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스나씨 Oct 28. 2022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인생 경험치+

ENFP-쌍둥이자리의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


사람들이랑 있으면 즐겁다. 아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내 실물자산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크기의 기쁨이다. 특히 기존 노멀한 관계 속의 사람들이 아닌, 내가 잘 알지 못했던 분야, 혹은 전혀 교류가 없던 새로운 관계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더 즐겁다.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ENFP 쌍둥이자리들은 나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다. 혹시 뭔가 더 재미있는 것은 없을지 탐색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도전이다.  



페루 마추픽추, 중국(?) 백두산 천지에서 만난 그대들
그리스 로도스섬 & 모로코 와디럼사막에서 만난 그대들




거기에 더해 관심은 있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둔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게 되는 경우 시너지가 발생하여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질문을 퍼붓는다. 몰디브의 다이빙 센터의 강사를 만났을때 재미있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이런 삶에 대해 만족하시냐고, 그가 보았던 물고기 중에 가장 멋진 것은 어떤 것이었는지 무섭지는 않았는지, 바닥까지 내려가면 무엇이 있는지 계속 질문을 퍼부었다.  메타버스의 한 종류인-게더타운(Gather town)맵을 제작하는 업체 직원분을 만났을 때도 너무 즐거웠다. 지금껏 궁금했던 모든 것들을 끄집어 내서 펼쳐놓았다. 그 분야의 전문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멋지고 빛난다. 함께 있으면 즐겁다. 고백하건데 10대시절 한 때는 당시 나의 장래희망이었던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반영하여 20세 컴퓨터 공학도가 된 나를 공상하며 소설을 쓴 적도 있었다.



몰딥 다이빙센터에 있던 액자+게더타운 결과물



우리회사(공공기관) 특성상 관련부처를 방문하여 업무협의 등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 소수의 야심가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소위 갑의 위치의 그들을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릴 것이다. 뭔가 우리편을 들어주지 않는 적이라고 생각하고 선을 긋는 경우도 실제 많이 봤다.


하지만 우리 ENFP들은 그것마저도 즐겁다. 주무관, 사무관님들의 생활이 궁금하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행정고시 5급패스는 한때 나의 꿈이기도 했다. 시너지가 또 생긴다. 그들의 손에서 정부정책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는지 옆에서 구경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우리회사가 하는 일과 비슷할 수도 있겠지만 신기하다. 우리는 사장님 보고건이 생기면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서 상당히 힘든데 그들은 큰 일이 생기면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겠지? 스케일이 다르네! 그러면서 무슨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특히 일반인들은 절대 모르는 그런 사건들은 없었을까?


그렇게 그냥 순수한 호기심으로 다가가다 보니 공무원들이라고 해서 많이 어렵다고 느낀 적은 없다. 나는 크게 출세할 마음도 없고 그래서 많이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딱히 없다. 결론적으로 아부하고 싶지도 않고, 적대적으로 대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자체가 신기할 뿐이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본성에 이끌려 처절히도 솔직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번은 어떤 건에 대해 재촉해도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적이 있다. 결국  "까놓고 말해봐. 해주기 싫어서 이런거니? 나 이거 너한테 가져가기까지도 정말 힘들었다고. 그거 전부 헛수고로 만들셈이야?" 라며 울먹인 적도 있다. 그렇게 해서 생긴 인연은 결국 내가 인사발령으로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갔을때까지도 이어져서 내 후임자의 일처리에 큰 도움을 주었다.


회사생활을 돌이켜 보면 나는 다른 외부기관 또는 다른 회사와 함께 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새로운 만남을 추구하는 그런 성향에 적합한 상황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나마 예산업무라는 것이 정통 회계직의 루트인 회계/결산세무업무에 비해 많은 내부직원들과 직접 대화를 통해 조율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은 다행이었다. 물론 대부분 요청을 받아야하는 달콤한 갑의 위치에 있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들이 그렇게 싫지는 않았기에. 그러면서 아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갔고 주변에서는 '참 아는 사람이 많은 애'로 인식되어짐과 동시에, 내 입장에서는 적성에 잘 맞지 않는 업무임에도 불구 근 10년이 넘는 시간을 그렇게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런 현상은 ENFP-쌍둥이자리의 잘 질리는 성격도 한 몫했지 싶다.  '질린다'는 어찌보면 과격한 표현이라, 굳이 순화하여 말하자면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정신' 이라고 해야할까? 세상에 널려있는 오만가지의 재미있는 것들을 하고 죽기에도 모자란 시간인데, 오만가지의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죽기에도 모자란 시간인데 허투루 쓰기에는 아깝다는 이야기. 그리고 제목에도 적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내 경험치가 쌓이는 일이고, 그 경험치는 또다른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서 떠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내가 ㅇㅇ분야에 아는 어떤 사람이 있는데 말이야........'는 참으로 훌륭한 대화소재이기 때문이다.



지인들은 단시간에 그렇게 어떤 사람과 급격하게 친해지고 아는 사람이 많은 것이 신기하다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그래서 어쩌면 부럽다고 이야기들도 하지만, 실상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그들의 모든 것을 내어줄 만큼 아~~주 많이 친한 것은 아니다. 소위 말해 얕고 넓은 인간관계가 참 많다. 분명 회사에서 만나면 편하고 즐겁게 대화를 할 수 있는데 업무시간이 끝나면 개인적으로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받아서 가면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있는 사이. 그래서 정년퇴임을 하시는 선배님들을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까웠다. 친하긴 한데 전화를 드릴 정도로 친하지는 않은 애매한 사이. 그나마 회사에서는 지역이 떨어져 있어도 교육을 함께 간다던지, 출장을 간다던지 하면서 마주칠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렇게 퇴직해버리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하는 아쉬움. 다행스럽게도 이런 생각은 빈번하긴 해도 또 성격상 유효기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기에, 몇 시간만 지나면 잊어버리고, '아 오늘은 퇴근 후에 퇴직한 그 선배님께 전화나 한번 드려봐야지!' 백번 생각하다가도 퇴근 하면 잊어버려서 결국 그런 채로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지만. 마음만은 그게 아니었어요ㅠ. ㅠ 제발 알아주세요. 지금도 다들 무진장 그립습니다.  그렇다. 정이 엄청 많다. 표면적으로는 새 것만 좋아하고 바람을 즐기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실제로 바람둥이였던 도 있었지만, 모두 기본적으로는 사람들을 너무 좋아하기에 발생하는 일들이다. 비록 호기심이 충족되고 나면 급속하게 집중도가 하락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은건 좋은거니까. 오늘 누군가를  깊게 생각하고 내일은 까맣게 잊지만, 내일모레는 갑자기 관심이 생겨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많은 ENFP-쌍둥이자리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내가 어떻게 사람과 이렇게 친해졌지?"라고 반문하며 갑자기 친밀도가 급상승해버리는 시기가 있지만, 상황이 변하면 빨리 식어버리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가끔 센치해질때면 천성적으로 아는사람, 특히 친한사람이 자산이라 느끼기에 가끔은 과거 '우리가 정말 많이 친했던 그 시간' 들을 꺼내어보고 아쉬워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지금도 그때처럼 친하게 지내면 좋을텐데', '우리가 멀어진걸까?' 생각해보지만 결국은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원래 관계라는 것이 한 쪽에서만 노력해서 되는 건 아니니까 포기한다. 고등학교때는 별로 친했지만 서른살을 훌쩍넘기고 부쩍 친해졌었던 친구, 한 동안 매일 만났던 동네 친구겸 회사선배, 함께 여행까지 정도로 친했던 다른 기관 언니, 한때 거의 매주 만났었던 그 모임의 아이들도 그때의 우리를 많이 그리워 하고 있을까?        - 끝 -



맨날 이짓거리 하면서 인증샷 찍었는데ㅋㅋ











(여담)


하지만... 뭐 나이를 먹을 수록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다. 어릴적 그 누구보다 시끄럽게 학창시절을 보냈던 나이지만 얕고 넓은 관계가 어색하지 않은 이 상황을 보라. 그리고 이것 또한 변하고 있는 중이다. 동기모임을 먼 곳에서 하던지 말던지 프로참석러였던 내가 정말 오랜만에 열린 동기모임이었지만 지방근무를 핑계로 가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채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할 지라도 이제는 체력이 딸려서 좀처럼 집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슬픈 이야기. 예전에는 어떻게 하루에 3개 4개 약속을 소화했었는지 그때의 나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코로나19도 한 몫하셨다. 그간 여행도 못가고 하니 집안에는 놀잇거리가 넘쳐난다.


대표선수 : 조립놀이, 그림그리기놀이, 요리하기



그리고 역시 가장 큰 변화는 배우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 회사에 있으면서 그리고 아주 가끔은 새로운 환경을 만날 때마다 어김없이 본래의 내가 발동되기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대부분의 내 개인시간은 기꺼이 배우자에게 투자하는 것을 택한다. 어디서 이런애가 나왔는지, 호기심쟁이인 나에게 운 좋게도 999999명분의 캐릭터를 내뿜는, 속을 알 수 없는 신비로운 INFP+물병자리를 만났다. 같이 있으면 하루하루가 새로운지라 끊임없는 탐구정신이 발휘된다.


상당히 이상한 결론-ENFP들이여! 심심하지 않으려면 결혼을 잘하자?-에 다다르게 되어버렸네..

이게 아닌데 ㅠ_ ㅠ.....


쌍NFP 커플 화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ENFP의 시간강박과 정상 그 사이 어딘가(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