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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som Nov 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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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치 데잍

1.


놀이공원에서나 보던 계수기를 샀다. 사실 이번에 알았다. '딸칵, 하고 숫자를 세는 것' 정도였는데 한글로는 '계수기', 영어로는 'handy-counter'이란다. 평생 알 일 없던 이름 하나를 알게 됐다. 퇴근길을 가로막고 만난 오빠가 카운터를 손에 쥐고 낄낄 웃었다. 성공적인 낭비!

승훈이가 아침에 송도에서 오빠를 만나면 '소싯적'을 가보라고 했다. 메뉴 추천도 이것저것 해줬는데 한 귀로 흘렸다. 이름이 귀엽다고만 생각했다. 간판이 귀여운 고깃집 정도겠지? 싶었다. 오잉, 추워 보일 정도로 깔끔한 중식당이었다. 탕수육, 고기밥, 짬뽕을 먹었다. (그러고보니 승훈이는 돈야끼가 맛있다고 침을 튀기며 말했었다. 미안.)

아울렛 구경을 갔다. 옷보다 빵 구경을 더 많이 했다. 젤리를 사준다고 했는데 한참 보곤 안 골랐다. 집에 와서 소파에 앉아서 생각이 났다. 아, 하나 집을걸.

짧은 몸뚱이를 최대한 핸드폰 화면 아래에 맞춰 찍었다. 아영이가 알려준 방법이다. 내가 커지려다가 오빠를 농구골대처럼 찍었당.

오다 주운 게 자꾸 많아진다. 오빠는 오빠 신발을 '작고 흰 것'으로 주워왔고, 나는 내 신발을 '크고 큰 것'으로 주웠다. 빨리 부자가 돼서 아주 그냥 보따리를 주워가야지.

몰카라니! 환영입니당! 자신 있게 들어간 카페에서 오빠는 또 땀을 흘렸다. 쯧쯧. 칠칠치 못해서는.



2.


자기에 푹 빠진 4번. 휴.

자주 등장하는 알렉스 더 커피. 처음 왔을 땐 따뜻한 라떼를 먹을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늘 그렇지만 시간이 진짜 빠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난 아직 백수 나부랭이지만. 시간이 좀 빨리 지나가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요즘은.

오빠. 지루해? 주륵.

엄마가 좋아하는 남천!

썰어야 하니까 조금 큰 양송이버섯, 어디든 쓰이겠지 숙주나물,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둘 다 좋아한다고? 브로콜리 주스.

생각해보니까 아무도 맛있다고 안 했다. 냄새가 좋네, 그럴듯하네, 괜찮네, 건강하네. 부르르.



3.

 

모닝커피에 루미큐브라니요! 아침부터 너무 완벽한 거 아닙니까?

내 셀카존에 들어와줘서 고마워.

정말 찍히는 거 몰랐을까?

말이야, 어? 여기에 삼각대를 놓고 말이야, 어? 저쪽을 보면, 어? 딱, 어?

말이야, 어? 여기에 딱 서서 말이야, 어? 저쪽을 보면, 어? 버튼을 딱, 어?

나 귀찮아?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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