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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의세계

6.웅변대회

6.웅변대회          

연희는 이번 웅변대회를 잘 해야 한다. 

1학년 때의 아픈 치욕을 생각 하며 연희는 자신이 너희들 보다 잘 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받아쓰기도, 산수 공부도 100점을 받아냈다. 

체육 시간이 되면 악작같이 달렸다. 윗몸 일으키기는 옆 아이의 횟수가 늘 때마다 힘을 다해 올라 왔다. 철봉 매달리기를 할 때는 옆 친구들이 달려 있으면 끝까지 얼굴이 상기되고 온몸이 힘이 빠져도 끝까지 남으려 이를 악물었다. 

“연희야!”

“네”

“할 수 있지? 연습 할 때 잘 했으니까 걱정 하지 말고 지금 까지 한 것처럼 하면 되는 거야, 연희 파이팅 이다.”

“네 선생님,”

운동장에는 전교생들이 모래바닥에 앉아 있다.

구령대 위에 단상이 놓여 져 있고 심사위원 선생님들은 단상 뒤에 앉아 계신다. 연사들은 구령대 아래 순서대로 가슴에 번호와 이름을 붙이고 의자에 앉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린다. 

“이번 순서는 참가 번호 5번 3학년 4반 김연희, 제목 할아버지의 슬픔 ”

연희는 구령대로 올라가기 전 휘날리는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언고 경례를 한다. 그 뒤 구령대로 올라가 심사위원들을 향해 90도 인사를 한 뒤 단상 앞으로가 운동장 청중 들을 향해 인사를 한다. 

3학년 4반 학생들은 자신의 반대표가 올라가자 더욱 힘차게 박수를 친다.

연희의 다리는 너무 떨려 한쪽 다리가 마비가 되는 기분이다. 입안의 침도 마르는 것 같다. 하지만 연희는 열심히 연습했다. 원고를 다 외웠다. 할 수 있다. 연습 할 때는 선생님께서 아주 잘 했다 칭찬도 해 주셨다. 

연희는 마른 목에 침을 꿀꺽 한번 삼키고 입술에 침을 발랐다. 땀이나 축축해진 손바닥을 허벅지 치마위로 문지르고 이미 다 암기한 원고를 말하듯 읽기 시작 했다. 

“여.....러.....분”

“여......러.....분”

큰일이다.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소리도 작다. 연희는 잠시 눈을 감고 체면 을 건다.

‘김연희 할 수 있어. 넌 할 수 있어. 너를 보여줘’

그리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러.분! 여러분은 사랑하는 엄마 아빠 언니 동생과 헤어져 살아가는 것을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 저희 할아버지는 6.25전쟁이 일어난 이맘때가 되시면 저 북쪽 하늘을 보시며 눈에 눈물을 흘리시곤 합니다. 전쟁이 일어나던 그 때 인민군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그때 당시 20살이었던 할아버지께서는 ”어머님 아버님 잠시만 피난 다녀오겠습니다. 동생들아, 이 오빠는 잠시만 피해 있다가 전쟁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 올테니 부모님 잘 모시고 있거라, ..”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TV를 보시면서 눈물을 흘리시고 또 흘리시는 우리 할아버지의 마음을 저는 아직 잘은 모르지만 가족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아플지 목이 메이고 가슴이 아플 지경입니다…“

연희의 그동안 연습은 헛되지 않았다.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슬픈 대목에서는 울먹이는 목소리에 슬픈 표정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끌었다. 연희의 마지막 외침에 대중들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우리는 저 북녘 땅의 공산당을 몰아내고 남북이 평화 통일을 이루어 우리 할아버지처럼 이산가족 분들이 하루빨리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야 된다고 이 연사 강력 히 강력 히 외치는 바입니다.“

“와~~와~~”

운동장에서는 큰 박수소리와 외침이 들려왔다. 

12명의 연사들의 웅변이 끝나고 드디어 시상식 시간이 왔다.

연희의 심장이 마구 뛰는 시간 

“우수상 참가 5번 3학년 4반 김연희”

“연희야, 잘 했어,”  “연희야 축하해.” 친구들로 둘러싸인 연희는 많은 축하를 받았다. 

자기 이름도 모르는 아이, 아버지 성도 모르는 아이, 오줌 싸게, 무당집아이, 이리 놀림 받던 연희는 이제 그 치욕의 과거에서 해방되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이라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3학년 담임선생님께서 반대표로 웅변대회를 나가 보지 않겠냐는 제한을 받았을 때 연희는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2달 가까이 외우 고 외우고 또 외웠다. 슬픈 장면에서는 슬픈 표정을 강력히 주장해야하는 장면에서는 강한 눈빛으로  때로는 텅 빈 운동장 구령대에 혼자 올라가 운동장을 이리저리 쳐다보는 연습, 손을 올리는 연습을 하고 또 했다. 연희는 너무 기쁘다.

연희가 반 친구들과 교실로 들어가려하는데 운동장 한쪽 구석 그늘에 작은 나무 막대기로 바닥에 낙서를 하는 지 쪼그리고 앉아있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1학년 때 연희와 이름이 같았던 그 당당하던 김명희 이다.

“김명희”

명희라는 그 아이는 내리쬐는 햇살 에 눈이 부신지 한쪽 눈을 징긋 감은 얼굴로 자신의 이름이 불리우 는 곳을 향해 얼굴을 들고 위를 본다.

“김명희, 안녕!”

연희의 인사에 그 아이는 멍하니 바라만 본다. 1학년 때와는 사뭇 다르게 약해 보이는 그 아이, 연희는 그 아이를 뒤로 하고 상장과 부상으로 받은 국어사전을 들고 당당히 교실로 향해 걸어간다. 

집으로 돌아온 연희는 자랑 하고 싶다. 

“할머니, 나 상 받았어요.”

큰 감동 없이 할머니는 하시던 일을 계속 하시며

“그래 잘 했다.‘

예상은 했지만 연희는 조금 서운하다. 아마 현수 삼촌이 상을 받았다면 엄청 칭찬 해 주셨을 거다. 저녁을 먹고 안방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연희 전화다”

“여보세요”

“명희야, 엄마야”

“엄마는 나 연희로 이름 바뀐 거 몰라?”

“어 그래 미안, 엄마가 자주 못가서 미안해 전화도 자주 못하고”

“왜 자꾸 미안하다 그래?

연희는 이제 엄마를 기다리지 않겠다고 다짐 했기에 

“엄마, 나 잘 있고 공부 열심히 하고 학교 잘 다니고 있어”

연희는 쏘아 붙이듯이 엄마에게 당당히 말한다. 

“어, 그래 할아버지 할머니 말씀 잘 듣고, 현수 삼촌 하고 싸우지 말고.”

“응”

“엄마 오랫동안 못가.”

“응”

연희는 올라오는 눈물을 참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건너 방 으로 건너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었다. 이때 현수삼촌이 따라 들어왔다.

“우냐?…야… 뭘 그래 그냥 넌 여기 사는 거고 어차피 엄마랑 같이 안 살잖아,”

“삼촌이 뭘 안다고 그래?”

“네 맘대로 해라 밤새 울던지”

연희는 대꾸 없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야, 김연희! 너 오늘 잘 하더라, 너 우수상 받은 거 내 덕도 있어. 내가 박수 엄청 크게 첬거든.”

현수 삼촌은 수줍은 듯 한마디 내 뱉고는 방을 나갔다.

다음날 아침 연희는 더욱 당당한 발걸음으로 학교에 갔다. 

교실에 들어가 앉으니 몇몇 여자 친구들이 연희 옆으로 모여 들었다.

그 중 반에서 부 반장을 하고 인기가 많은 여자 아이가 연희에게 케잌 그림이 그려있는 종이를 내밀며 

“연희야, 이번 주 토요일 내 생일 파티 할 건데 초대 할게.”

연희는 종이를 받아 가만히 바라봤다. 

지금 것 한 번도 받지 못했던 그 부러웠던 생일파티 초대장이다. 이제는 연희도 그 무리에 낄수 있게 된 것이다.

연희는 시큰둥한 것 같은 반응으로 초대장을 받았지만 연희의 속마음은 햇살좋은날 바람에 흩날리는 코스모스의 마음 같았다. 

연희는 무슨 일 이든 자신감이 생겼다. 이젠 반장선거에도 나갈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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