다. 또 다른 뉴라이트 인사 김영호는 통일부 장관으로, 김형석은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됐다. 이 밖에도 기재부, 산업부, 과기부 등 전문 지식과 경험이 중요한 요직 모두 검사들로 채워 나라 살림도 경제도 신뢰도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 2년 반 동안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 임명을 강행한 인사 청문 대상자가 지금까지 총 29명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이다. 대통령의 사고 체계에 ‘반국가세력’ 일뿐인 야당이 반대하는 인물인데 대화와 타협이 있을 리가 없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던 날엔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가 예산안 협의를 일주일 후로 미뤄둔 상태였다. 여기서 야당이 삭감한 정부 예산은 전체 예산의 0.5% 정도였고, 대부분 검사들이 집 앞에서 몰래 한우집 가고 크리스마스에 케이크 사는 용도의 특활비 명목이었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이 발끈한 항목은 대통령실 관련 예산이었다.

    

대통령의 실정에 대해 여러 번 경고해 온 국민은 지난 총선에서 야당의 수를 늘리는 결정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거대 야당이 제왕적 대통령제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견제 수단인 고위공직자 탄핵소추권과 법률 상정권으로 최선을 다해 대통령의 폭정을 막고 있었다. 대통령과 여당의 입장에선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방해하는 것 같아 답답하고 짜증이 나겠지만, 그게 바로 정치이고 삼권분립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열심히 일 잘해서 다음 선거에 국민의 선택과 지지를 받으면 된다. 그게 바로 대한민국의 헌법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국정 운영이 잘 안 풀리는 걸 자신의 정치력 부재와 무능함, 불통과 고집인 걸 인정하지 않고, 참모의 조언도 듣지 않으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권력을 견제하는 야당을 사실이 아닌 정보로 비난하며 툭하면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갔다. 좋다, 인정한다, 존중한다.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패했으니까, 이를 꽉 깨물고 받아들였다. 다음 대선까지 열심히 잘해서 국민이 민주 진영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해 정권 교체를 하면 되니까, 그게 바로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이니까.


그런데 대통령은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며 불법 계엄령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인질로 삼겠다고 선전 포고를 했다.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께 다소의 불편이 있겠습니다마는 

    

이외에도 계엄령 선포 전문의 사실관계는 따지자면 끝도 없지만, 내가 가장 섬뜩했던 부분은 이 문장이었다. 이 문장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명시된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리는 자기 배반과 자기모순으로 가득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69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반드시 선서해야 하는 헌법 제69조의 대통령으로서의 헌법 준수 의무와 국민의 자유 보장 의무를 저버리면서 국민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무시무시하고 기괴한 논리는 엄중한 상황, 즉 오직 전시와 사변에만 펼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77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대한민국 대통령의 사고 체계와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 자신은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을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는데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반국가세력이 있으니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주권을 침해해서라도, 즉 국민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계엄을 하겠다는 것이다. 

      



2024년 12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은 충남 공주산성 시장을 방문해 1일 디제이를 했다



계엄령 선포 전날, 대통령은 경제 침체로 힘들어하는 충남 공주산성 시장에 들러 ‘1일 디제이’라며 부스에 앉아 마이크에 대고 “여러분, 저 믿으시죠? 경제 살리겠습니다!” 하며 씩 웃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깔끔하게 머리를 자르고 빗어 넘긴 채 국민의 세금으로 샀을 값비싼 양복을 입고는 대통령의 상징이 새겨진 탁자에 앉아 양팔을 쩍 벌리고 앉아 가래 끓는 목소리로 기습적인 계엄령을 선포하며 단 한순간에 한 나라의 경제와 외교, 사회질서를 끝장내는 모습은 마치 사이코패스 같았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령 선포 담화를 흥분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가는 대통령의 모습은 정말 자신이 국민을 위해 정의로운 일을 하는 중이라고, 자신은 훗날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자랑스러운 인물로 장식하게 될 거라고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100%, 아니 1000% 믿고 있었다. 


나는 논리와 상식을 초월한 그의 확신과 믿음이 두려웠다. 보편적 상식과 논리를 뛰어넘은 인간의 광신적 믿음만큼 두려운 게 없었다. 


계엄 선포령 담화에 ‘신명을 다해’라는 표현을 넣었는데, 여기서 ‘신명’이 ‘몸과 마음’을 뜻하는지 ‘신의 명령’을 뜻하는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갑자기 식은땀이 흘렀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다소의 불편’은 도대체 어디까지를 말하는 걸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변 안전과 증거를 남기기 위해 라이브 방송을 켜 장애로 불편한 팔로 자신을 찍으며 국회의사당 담을 넘는 모습이 보였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담을 넘었다. 이재명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은 모든 국회의원과 시민들에게 국회로 모여달라 호소하고 재빨리 국회로 들어갔다. 이재명 대표는 체포 위험을 감지하고 당 대표실이 아닌 한준호 의원실에서 대기했다. 


우원식은 아빠의 대학 동문이다. 아빠는 가끔 웃으며 그 시절을 얘기하곤 했다. 대학 시절 당신은 술에 빠졌고, 우원식은 학생운동으로 바빴다고‘이제는 기득권이 된 운동권 세력’이라며 조롱과 비판을 받던 야당의 86세대가 이번 계엄령에 기민하게 대처했다. 그들은 독재 국가 권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경험과 본능으로 잘 알고 있었다. 어찌 보면 추미애가 아닌 우원식이 이번 국회의장이 된 것도 운명의 장난이 아닌가 싶다. 하남이 지역구인 추미애는 계엄 해제 의결을 위해 재빨리 국회로 들어오지 못했다. 


유튜브 대안언론 방송사들 역시 국회로 달려가 라이브 방송을 시작, 국회를 돌며 담을 넘어서라도 진입을 모색하는 국회의원과 보좌관, 당직자를 비롯해 순식간에 국회 앞에 모인 수많은 시민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밤 11시, 제1호 계엄 포고령 선포




<제1호 계엄 포고령 전문>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 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 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2024.12.3.(화)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



             

날카로운 칼로 한 획씩 그은 듯한 끔찍한 문장들은 수천, 수만의 파편이 되어 나에게 꽂혔다. 나는 문장에서 말 그대로 살기를 느꼈다. 역사책과 영화 속에서만 보던 세계의 독재자들, 그리고 멀리 갈 것도 없이 박정희와 전두환이 군사 반란을 일으킬 때 발표했던 포고령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 학살이 벌어지기 하루 전 전두환 반란군이 발표한 계엄 제10호 포고령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아카이브




아, 군대를 풀겠다는 거구나. 

국가 권력이 또다시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대겠다는 거구나, 

정말로 국민을 죽이겠다는 거구나.  

    

이제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 대국민 담화에서 말한 ‘불편’이 어디까지를 말하는지 확실해졌다. 


나는 어느새 2024년의 대한민국에서 정부가 국민을 향해 ‘처단’이라는 단어를 당당히 쓰는 1979년 12월 12일 군사 독재의 시대로 돌아갔다. 국가는 내 부모 세대에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내 집 유리창을 깨부수고 쳐들어와 눈앞에 총을 들이댔다.  




1980년 5월 광주


2024년 12월 서울 국회의사당


 


이제부터 대통령이 아닌 내란 수괴 윤석열로, 계엄이 아닌 쿠데타로 부르겠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2>





‘화살촉 햇살반 선생’ 윤석열

     

윤석열이 무시무시한 음모론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극우 유튜브에 병적일 만큼 푹 빠져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었다. 윤석열과 김건희가 풍수지리 전문가부터 관상 전문가, 명리학자, 신내림 받은 점쟁이 등과 가깝다는 것도 국민 모두 아는 사실이다. 대선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王 자를 쓰고 나온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도 우리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대통령실에서 일했던 김대남의 녹취록에도 나왔듯 대통령실에 시민소통비서관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국가 예산으로 극우 유튜버들과 극우 단체에 고액의 후원금을 지원하고, 주기적으로 대통령실에 초청해 만찬도 제공하고 대통령 시계 같은 선물도 보내며 집중적으로 관리했다는 게 밝혀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확성기를 틀고 24시간 혐오 발언과 욕설을 하는 극우 유튜버들도, 광화문 앞에서 성조기와 태극기를 함께 흔드는 외롭고 갈 곳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신의한수’도, 전광훈도, 허경영도, 신천지도, 구원파도 모두, 윤석열 정부에겐 집중 관리 특별 고객들이다.

      




김건희의 지연 작전은 일단 성공한 건가 


12월 3일 저녁 공개된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 x <저널리스트> 장인수 기자의 [김건희 고모와 이모, 극우 유튜버 관리와 불법선거자금] 관련 특종 보도




내란 수괴 윤석열이 쿠데타를 일으킨 12월 3일 오후, 경찰이 김건희 녹취록과 디올백 영상을 터뜨린 이명수 기자와 최재형 목사, <서울의 소리>를 긴급 압수 수색했다. 1년 전 기사를 가지고 왜 하필 이제 와 압수수색을 하나 했는데, <서울의 소리>는 12월 3일 저녁, 김건희에 대한 또 다른 비리 의혹 특종을 내보낸다고 예고했던 참이었다. 내용은 김건희의 고모가 대선 전부터 3억 7천만 원을 들여 극우 유튜버들을 관리 및 조직하고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계속해서 여론조작 및 관리를 해오고 있다는 녹취록 공개였다. 경찰의 기습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는 <고모와 이모, 그리고 불법선거자금>이라는 타이틀로 유튜브에 업로드됐다. 같은 날인 12월 3일 밤 10시 23분, 기습적인 계엄 발표로 묻히긴 했지만. 


검사 시절, 압수수색 날짜도 점쟁이에 날을 받아 정했다는 윤석열의 계엄 선포일 역시 김건희가 역술인에 받은 날일 확률이 크다. 아무리 <서울의 소리> 추가 폭로 보도를 막고 싶었다 해도 12월 3일 다음 날은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이 예정되어 있어 대부분의 국회의원이 지역구로 내려가지 않고 서울 근처 숙소에 있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국회의원이 빨리 모일 거라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아무리 빨리 모인다 해도 계엄군을 투입해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면 무리한 실행도 이해가 된다. 










‘반란군’의 모순적인 양심선언’


포고령이 발표된 직후, 나는 계속해서 유튜브로 국회 상황을 지켜봤다. 서울 한복판에 헬기가 뜨고 장갑차가 나타났다. 나는 지금까지 있는지도 몰랐던 여러 특수군의 실체를 직접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이제까지 군대는 나에게 그런 것이었다.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존재감을 가지고 극비리에 훈련하다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나타나 도움을 줄 거라고, 단 한 번도 믿어 의심치 않던 정의롭고 영예로운 집단. 


대통령이 선포한 불법 계엄령 해제를 막기 위해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명령을 받은 계엄군의 모습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마치 영화 <서울의 봄> 촬영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잘 훈련된 무장한 군은 그 존재 자체로 시민에겐 공포와 두려움을 준다. 아무리 현장으로 간 계엄군이 출동 목적을 몰랐다고 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해서 괜찮은 걸까? 





백번 천 번 양보해도 군이 국회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진입한 순간, 어떤 군과 지휘관도 친위 쿠데타에 공모 및 동조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 쿠데타가 실패했으니 모든 사령관과 지휘관, 군인들이 “명령을 어길 수 없어 출동했으나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실탄은 장전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바보인 척, 무능한 척 말하는 거지, 만약 이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상황은 정반대였을 것이다. 


더 치밀하게 쿠데타를 계획했다면 국회를 먼저 봉쇄한 후 계엄령을 발령했겠지만 그러려면 군의 이동이 사람들에 노출되고, 정보가 유출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잘 준비를 하는 시간에 기습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한 직후 국회로 군을 보낸 건 그만큼 국회 장악에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자신 있었다는 뜻이고, 무장한 최정예 특수부대가 비무장한 국회 안 사람들을 제압하는 건 문제없을 거라 예상했다는 의미다. 


사악하고 교활한 의도로 헌법을 위반하는 기습적인 계엄령을 그들은 실행에 옮겼다. 결국 군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진입함으로써 범죄의 행위가 완성되었고, 실패와 성공의 결과를 떠나 윤석열은 전 국민이 증인인 내란 수괴 현행범이 되었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 건 무모하고 무능했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도 자신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반란 작전을 혼자서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해 보며 ‘아, 난 역시 천재야’라고 뿌듯해했을 미소가 떠오른다.

      









스마트폰 하나 들고 맨몸으로 맞선 시민들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윤석열이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야당 국회의원들의 기민한 대응과 맨몸으로 무장한 군에 맞선 시민들이었다. 자신만의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을 보통의 사람들이 군대에 맞서 든 무기는 스마트폰과 용기뿐이었다. 윤석열은 자신이 일생에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민주화 운동과 시민운동을 통한 고결한 인간의 성질과 행태를 고려하지 못했다. 70~80년대 대한민국의 군사 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해본 사람이 야당 국회의원의 반 이상이다.      






김건희가 평소 죽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는 김어준의 딴지방송국과 여론조사 꽃 건물에 군 체포조를 보낸 건 이 쿠데타가 얼마나 사적인지, 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민간인 김건희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지난 총선의 대패 원인이 김건희의 부패와 비리, 국정 농단이 아니라 북한 세력과 공조한 더불어민주당 반국가세력의 부정선거라 굳게 믿고 있는 윤석열은 김건희의 가스라이팅과 확증 편향적인 사고, 망상,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국회 점령보다 더 많은 병력을 또 다른 독립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 보냈다. 


지금까지 나온 언론 보도와 반란에 동조한 이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이 쿠데타의 목적은 ‘화살촉’ 같은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 그대로 선관위 서버를 털어 증거를 심고 이를 명분으로 현 22대 국회를 해산한 후 전두환 독재 정권에서 흥했던 체육관 선거를 부활시켜 새 국회를 구성하겠다는 것이었다.  

    

군경 통수권 가진 대통령이 유일하게 마음대로 못하는 독립 헌법기관은 국회와 선관위였다. 이 둘만 장악하면 정권 연장은 무한으로 가능하다. 그렇게 이승만으로부터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독재 정권의 비극이 수십 년간 이어졌다. 대한민국 국민이 직접 경험하고 목도한 역사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그 아프고 서러운 역사를 하루하루, 잘근잘근, 악착같이 살아내며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반세기 만에 눈부신 나라로 만들었다. 박정희, 전두환이 한 게 아니었다. 우리 할머니, 아빠, 엄마 같은 보통의 시민의 묵묵한 성실함이 이뤄낸 것이었다.


그랬다. 내 나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화살촉 햇살반 선생이었다. 파국으로 치닫던 햇살반 선생은 결국 국민의 목숨과 안전을 담보로 제 권력을 추구하는 내란 수괴가 되기로 스스로 선택했다. 









나는 민주주의를 너무 당연하게 여겼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2024년 12월 4일 새벽 1시, 재적 국회의원 300인에 190인 재석, 190인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상황은 급박했다. 계엄군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본 회의장 입구 로텐더홀까지 들어왔다. 국회 당직자와 의원 보좌관들은 본 회의장 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발을 동동 굴렀다. 몇몇 흥분한 의원들이 전자 투표 대신 거수로 빨리 처리하자고 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과 국회의장은 윤석열이 어떤 인간인 줄 모르냐며, 이럴 때일수록 합법적으로 한치의 흠결 없이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수많은 시민은 함께 기도했다. 얼마 후, 국회의원은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걸고 국회에서, 국민이 위임한 표결에 침착하고 고결하게 참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의결 즉시 이를 선포하고, 대통령실에 알렸다. 

그제야 계엄군은 우왕좌왕하다 마지못해 어영부영 철수하기 시작했다.    





추경호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몰랐을까?


평범한 화요일 밤 10시 23분, 윤석열의 기습 계엄 선포 이후 1시간 만에 190명의 국회의원이 담을 넘어 국회 본 회의장에 모였다.


그 와중에 민주화 이후 최초의 불법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집권당인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경호가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크다. 




계엄 선포 당시 추경호는 국회 안에 있었지만, 국민의힘 의원 단체 채팅방에 국회가 아닌 국민의힘 당사로 집결하라고 공지를 내렸다. 그리고 본인은 당사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같은 시간, 자신은 심지어 국회 안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 있었으면서도 본 회의장으로 이동하지도, 표결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본 회의장에 있던 친한계 국회의원들에게 당사로 오라고도 했고, 우원식 국회의원에게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를 행사할 권리를 달라고 의결을 1시간 늦춰달라고까지 했다.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에 의하면 계엄령 선포 직후 윤석열은 추경호에 전화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윤석열이 계엄령 선포 당일까지도 추경호가 명태균으로부터 20억을 받았다는 녹취로 시끄러웠는데, 추경호와 국민의힘 윤핵관들이 계엄령 계획을 몰랐을까?




<국회 비상계엄 해제 의결 불참자 명단>


더불어민주당(17명) 

김민석 김정호 박범계 박수현 박용갑 안규백 양문석 이광희 이개호 이기헌 이병진 이춘석 장종태 전재수 정동영 추미애 황정아


국민의힘(91명)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고동진 구자근 권성동 권영세 권영진 김건 김기웅 김기현 김대식 김도읍 김미애 김민전 김상훈 김석기 김선교 김소희 김승수 김예지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김태호 김희정 나경원 박대출 박덕흠 박상웅 박성민 박성훈 박수영 박준태 박충권 박형수 배준영 배현진 백종헌 서명옥 서일준 서지영 서천호 성일종 송석준 송언석 신동욱 안상훈 안철수 엄태영 유상범 유영하 유용원 윤상현 윤영석 윤재옥 윤종오 윤한홍 이달희 이만희 이상휘 이성권 이양수 이인선 이종배 이종욱 이철규 이헌승 인요한 임이자 임종득 정동만 정점식 정희용 조배숙 조승환 조은희 조정훈 조지연 주호영 진종오 최보윤 최수진 최은석 최형두 추경호 한기호


개혁신당(2명)

이준석 이주영





국회의 시민들과 온라인으로 지켜보던 시민들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나서도 윤석열이 거부할지도 모른다며 잠에 들지 않았다. 현재 나온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이후 여인형 방첩 사령관이 대통령의 거부권이 가능한지를 검토했다고 한다. (국회의 계엄령 해제 의결을 대통령은 거부할 수 없다.) 그래서 시간이 걸렸는지, 새벽 1시 국회의 빠른 계엄 해제 의결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윤석열은 비상계엄 해제를 선포했다. 그마저도 국무회의 의원 정족수가 모자라 좀 더 기다렸다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해제 담화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러나 조금 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습니다.


바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하여 계엄을 해제할 것입니다.


다만, 즉시 국무회의를 소집하였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 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끝없는 ‘만약…’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의사당의 담을 넘기 전 계엄군에 먼저 잡혔다면,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보다 계엄군이 먼저 도착했다면,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특별 표결의 재적인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했다면, 시민들이 국회 밖에서 계엄군과 경찰과 맞서 시간을 벌어주지 않았더라면, 국회 안 보좌관들이 적극적으로 계엄군의 진입을 막지 않았더라면, 누군가 욱-해서 발포를 했더라면, 누군가 다치거나 죽기까지 했다면………….


그 수많은 ‘만약’을 곱씹으며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의 소소한 일상에 국가가 한밤중 유리창을 깨고 들어와 총구를 들이댔다. 그리고 나에게 공기 같은 민주주의를 훔쳐 갔다. 


여전히, 한없이 연약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화살촉 광신도 햇살반 선생이 대통령이 된다면 언제든 산산이 부서져 버릴 수 있다는 걸 각성했다. 


끔찍하게 두렵고 긴 밤, 

이 쿠데타의 실패는 그들이 무능하고 엉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잘해서라는 걸 알았다. 


지금처럼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던 80년대,

방송국과 신문사를 봉쇄하고 물밀듯 몰려오는 계엄군에 맞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수많은 광주의 ‘동호’들과 ‘박종철’들과 ‘이한열’들, 

그리고 수많은 무명 씨들이

2024년, 우리의 시간을 벌어준 거란 걸 절절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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