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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의세계

5.엄마의 결혼식

5.엄마의 결혼식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연희에게 어떤 낯선 아저씨 한분과 마당에 서서 아장 아장 걷고 있는 귀여운 사내아이가 눈에 들어 왔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연희의 목소리가 들리자 동네 친척 아주머니가 얼른 나오신다.

“연희 왔니?”

하시더니 연희의 손을 잡고 설명도 없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신다. 

“왜 그러세요?”

“연희야, 집에 손님이 오셨잖아, 그 손님 가시면 가.”

무당인 할머니 집은 평소에도 손님이 많다. 손님이 오시면 심부름하기 바쁜데 오늘은 왜 그러지? 연희는 궁금함으로 마당에서 서성이다. 집으로 향해 걸어가 대문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대문 틈에서 연희의 눈에 보였다. 

“어, 엄마다.”

그 순간 현수 삼촌이 내 팔을 잡고 담장 기둥 뒤에 숨었다. 

연희 엄마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를 하고 아까 보았던 그 꼬마와 아저씨와 함께 담장 옆에 세워진 검정색 승용차를 타고 사라졌다.

아무도 지금의 상황을 연희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 

평소 장난이 심한 현수삼촌도 연희의 눈치를 보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뒤 며칠이 지나고 일요일 아침 할머니는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단정히 올리시고 한복을 꺼내 입으시며 할아버지는 평소 안 입으시던 양복을 꺼내 입으셨다.

 이웃에 옹기종기 살고 있는 친척들이 한명 두 명 오시더니 어디를 가실 차비를 하고 있다. “왜, 연희는 준비 안하니?”라는 친척 아주머니의 소리에 

“겐, 안가.”할머니는 단호히 말씀 하셨다.

 “아니, 자기엄마 결혼식인데 왜 안가?”이 말에 분주한 집안이 찬물을 끼언진 듯 조용해 졌다. 

연희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책상 앞에 업드렸다. 

밖에서는 어른들의 나무라는 소리와 수군대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이때 현수 삼촌이 방으로 슥 들어 왔다.“연희야, 옷 입어. 나랑 가자.”

“…”

“ 이 병신아 네 엄마 결혼식에 내가 데리고 갈게.”

“삼촌이 어떻게? 할머니가 안된다잔아.”

“몰래 가면 되지 내가 어딘지 알아 준비해.”

연희는 잠시 망서렸지만  집안의 어수선함 틈을 타 따라 나섰다. 

기차를 놓칠세라 숨이 헐떡일 만큼 뛰어 간신히 서울 행 기차를 탓다.

“삼촌 예식장이 어딘지 알아?”

현수 삼촌은 손에 든 초대장을 연희에게 보인다. 

신부 김진숙  신랑 이민성 이라 적혀 있다. 연희는 이 글씨를 읽으며 알 수 없는 마음이 든다.  연희는 슬픈 건지 마음에 구멍이 난 것 같기도 하고 저린 느낌도 들고 뭐라 설명 할 수 없는 마음이다. 

기차가 목적지역에 도착 하였다. 

현수 삼촌은 지나가는 어른들에게 초대장을 보여주며 길을 물었고 연희는 조용히 따라 갔다.

“삼촌은 어떻게 여기를 알아?”

“이 바보야, 난 여기 있는 병원 한 달에 한 번씩 오잔아.”

드디어 초청장에 있는 그 건물에 도착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내려 식당입구에서 초대장을 직원처럼 보이는 분에게 보여드렸다.

“여기 맞는데 아직 2시간이나 남았네.”

현수 삼촌과 연희는 건물 밖으로 나와  시골에서 볼 수 없는 커다란 문구점과 옷가게 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다시 돌아온 결혼식 장소는 연희가 생각했던 그런 결혼식이 아니었다. 5층 식당 입구에 도착하자 좀 전에 안내를 해 주었던 직원분이 식당 안에 있는 복도 끝에 있는 방으로 안내를 해 주었다. 도착한 미닫이문이 살 짝 열려 있었다. 생각보다 방이 커 보였다. 하얀색에 약간의 꽃무늬가 있는 한복을 곱게 입은 엄마의 모습에 연희 눈에 들어 왔다. 그 옆에 그 때 시골집에 왔던 그 멋쟁이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엄마 옆에는 낯이 익은 시골 가족들, 또 그 맞은편에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 그때 봤던 꼬마아이를 한 어른이 안고 있었다. 문틈사이를 도둑마냥 지켜보던 연희의 눈에서는 소리도 내지 못하며 눈물을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현수 삼촌은 연희의 팔을 잡아당기고 연희를 식당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집에 갈래?”“..........” 

현수 삼촌의 말에 연희는 대답 없이 울기만 했다. 

“집에 갈 거냐고?”

연희는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따라와”

현수삼촌의 뒤를 따라 간 곳은 시끄러운 오락실 이었다. 현수 삼촌은 연희에게 50원짜리 10개를 쥐어주었다. 

“이것만 써, 그리고 갚아”

연희는 처음 경험하는 광경에 어리 둥절 했지만 50원짜리 동전을 넣고 이 기계 저 기계를 기웃 거리며 얼마 안되는 시간에 동전을 다 써 버렸다. 반면 현수 삼촌은 비행기에 비사일이 나오는 기계 앞에서 계속 오락을 즐기고 있었다. 잠시였지만 연희는 기분이 조금 나아 졌다. 

“배고파. 너 돈 없어?” 

연희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삼촌은 인상을 쓰며 거리에 있는 좌판 떡볶이 파는 곳으로 가 떡볶이와 오댕 을 시켰다.  

“야, 김 연희, 너 나중에 돈 생기면 다 갚아라, 나 너 때문에 개털 됐다.”

연희와 삼촌은 다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니 가족들의 흔적이 여기저기 어지러져 있었다. 연희는 당연한 몸짓으로 마당의 신발들, 마루에 있는 옷가지들, 부엌의 쌓인 아침 먹은 그릇들을 치우고 정리한다. 

연희는 위로가 필요하다.  연희는 또다시 눈물이 난다. 

이때 꼼지락 소리 나는 마당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검둥이를  향해 연희는 말은 건넨다. 

“메리야, 너는 엄마가 어디 있니? 엄마가 누군지는 아니?”

멍하니 연희만 바라보는 검둥이 에게

“메리야, 이젠 엄마를 볼 수 없는 건가? 앞으로는 엄마를 기다리면 안 되는 거지?”

연희는 몸을 돌려 마루 끝에 누워 처마 끝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저 하늘 아래 내 편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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