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연희의세계

4.현수삼촌

4.현수 삼촌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긴 장마에 진흙으로 되어있는 시골길은 아이들의 장화를 붙잡고 세찬 비바람에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간신히 붙들고 있는 우산들이 뒤집혀 지고, 비바람에 날라 가는 이 풍경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마철의 등굣길의 모습이다.

 학교가 마칠 시간이 되자 파랗고 선명한 하늘과 맑은 햇살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까지 부는 기분 좋은 날씨였다. 연희는 하교 길 역시 열심히 소리를 내어 원고를 외운다. 

“여러분 여러분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 보내신 적이 있는지요? 부모님이 보고 싶어도 형제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 심정을 아시는지요?” 연희는 슬픈 표정으로 감정을 넣어 소리를 내어본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이 힐긋 힐긋 연희를 처다 본다. 연희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소리를 내어 본다. “방송을 보시면서 눈물을 흘리시는 할아버지를 보았습니다. 가족을 찾습니다. 라는 판넬을 들고 서있는 우리의 이웃들 …” 연희의 30분 거리의 등하교 길은 원고를 외우고 연습 할 수 좋은 시간들이었다. 

이때 집으로 가는 길목 담장 밑에 계절에 앞서 펴있는 쓰러져 지나가는 차들에게  짓밟힌 코스모스 나무가 보였다. 그때 어린 연희의 눈에 커다랗게 들어온 분홍색 코스모스 꽃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추고 있었다. 

그 꽃을 보니 왜 그리 반가운지 활짝 웃으며 연희를 향해  춤을 추는 듯 했다. 

좋은 기분으로 이제 3일 앞으로 온 웅변대회를 위해 오늘도 연희는 계속해서 외우고 연습하며 집으로 향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본 할머니의 얼굴은 많이 우셨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고 충혈이 되어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안았다. 2시간 정도 지났을 때 현수 삼촌이 들어왔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할머니는 삼촌을 보자마자 삼촌 팔을 끌고 건너 방으로 끌고 들어가셨다. 

“너 이게 뭐야?”

할머니의 대성통곡 소리가 들렸다. 

“이 녀석아, 이게 뭐냐? 어떻게 이러냐?”

할머니가 지금 삼촌에게 화를 내고 계신다. 왜 그러시지?

연희는 이유가 궁금해 마루위로 올라가 건너 방 방문에 몸을 밀착 시켰다. 

“ 싫다고 약 먹기 싫다고, 엄마 이렇게 많은 약을 하루에 세 번씩 먹어봤어? 약도 커서 먹기도 힘들고 학교 가져가면 애들이 무슨 약 이냐고 물어보고.”

“그렇다고 약을 안 먹고 이렇게 쌓아놔?” 언제부터 안 먹은 거야? 약 보니 한 달은 더 된 거 같은데 그전 약도 이렇게 모아서 버린 거야? 의사 선생님 말씀 못 들었어? 약 꼬박 먹고 심한 운동 하지 말라고 그러셨잖아 너도 같이 들었잖아,“

할머니도 현수 삼촌도 소리 내서 한참을 울었다. 

“다음 주 병원 가는 날 이다. 알약 힘들면 가루약 달라 할게”

“싫어. 가루약은 쓰단 말이야.”

“그럼 어쩌라고?”

현수 삼촌의 말 없는 울음소리가 계속 들렸다. 

3년 전 연희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이었다. 

“엄마 배가 간지러워,”

로 시작한 현수삼촌의 두드러기 반응으로 시작한 병은 동내 의원에서 조금 큰 병원으로 그곳에서 서울에 있는 아주 큰 대학병원으로 가게 되었고 결국 학교를 1년 쉬면서 오랜 입원치료를 하게 되었다.

현수 삼촌이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지 몇 달 지났을 때 어린 연희도 삼촌이 개구 진 삼촌이 싫었는데 막상 삼촌을 오랜 시간 못 보니 궁금하고 심심했다.

그때 할머니께서“연희야, 현수가 너 좀 데려 오래. 원래는 12세 이하는 문병이 안 되는데 몰래 들어가야 해.”

연희는 삼촌도 궁금했지만 큰 병원도 궁금했다. 현수 삼촌이 좋아하는 야채 크래커, 바나나우유, 풍선껌 그리고 만화책을 몇 권 챙겨 기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병원직원들 눈을 피해 복잡한 병원 건물의 계단을 올라 현수 삼촌이 있는 5층 병실로 갔다. 이상하다 4층 까지 계단을 오른 것 같은데 병실에 가는 5층12호실이라  써있었다.       

5개의 침대가 있는 비좁은 병실에 들어가 창가에 앉아 있는 현수 삼촌에게 다가 갔다. 환자복을 입은 삼촌은 얼굴이 하에 보이는 거 말고는 텔레비전에서 본 것처럼 침대에 누워 말하기도 힘든 그런 환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현수 삼촌은 연희를 보고 살짝 웃었다. 그 개구 진 삼촌의 모습은 아니었고 얌전하고 힘이 없어 보였다. 

“삼촌”

연희는 가방 속에 삼촌을 위해 가져 온 먹을거리와 만화책을 꺼냈다. 

“뭐 하러 가져와. 여기는 책도 빌려줘. 근데 재미없어.”

삼촌은 연희가 가져온 만화책을 들더니 한 장씩 뜯었다. 

“삼촌”

“괜찮아, 내건데 뭐.”그러더니 비행기를 접었다.

“내가 하도 심심해서 하는 놀이야, 너도 접어.”

연희도 삼촌이 주는 만화책 종이를 들고 비행기를 접었다.

삼촌은 접은 비행기를 들더니 연희에게 침대 위로 올라오라했다.

연희가 신발을 벗고 병실 침대위로 올라갔다. 

현수 삼촌을 따라 창밖을 보았다. 커다란 창문을 활짝 열리지가 않고 중간 즘 비스듬히 열려 시원하게 바깥바람을 쏜다. 몸을 완전히 내 놓을 수 는 없었다. 그 창문 밖 다른 건물들의 옥상위로 누런 종이비행기 들이 여기 저기 퍼져있었다.

“내가 다 날린 거야.”

“그래도 돼?”

“.....”

“저건 무슨 종인데?”

“여기서 빌린 책”

“그러면 어떻게?”

“알게 뭐야, 난 죽을지도 모르는데.”

연희는 삼촌의 슬픈 눈빛을 봤다.

“연희야, 여기가 몇 층인지 알아?”

“5층”

“여기 4층이야”

“5층이라고 써있는데”

“그건 4자가 한자로 죽을 사 거든 그래서 4층을 5층으로 하는 거야.”

“.......”

“그래서 난 죽을 거야. 나 심장병 이래. 그건 숨을 못 쉬는 병”

연희는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랬던 현수 삼촌이 그 뒤 여러 날이 지나고 집으로 왔다.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약을 한 아름 받아온다. 매 끼니 마다 먹는 약은 빨강, 파랑, 초록 ,하양, 노랑 색색 가지 알약으로 한 봉에 7개의 알약이 들어있었다. 현수 삼촌은 연희에게도 그 약들을 보여주며 먹어보라고 하기도 했다. 그 뒤 삼촌의 어리광은 더 심해졌다.  무남독자 외아들 현수 삼촌은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삼촌 위로 두 자녀를 아래로 또 한 자녀를 잃은 하나님은  귀한 아들이다. 이런 귀한 아들이 큰 병을 얻은 것이었다. 

삼촌이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되고 새 학년이 될 때마다 할머니는 학교를 찾아가 심한 운동은 하면 안 된다. 부탁을 드려야했다. 하지만 동년배보다 나이가 한 살 많은 현수 삼촌은 태권도부, 육상 부, 축구부에서 삼촌을 섭외했고 삼촌 또한 운동부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기겁을 하며 결국 보이스카우트에 입단 하는 걸로 또한 할머니가 학부모 대표를 하는 것으로 현수 삼촌의 마음을 잡게 했다. 이런 삼촌이 연희에게는 번잡 할 수 없는 얄미운 철 업는 집 주인일 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질병으로 인해 고통을 안고 있는 현수 삼촌이 마냥 부러운 것 보다는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희의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