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som Feb 17. 2024

아주 늦은 23년 랩-업

조금 더 건강한 24년을 꿈꾸며

새해 맞이 나의 바램과 다짐들을 담아줄 다이어리를 샀다. (무려 네 권) 통통이를 낳거나 키우는 대단한 계획 때문이 아니라, 대단한 변화가 있더라도 나는 여전히 뭔가를 가지고 싶어하고 일을 벌리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되겠다는 3일짜리 마음을 뻔뻔하게 먹고사는 여전한 나에 대한 바램과 다짐들이다.


내가 상상한 사이즈는 아니었지만

23년에 잘한 게 있다면 열심히 일한 것, 주어진 것을 받아들일 줄 알게된 것, 건강했던 것, 할 말은 참지 않으려고 한 것. 나에게 아쉬운 건,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주말에도 잠만 잔 것, 가까운 사람들에게 잘하지 못한 것. 그럼에도 24년에 꼭 해야할 일은, 지금처럼 건강하고 산만할 것.


[본격, 2023의 OOO]

1. 사람 - 우리 팀장님

시기, 질투가 많은 내가 100%의 마음으로 남의 행복을 바라긴 처음이다. 그만큼 나 또한 많이 받았고 또 배웠다. 올해도 힘내세요, 홍노님.


2. 장소 - 우리집

많이 못나간만큼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보낸 곳. 속상한 일도 마음대로 안되는 일도 대개 집에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우리 집의 건승과 행복과 평화를 빕니다. 제발요.

경민이 전용 자리


3. 책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많은 책을 읽지 않았지만 표지보고 고른 책 치고 성공적! 다정함을 과학적으로 설명, 증명하는 내용 속에서 내 주변의 다정함에 대해 생각했다.

다정함과 제일 잘 어울리는 친구에게도 한 권

4. 물건 - 바디필로우

오빠가 임산부 필수템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믿지 않았다. (팔랑귀 김콩 추천은 믿지 못해...) 오빠의 검색과 추천을 너무 여러 번 거절하는 것 같아 못이기는 척 사달라고 한 바디필로우는 없어선 안될 필수템이 되었다. 배가 점점 나와 대자로 자는 게 쉽지 않은 임산부에게 다리 하나 걸칠 수 있는 게 얼마나 큰지 그땐 몰랐거든요.


5. 대화 - Sandiego, 지혜언니와,

첫 출장으로 간 샌디에고는 생각보다 설레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편히 지내야하는 자리도 (잘 할 순 있지만) 기대되진 않았다. 아마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영어 공부해야지', '노숙자 많다', '테라플루 더 사올 걸 그랬나'하는 생각만 남았을 거다. 지혜언니를 못만났다면! 신기하게도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했는데, 하루 만보씩을 걸어다니면서 했던 대화들은 과하게 솔직했고 그래서 과하게 좋았다.

일탈의 시작이 된 Little Italy

6. 실패 - 아빠와의 대화

어릴 때 나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라는 질문에 거침 없이 '아빠'를 외치던 딸이었다. 그런 내가 요즘 제일 힘든 건 아빠와의 대화다. 할 말이 없다기보다, 오히려 하지 못한 말이 너무 많이 쌓여서 첫 마디가 쉽게 나오질 않는다. 내가 곧 부모가 되면, 솔직하면서도, 서로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그런 대화가 가능해질까?


7. 발견 - 커피

커피 없이 살 수 있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카페인 없이도 나는 쌩쌩한 사람이었다. (혹시 모성애?)


8. 재발견 - 술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낮보다 다양한 대화가 오가는 저녁자리를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못' 먹는 상황이 되니 알았다. 나는 술을 잘 먹지 못하지만 좋아해. 그중 제일 먹고 싶은 건, 할맥 300CC. (모성애 때문은 아니었던 걸로)


9. 하이라이트 - 통통

뭐니뭐니해도 별일 없이 주수별로 해야할 일을 하나 하나 해내준 통통이가 23년의 최고 하이라이트. 무사히 나와서, 올해도 나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줘 통통!


10. 고마움 - 이러나 저러나 내 남편

올해는 (특히) 결혼은 좋은 거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밤중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깨서는 "괜찮아?"라고 물어보는 내 남편. 고맙.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브런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