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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의 세계

1.1학년 김연희

1. 1학년 김 연희     

   오늘은 연희에게 특별한 날이다.

3월에 엄마가 새로 사준 분홍색 원피스에 흰색 레이스가 달린 발목 양말을 신고 리본이 달린 노란 구두를 신는다. 이런 시골 아이들은 잘 입을 수 없는 옷과 신발이다. 

“김연희 할 수 있어!”

양 갈래로 단정하게 딴 머리를 매만지며 체면을 걸어본다. 

이때 연희보다 3살 많은 6학년 현수삼촌은

“야! 김연희 네가 할 수 있겠어?”

 연희를 툭 치면서 비아냥거린다.

연희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긴 했지만 오늘 만큼은 기분을 망치면 안된다.

그래도 별 반응이 없자 현수 삼촌은 연희의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잡아 당기며

“연희 너 이번에는 전교생 앞에서 또 오줌 싸지 말고 그냥 포기 하시지.”

역시 얄미운 삼촌이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연희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다 외운 원고를 혹시라도 잊을까봐 또 외우고 또 외운다. 

아직도 연희를 우습게 보는 그 아이들 에게 보여 주고 싶다. 이젠 1학년때의 그 찌질이 김연희가 아니다.      

1학년 입학과 동시에 연희의 학교생활은 지옥의 시작이었다. 

“김명희.”

“네”

“네”

연희와 명희라 불리는 아이는 앞으로 나갔다.

“이 공책 누구 거지?”

“제 거요”

선생님의 질문에 다른 아이가 대답 했다. 

반 아이들은 자기들 끼리 수근 대기 시작했다. 

“쟤는 이름도 모르나봐.”

집으로 돌아온 연희는 

“할머니, 제 이름이 김연희예요?”

“뭔 소리여, 넌 네 이름도 몰라?”

연희는 할머니의 대답에 ‘그렇지 선생님이 잘 못 알고 계신거야’ 안심되었다.

다음날 선생님께서는 종이 한 장 씩을 나눠 주시면서 작성해 내라고 말씀 하셨다. 

아버지 이름 박성만 적었다, 어머니 이름 김진숙. 형제 없음. 그 다음은 냉장고 1대, 텔레비전1대, 세탁기 없음, 전화기 있음, 선풍기1대, 전축 있음 이렇게 표시를 했다. 옆 짝꿍

은 연희가 적은 것을 살짝 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 부러운 표정을 한다. 연희도 짝꿍의 것을 살 짝 보았다. 냉장고 없음, 텔레비전 없음, 세탁기 없음, 없음. 없음 거의가 없음이었다. 

“다 한사람?”

연희는 자신 있게 번쩍 손을 들었다.

쉬는 시간, 몇몇 친구들이 소곤소곤 말하기 시작했다. 연희의 시선들과 마주친 친구들이 눈길을 피아며 소곤댔다. 그중 한 명이 크게 말 했다. 명희였다.

“야, 김연희! 너 아빠가 박 씨 라며? 그리고 아빠이름도 모른다고? 그런대 왜 너 이름은 김 연희야? 왜 박명희라 하지 그래?” 교실이 갑자기 조용해 졌다. 

“그래, 우리 아빠 박 씨야,우리 아빠 일찍 돌아가셔서 아빠 이름을 모른 다 왜?”

연희는 지지 않으려고 명희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러면 왜 넌 김 씨야? 네 아빠가 박 씨면 너도 박 씨여야지?”

“난 엄마가 김씨라서 그렇다 왜?”

“그런게 어디 있어? 난 처음 들어 엄마성이 김씨라고 너도 김씨야?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들이 수근 거렸다. 연희는 그냥 의자에 앉아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아이 씨, 넘어 오지 마.”

연희의 짝꿍은 악명 높은 개구쟁이 남자 아이다. 

“비켜줘, 화장실 가게”

“싫어, 네가 알아서 나가”

연희는 난감 했다. 몇 번을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연희는 결국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3교시

시작 종소리를 들어야 했다. 

“선생님, 연희 오줌 쌌어요.”

급기야 연희는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연희야, 가방 싸서 집에 가자, 내일 부모님 오셔야겠다.”

선생님께서 연희 가방 싸는 걸 도와 주셨다. 

다음 날이 밝았다. 할머니와 학교에 가게 됐다. 

‘반 아이들도 우리 무서운 할머니를 보면 나를 놀리지 못하겠지?’

연희가 교실에 도착했다. 반 친구들의 시선이 연희에게 집중 됐다. 연희의 짝 남자 아이는 자리를 열어 주려 하지 않으려 했다. 

“비켜 들어가게”

“왜 또 오줌 싸게? 오늘은 똥을 싸려나? 더러워서 자리 못 비켜 주겠네.”

반 아이들이 연희를 보며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연희가 자리로 들어가 앉는 순간 책상 위 글씨들이 보였다. ‘오줌 싸게, 멍충이, 박연희, 병신, 바보’

그러다 복도에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를 한 아이가 발견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눈짖을 하기 시작 했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수업이 시작되고 다시 쉬는 시간이 되었다. 

명희가 연희 옆으로 오더니 쏘아 붙이듯이

“너 네 할머니 무당이지?”

이때 연희의 짝이 끼어들었다.

“너 네 할머니가 무당이면 너도 무당인거야?”

“어, 무당을 놀리면 벌 받나? 아이고 무서워라 연희 . 무당님 잘못 했어요.”

비는 시늉을 하는 연희의 짝을 보며 몇몇 아이들이 웃음 띤 얼굴로 따라하며 시늉을 낸다.

그 고단한 하루를 끝낸 연희가 집에 돌아왔다.

“네 이름은 김연희다. 김명희가 아니야, 앞으로 그렇게 쓰고 그렇게 알아. 그리고 학교에서 아버지 이름을 쓰라하면 김윤태 어머니 이름 쓰라하면 이순녀 라고 하면 돼.”

할머니는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다만 그렇게 힘겨운 1학년을 보내는 어느 날 밤 잠결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하시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당신은 애 이름을 바꿨으면 이야기를 해야지 애가 학교에서 지 이름도 모르는 애가 돼버렸잖아요,”

“나도 깜박 했네 출생신고하면서 밝을명 보다는 넘칠연이 나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출생신고 늦게 하는 바람에 벌금 내라니까 거기에 정신 팔려서 잊고 있었네 그려.”

연희는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왜 이름이 명희에서 연희로 바뀌었는지는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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