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바른생활'로의 회귀를 위한 몸부림
우선 내가 지켜봐온 최근 너의 생활 패턴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어디서 부터 이야기를 해야할까?
음....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살펴보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 같네.
#회사
출근을 한다. 회사에서는 뭘 하는 것인지. 시간을 때우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네게 닥친일이 적지 않아 보이던데 도무지 손을 안 대고 있더라?
오늘만 지나면 연휴를 거쳐 3월이다.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사업보고서를 작성하고, 입찰을 진행하기 위한 각종 자료들을 내놓기로 약속했던 바로 그 3월. 기존에 했던 업무도 아니고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라 후다닥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전혀 바빠보이지가 않더라? 몰래몰래 틈틈이 하는 인터넷 쇼핑에 빠릿하게 움직이는거랑 참 다르더라?
일을 시작해도 집중이 되는 시간은 극소인것 같다. 그나마 당장해야되는, 이를테면 임원 보고자료라던지 하는 것들은 늘 그렇듯 금방금방 하는데, 이렇게 기한이 늘어지는 업무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한없이 미루는 너를 보며, 역시 성향은 어쩔 수 없구나 싶기도 하다..
내가 지켜본 회사에서의 하루를 더 자세히 설명해볼까?
①일을 한다고 타이핑을 하다가 갑자기 내 미래가 걱정이 되서 ②상담학회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하고, ③혹시 온라인 학회 일정은 없는지 검색하다가 갑자기 집안일이 걱정되서 ④알콜티슈 따위를 주문하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뒤지며 가격비교를 하지. 그러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⑤환기를 하자 싶어서 자리를 비우고, ⑥자리에 돌아오자마자 그간 충전된 게임에너지를 써야하니까 스마트폰을 열지. 몇 분동안 스마트폰 화면을 누르다가 이제는 일하자고 화면을 닫는다. 드디어 ⓐ메신저를 확인하고 메일을 확인하면서 일을 좀 하는가 싶더니 또 뭔가 생각이 났는지 ⓑ웹 검색을 하며 미래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고 있어. 이제 두 번째 주기로 들어간 것이지. 문제는 이 주기가 몇 시간이 아닌 몇 십분 단위로 돌아간다는 것. 이렇게 몇 번 돌고나면 퇴근 시간이 가까워 와. 퇴근을 1시간여 남긴 시간부터는 아예 개인적인 일에만 몰두해. 그리고 메신저에 있는 누군가에게 집에 가고 싶은데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하지.
글로 적혀진 것을 읽어보니 어때? 너의 회사에서의 하루를 직면해보니 어때? 그래.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점점 강하게 깨닫고 있겠지? 정말이지 끝이 없는 반복이야. 각 단계마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시간은 5분 미만인것 같아. 이도저도 아닌 일을 하는 척을 하면서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그것을 깰 용기는 없고, 그냥 발만 동동 구르면서 손가락만 빨고 있어. 집중이 되지 않으니 시간은 너무 안 간다고 느끼고, 시계는 계속 바라보는데 막상 '아~ 오늘 한 것도 없는데 하루가 다 갔네~ 내일 해야지~'하며 미루는 것이 반복되니까 찜찜함이 더 커져갈 수 밖에 없는 거야.
이렇게 미뤄도 시간 내에 할 수 있다는, 정말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마감이 닥치면 해내겠지 싶은 자신감이 있어서, 일말의 찝찝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면야.... 그냥 너를 믿고 기다리겠지만, 너무 위태위태 보이는 것이 극명히 드러나보이기에....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듯이 조심스러워하는 것이 여실히 느껴져서 이대로는 정말 아니겠다 싶어서 말이 길어지고 있는 중이다.
#집, 그리고 취미생활
그렇게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온다. 도착하면 대략 6시 정도.
월요일에는 플룻 연습을 갔다가 8시쯤 돌아온다. 밥 보다는 호빵이나 간식류로 때우며 TV를 보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배달음식을 먹을 때도 많다. 한바탕 놀다보면 눈이 감겨온다. 자연스럽게 침대로 가서 네가 항상 하는 가장 편한자세로 핸드폰 게임을 시작한다. 그리고 좀 심하다 싶을때 핸드폰을 내려놓고 잠이 든다.
화요일에는 퇴근하고 바로 테니스 레슨을 간다. 8시쯤 돌아온다. 이후 스케쥴은 뭐.... 위와 같다.
수요일에는 월요일과 거의 100% 일치하는 스케쥴이다.
목요일에는 특별하게 밖에서 하는 것은 없어서 세이브된 시간을 핸드폰 게임에 더 투자한다.
금요일에는 플룻레슨이 있다. 이후는 월,화,수,목요일과 거의 100% 일치하는 스케쥴이다.
토요일에는 가급적 다른 일정이 없으면 오전에 테니스를 치러 간다. 다녀와서는 힘들다는 핑계로 또 핸드폰 붙들고 퍼져있다가 낮잠 좀 자고 하면 어두워지고.... 빈둥빈둥 하다가 잠이 든다.
일요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배달음식 또는 간식류를 먹으면서 TV를 보는 것을 선호한다. 남는 시간에는 핸드폰게임을 한다. 주중에 하지 못하고 미뤄두었던 빨래 등 집안일, 그리고 주방에 쌓여있는 배달음식의 흔적들은 일요일 오후 정도가 되어서야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루틴한 1주일의 스케쥴로 인해 우선 순위가 밀려 있는 것들, 네 마음속에서 미뤄지고 있다고 느끼는 그것들, 그래서 찜찜함을 마구마구 내뿜고 있는 일들은 더 다양하다. 집안일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숫자 그림칠하기 캔버스가 올라가 있는 이젤은 거실에서 함께 생활하지만 전시용으로 전락하는 중이다. 타오바오에서 야심차게 주문한 인테리어 소품들을 보면서 저건 또 언제하나 한숨을 쉬더라? 나는 네가 이사온지 1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뜯지도 않은 우체국 택배 박스를 보관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서랍에는 이삿짐 아저씨가 보양재로 넣어둔 비닐봉지들이 그대로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힘을 주어 꾸며둔 앤틱스타일의 서재에는 책들이 엉망진창으로 꽂혀있어서 찜찜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귀한 만화책들 표지를 싸보겠다고 주문했던 책비닐은 반년째 책상위에 널부러져 있다. 드레스룸 정리는 겨울 전에 끝내려고 한것 같던데 이제 봄이 온다. 시기가 애매해져서 서랍에 정리하며 넣고 있었던 여름 옷은 그냥 내버려 둘지, 다시 꺼낼지 고민하는 중이다. 따뜻하면 하자고 1년을 미뤄둔 화분 분갈이는 언제 할까? 어떤 화분에는 벌레가 생겼다고 인식했지만 그냥 다른 화분과 멀찌감치 떨어트려 놓았을 뿐 별다른 조치없이 그냥 외면하더라? 작년에 살던 동네에서만 쓸 수 있는 쓰레기봉투가 아직도 있다. 스티커 받으러 주민센터 한번 가는 것이 그렇게 힘든건지?
미안하다. 너를 탓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흥분을 해 버린것 같다. 여기까지만 하고 일단 넘어가기로 하자. 아직 다른 할 얘기들이 잔뜩 남아있으니까.
#미래
상담심리대학원을 졸업하고 이제는 스믈스믈 수련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사실 남들은 대학원 재학중에 이것저것 알아보고 진행도 했지만 너는 그러지 못해 조급해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늦게나마 검색도 해보고 사설 수련센터 방문도 하고 짧은 인맥을 활용해 알아보기도 하고 있지만 깨작깨작 수준. 뭔가가 시원하게 해소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나름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30분?) 번개같은 동작으로 임상심리사 2급 준비를 위한 수험서를 한 권 샀지만 언제 펼쳐볼지는 미지수이다. 자신감이 넘쳐서인지 시험 전 2주 정도면 다 볼 수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아니 저건 핑계고 그냥 일단은 미뤄버렸다는 것이 팩트이다.
뭔가 걱정은 되지만 정식으로 무언가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아시는 분께 추천받아 수퍼비전을 받을 수 있는 분과 통화를 하긴 했지만 당장 시작할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이것 역시 임상심리사가 먼저라고 하반기로 미룬 상태이다. 당연히 내담자를 구하는 것도 저 멀리멀리 던져버린 상태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이런 상담과 관련된 미래에 대한 고민은 퇴근 후 평온한 상태에서 하지 않는다. 업무시간 중에 틈틈이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 즉 현재 죽도밥도 안되게 모든 일을 시작만 하고 결론을 못 내고 있는 상황. 최악의 효율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는 과거 만사에 의욕이 없는 너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fivesunflower/219
그때와 같은, 아니 적어도 유사한 상황이야?
아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때는 확실히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 회피하고자 하는 환경이 분명 매일매일 너를 감싸고 있었다. 힘듬의 경중을 재는 것은 감당해낼 수 있는 정도가 다르기에 기준이 의미가 없지만, 아무튼 확실히 그렇다. 너를 지금 정신적인 고통으로 밀어넣었던 그 요소는 현재는 사라진 상태다.
나는 그때 너에게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지금 당장 하면서 ⑴의욕의 불씨를 살리라고 했고, ⑵시간을 알차게 보내야만 한다는 압박감을 버리라고 조언을 했어.
우선 의욕에 관련된 이야기인 ⑴을 보자. 너는 그때처럼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이 아예 없지는 않아 보인다. 너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플룻 레슨 등록을 했다. 주 1회 레슨은 물론이고, 주2회 정도는 따로 연습을 하러 가기도 한다. 테니스도 치고 싶을 때 맘껏 치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공연도 보러 갔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막 억누르지는 않는다.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간다거나 자리에서 몰래 스마트폰을 열어 게임을 한다거나, 틈틈이 업무가 아닌 딴짓을 하는 것은 전부 너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즉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한다는 소리다. 의욕은 이미 되돌아온지 오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해?
잘 생각해봐...
그래... 그렇구나.........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바로 답이 나오네.
너는 그 돌아온 의욕으로 네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정의이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미래에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준비가 아니라,
그냥 '현재 하고 싶은 것'이다.
단편적이다. 자극을 추구한다. 바로 효용을 느끼거나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것에만 관심이 간다.
이게 딱 들어맞는 것이 바로 네가 현재 빠져있는 핸드폰 게임, 그리고 무언가를 먹으면서 TV를 보는 것이다. 엄청 빠른 시간 내에 보상을 느낄 수 있지.....
그래. 이것이 지금의 너야. 넌 예전의 너를 충분히 극복했어.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지금 당장해서 의욕의 불씨를 살리라는 저 조언은 이제 너에게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할 때야. 이제는 미래에 하고 싶은 것을 현재 하고 싶은 것으로 끌어오는 훈련이 필요한 시점이야. 현재 즉각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그런 행위들 전부를 부정하겠다는 것은 아니야. 다만 이제는 그 비중을 좀 줄여야 한다는 것. 극복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네가 이제는 그 에너지를 너 자신이 찜찜해하지 않을 곳에 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이제 ⑵번 얘기야.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만 한다는 압박감을 버리라고 했던 것. 너는 언젠가부터 이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너에게 불필요한 감정이라고 말해왔었지. 특히 상담공부를 하면서 부터는 말이야. 어렸을 적 어른들에게 칭찬받기 위한 수단이라며 '착한어린이'는 이제 버려야 된다고 말해왔어. 지금 까지 너는 잘못 살아왔다 생각할 정도로 엄청나게 큰 것을 깨달았다 느끼며, 어른들에게 칭찬받기 위한 '착한어린이'는 이제 안 하고 싶었지.
그런데 말이야. 단순하게 생각해봐. 이게 지금 너는 불편해. 마치 '바른생활'을 하는 '착한어린이'로 너무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 회사일은 회사일대로 집안일은 집안일대로 자기계발은 자기계발대로 전부 완벽하게 해 낼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져. 1분 1초를 허투루 쓰지 않고 '참 보람있는 하루였다!'라고 외치며 잠자리에 들기를 원해.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인거야. 나는 물론 네가 불편하게 사는 것은 절대 원치 않아. 그러니 바른생활을 포기하고 대충 살고 싶은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얘기하지는 않을게.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어. 너의 그 '바른생활'에 대한 기준에 대한 거야. 너는 시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치열하게 살고 싶은데 이게 안되니까 지금 너무 찜찜한거야. 밀려만 가는 모든 일들이 언젠가는 무너져 내릴 것 처럼 크게 다가와. 그러다보니 조급함이 커지지. 그래서 불안함에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죄다 꺼내서 벌려놓곤 하지. 네 주특기 중의 하나잖아. 남들보다 시작이 쉬운 것. 하지만 시작만 해 놓고 진도가 안나가지. 허둥지둥 하며 집중이 안되거든. 어떤 것부터 해야될지 우선 순위를 정할 수는 상태야. 그냥 다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어.
네가 그래서 회사에 있다가 집에 오면 피곤한거야. 이렇게 짧은 시간에 여러가지를 한번에 하려니 머리가 남아나질 않는거라고. 이걸 하면서도 저게 생각이 나고, 저걸 하면서도 또 다른 무엇이 생각이 나고. 그리고 요새는 그 복잡한 머리의 일부를 떼어내어 퇴근 후에는 플룻과 테니스에 할애를 하고 있어. 일주일에 1번도 아니고 많을 때는 3회 이상을 투자해. 그런 네가 집에 오면 다른 창조적인 일들을 할 여력이 남아 있을까?
여기에 더해볼까? 위에 언급한 #집에서 미뤄둔 할 일들에 추가해서, 너는 글도 쓰고 싶잖아. 심지어 분야도 참 다양해. 소설, 에세이, 여행기...... 그리고 상담을 하면서 얕은 지식이 드러나지 않도록 공부도 하고 싶잖아. 요리도 해서 먹고 싶고, 쟁여둔 만화책도 봐야하고, 꾸며둔 영화방에서 영화도 보고 싶고. 만료된 토익점수를 받기위해 이번년도에는 영어공부도 해야하지 않아?? 아 정말 듣는 것 만으로도 미쳐버리겠다. 이런거 다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거야? 정말 이런거 다 해내면서 보람있는 하루였다! 외치며 잠들수 있는 거야? 지쳐서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너........ 너무 심한거 아닐까? 이런 감정들이 모여서 지금 네 생활은 '모든 것을 미루고 있는 삶'이라 정의해서 힘들어 하고 있는 거야. 이런 일정을 소화할 사람이 어디있니? 이 정도면 회사에 다니지 않는, 시간이 많은 누군가도 소화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그런데 왜 죄책감을 가져? 이건 바른생활도 아니야. 그냥 욕심이야. 그러다보니 시간이 없다고 항상 불평을 하지. 어떻게든 시간을 절약해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고. 허투루 쓰고 있는 시간이 널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하잖아. 모든 것의 근원은 핸드폰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이것만 끊으면 나는 보람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천만에! 핸드폰 게임을 끊는다고 해서 저것들을 다 할 수 있을까?
너에게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버리라고 했던 것은 이런 욕심쟁이 같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어.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으로 네가 원하는 '바른생활'일지를 한번 생각해봐. 정말 많은 일들이 밀렸다면서 찜찜해 하면서 한꺼번에 여러가지에 신경을 분산시키고 그래서 허둥지둥 겉만 핥고있는 네 삶이 바른생활일까? 결국 하나도 제대로 하지를 못하는데? 진심 이렇게 발만 담갔다 빼는 생활을 계속 할 셈인지? 이게 네가 말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니?
ENFP는 마감이 닥쳐야 최고의 효율을 발휘한다는 말은 지금까지 너에게 좋은 핑계가 되어 주었지. 항상 뭔가를 목전까지 미루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이건 잘못된 것이 아니고 그저 최고의 효율을 위해 충전하고 있는 것이라며 너 자신을 위로했어. 근데 그게 정말 그랬냔 말이야. 그냥 하기 싫어서, 당장의 보상을 주는 다른 것들이 있어서, 그리고 흥미가 없어져서 그랬던 거잖아. 이제 이 핑계는 더 이상 댈 생각도 하지마. 지금 너에게는 안 맞는 말이야.
후..... 이제 뭔가 좀 알겠지? 내가 장담컨데 한 번에 한 가지만 집중해서 한다면 덜 피곤할거야. 집중을 한 덕분에 다음 미션을 수행할 에너지도 절약되는 것은 물론이고, 무언가를 완결했다는 성취감까지 보상으로 받게 될거야. 그럼 다음 미션도 성공하기 훨씬 수월해지겠지? 나는 너를 잘 알고 있다. 너는 보상이 없으면 움직이지를 않아. 어릴적부터 칭찬에 고팠던 나는, 그래서 열심히 살았던 나는 그것이 당시의 가장 큰 보상임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었다. 또래아이들에 비해 철이 빨리 들었던 너는 집안사정을 고려해서 메이커의 옷과 신발은 커녕 외식처럼 돈이 많이 드는 것을 보상으로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있었잖아. 그 대체로 찾았던 것이 어른들의 칭찬이었던 것이고. 이걸 깨달았으니 다음은 쉬워. 이제는 그 칭찬을 받는 주체가 어른이 아닌 네가 되면 되는 거야.
그리고 욕심으로 표현했던 그것들 있잖아. 당장해버리고 싶은 '욕심'이 아닌 '목표'로 재명명하고 다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당장 이뤄내야 하는 조급한 욕심이 아닌,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언젠가는 해내고 마는 그런 '목표' 말이야. 집중력있게 움직이면 결국 하나하나 달성해나가지 않으려나? 그리고 달성 못하면 좀 어때. 네가 얘기하는 '바른생활'의 의미는 '목표달성'의 결과가 아닌,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다!'는 그 과정과 더 관련이 있지 않아? 특히 미래에 하고싶은 일을 현재에 끌어오는 훈련을 충분히 했다면 너는 매 순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한거야. 나는 너를 잘 안다. 너는 네가 한 일에 대해 후회를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느낄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어떻게 해야냐고? 그래 얼른 정리하고 본업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2월말에 시작한 글이 또 벌써 3월 5일이 되었다.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했다고 치자. 이제는 결론을 내는 것을 더이상 미루지 말고 얼른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점이다.
뭐 글에도 다 나와 있지만 다시 정리해보면, 이번의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미래에 '하고싶은 것'을 현재로 끌어와서 '하고싶은 것'으로 만드는 훈련을 하자.
② 네가 느끼고 있는 찜찜함은 비현실적이다.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③ 한번에 한가지에 집중하면 에너지가 절약되고 성취감이 추가되어 다음 미션이 수월해진다.
④ 그러다보면 네 욕심이 어느정도 해소가 되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 그럼 이제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지.금.당.장
2024. 3. 5
오스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