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ris Sohyun Choi Dec 02. 2021

자동차 디자인 거장, 피터 슈라이어

Automotive Culture , Brand & Design을 말하다


2013년 가을,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에서 열린 'Automotive Culture & Brand Building'라는 제목의 피터슈라이어의 세미나를 듣고 난 소감을 열심히, 아주 열심히 남겨더랬다. 현대카드 블로그에 올라갈 콘텐츠 작성 기회가 생겨서.

그리고 2021년 12월 2일, 기아와의 모빌리티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최근 다녀온 제네시스 컨셉카 전시를 통해 결국 디자인이 말하려고 하는 것 &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영감과 또 다른 고민의 숙제를 안고 있던 중 피터슈라이어의 책이 출판되었고, 마침 오늘 롱블랙에서 그의 이야기를 만났다. https://www.longblack.co/note/121

---

아래 내용은 2013년 세미나 리뷰의 완전 초고. 좀 길긴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그 때의 현장감이 고스란히 기억난다. 오늘의 롱블랙의 노트를 다시 읽으니 2013년에는 '자동차'였지만 이제는 '모빌리티'로 그 역할이 확장되었고 디자인에 있어 '변함 없이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와 '변화해야 할 것'을 함께 고민하고 있음이 느껴져 앞으로의 행보가 더 궁금해진다. 




Automotive Culture & Brand Building

Peter Schreyer (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 총괄 사장)

@현대카드 DESIGN LIBRARY


10월의 끝자락,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에 맞닿은 하늘은 청명하고 높은 가을의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비행기 지나간 자리가 선명한 라인의 흔적을 남겼는데요, 오늘 찾아오신 특별한 손님을 환영하는 welcome message 같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들이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Peter Schreyer를 만나기 위해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모였습니다. 모두 grey scale의 드레스코드를 맞춘 듯 이 곳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는데요, 렉쳐 시작 전 라이브러리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에서 설렘과 기대가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Peter Schreyer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블랙 수트를 입고 마치 오래된 지인처럼 반갑게 인사하며 등장했습니다. 혁신적인 감각과 직선의 단순화를 디자인 철학으로 삼고 있는 Peter Schreyer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거쳐 2006년 기아자동차의 디자인을 총괄하게 되고, 이후 현대자동차의 디자인까지 맡게 되면서 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수작으로 꼽히는 아우디TT와 폭스바겐 5세대 골프, 기아차의 호랑이코 그릴 등 이름만 들어도 특징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냈으며, Christopher Edward Bangle과 Walter de Silva와 함께 명실공히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그는, 흥미로운 영상을 소개하며 오늘 이야기의 문을 열었습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시작된 F1 경기, 도시와 자연 속 질주하는 모습, 매일같이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거리의 이동수단들을 보며 열정에 가득 찬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자동차가 질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소름이 끼칩니다.
매번 그렇습니다.
우리 삶에서 자동차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여러분은 공감하시나요?
그래서 난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이
더 커다란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최근 많은 미래학자들이 말합니다. 이동수단의 변화에 따라 건축도, 우리 일상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Automotive Industry에 대한 혁신적 도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이죠. 그래서인지 오늘의 렉쳐가 더욱 기대됩니다. 



소년, 자동차에 매료되다

1962년 사진 속 그의 모습은 자동차와 함께 있는 호기심 많은 소년이었습니다. 독일 작은 농장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자동차에 매료되어 있었다는 군요. 엔진이 갖는 매력,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 푹 빠진 후 줄곧 파일럿이 되고 싶었다는데요, 실제 파일럿 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자연의 힘에 거스르는 것을 좋아하니 비행을 즐기며 속도에 도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겠네요. 그는 지상에서나 공중에서, 그리고 얼음 위에서도 속도를 느낄 수 있는 도전을 계속 해 왔습니다. 

나 자신이 기계의 일부가 되어
능동적으로 속도에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차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는
내게는 무척 중요한 일이지요.


그는 줄곧 흥미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Peter Schreyer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통해 자동차를 만났습니다. 1964년 아버지가 보여주셨던 잡지에는 당시 출시되었던 재규어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는데, 아주 우아하고 매력적인 그 형태에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고 하네요. 마치 비행기의 유연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닮은 것 같은 그 자동차는 아버지에게도, 그에게도 Dream Car가 되었으며 여전히 그는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

그렇게 엔진과 속도에 대한 갈망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자동차를 디자인 해오고 있는 그는 훌륭한 차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비율의 조화, 내외부의 조화, 다양한 기술과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스타일이나 데코레이션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은 다른 모든 요소들과의 조화 속에서 빛을 발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는 강하게 이야기합니다.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 많은 것들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흥분감’을 주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구요. 

그저 다른 제품과의 차별화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며 '정말 좋아졌는가?'에 대한 질문에 당당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완벽하지 못한 구조에 스타일을 입히는 것이 디자인이 아니며 고객에게 완벽한 제품을 제공해 그들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 넣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목공 작업을 보며 소재와 구조에 대해 익혀왔던 그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의도된 목적에 딱 들어맞는 소재의 사용이 무척 중요하며 특히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고 합니다. 실제 소재감도 중요하지만 그것의 질감이나 냄새, 터치할 때의 소리까지 모든 감각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니 그의 디자인에 얼마나 많은 섬세한 고민이 담겨 있는지 짐작이 갈 것 같네요. 


종종 'Good Design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는 이렇게 답한다고 합니다. 

고객이 만족하고 그 제품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디자인하는 차는 우리 스스로가 드라이빙할 때에도 편해야 하겠죠.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Good Design이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그는 길을 지나다 자신이 만든 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웃고 있는지 확인한다고 합니다. 


기아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만든 K5로 캘리포니아에서 주행하던 중 번쩍거리며 치장을 많이 한 외국 차량이 있길래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는데, 그 운전자는 오히려 기아차를 보며 멋지다고 이야기해주어 무척 흐뭇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자랑스럽게 미소를 짓습니다.



두 개의 브랜드, 그 각각의 아이덴티티를 위해

현실로 돌아와, 현대와 기아 두 브랜드를 함께 맡고 있는 디렉터의 입장에서 어떻게 각각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는 기아와 현대가 각기 강한 힘을 가진,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독자적인 브랜드가 되기를 희망고하고 있는데, 두 브랜드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볼 수 있는 큰 그림을 어떻게 제대로 그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비쳐졌습니다. 

유연하고 역동적인 물결과 물방울의 이미지를 보며 ‘현대’와 같다 표현하고, 건축적인 구조를 가지며 섬세함보다는 쿨한 느낌을 주는 눈꽃의 결정을 보며 ‘기아’와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각각의 아이덴티티를 단단하게 제대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책임자로서의 비장한 모습마저 엿볼 수 있었습니다. 


LOUIS VUITTON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누구나 원하는 ‘명품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갑니다. 세상의 명품들은 처음부터 '명품이라는 명성을 얻겠다'는 의도보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오랜 시간 집중해왔고, 그 연속성이 빛을 발해 명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 긴 여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명품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명품들은 그러한 역사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 현대에서 만든 ‘포니’를 기억하시나요? 실제 알고 계신 분들, 영화 속 옛 장면에서 만나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포니’가 1974년에 출시되었으니 내년, 2014년이면 '포니' 탄생 40주년이 되는군요. 한국에서 대량생산된 최초의 자동차 ‘포니’가 40년이 되었다는 점에 우리는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100년이 넘게 이루어 온 일들을
한국은 40년에 걸쳐 만들어 냈으니
얼마나 강한 힘으로 빠르게 성장해 온 결과입니까?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이미 자동차의 명품 브랜드인 벤츠나 포르쉐 모두 자신들의 기본 철학과 신념을 잊지 않고 ‘어떻게 조금 더 좋아지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그들만의 문화와 전통을 기반으로 진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조급함을 조금 내려 놓는다면, 현대와 기아가 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매 순간 느끼는 영감, 유연하게 반응하는 즉흥 연주

모든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새롭고, 그 자체로 흥분된다고 표현하는 Peter Schreyer는 새로운 일을 만날 때마다 엄청난 영혼과 노력을 투자하고, 언제나 일상적인 것은 없다는 마음으로 다가간다고 합니다.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것들은 '재미'있지 않고, '흥분'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열정적인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열정적인 그는 도대체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텐데요, 이런 질문에 그는 약간은 장난끼 어린 눈으로 이야기 합니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레이더망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나의 레이더망은 24시간 'ON'상태로 꺼지지 않습니다.
이건 어떨까, 이걸 한 번 해 볼까? 하며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계속 상상합니다. 생각을 멈추지 않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나는 다음 트렌드가 뭔지 잘 몰라요.
이미 누군가 만들어 놓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큰 맥락에서 사물을 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래서인지 하늘을 나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데요, 디자이너는 만들어진 악보에 충실해야 하는 클래식 연주자라기 보다는 그때 그때마다의 상황에 맞춰 즉흥연주를 할 수 있는 재즈 연주자여야 하지 않을까라고 화두를 던집니다.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합쳐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내는 Miles Davis를 특히 좋아하는데, 이런 유연한 사고방식이 디자인에 적용되면 좋겠다고 합니다. Frank Zappa, Miles Davis, Steve Jobs 등 혁신을 보여주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들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의 단초를 따라가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며 그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을 매우 새로운 방법으로 접목해 실행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디자이너라면 언제 어디서나 열려있는 레이더망을 통해 받은 영감으로 즉흥 연주할 수 있는 이들의 장점을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디자인의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Teamwork이라고 이야기 하는 그는, 팀의 정신과 역동성이 강하게 자리잡지 않으면 좋은 디자인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디자이너들이라도 소통하지 못하고, 스스로 동기부여되지 않으면 무엇도 할 수 없는데, 그래서 흥분하게 할 수 있는 모티베이션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재즈 밴드를 보더라도 연주할 때 서로의 상황을 파악하며 즉흥 연주를 맞추어 가는데요, 디자이너들에게도 이런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혁신은 본질적으로 결과를 알 수 없는 실험이다

혁신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새로움을 수반하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언제든 존재하는데, Peter Schreyer는 용기를 내지 않고는 영광을 가질 수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리스크를 지지 않는 것이에요.
모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지루한 것들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리스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물론 실패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극복해야 강해질 수 있습니다.




유쾌한 웃음을 짓지만 비장한 각오를 담은 표정과 확신에 찬 맺음말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다른 일정이 많아 Q&A 시간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진행자의 염려를 뒤로 하고 Peter Schreyer는 청중들의 질문에 열정적으로 답해주었습니다. 


Q. 자동차 디자인이 단순한 Face Lift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제가 하는 모든 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좀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더 좋아지게 만드는 것'이지요. 드라이빙 시스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 소재와 기술, 안정성 등 모든 것이 실제 좋아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자동차를 먼저 개선시킨 후 디자인을 그에 적합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이런 예를 들어볼까요? 안경을 바꾼다고 그 사람이 바뀌지는 않지만 그는 더 좋은 안경을 통해 더 나아진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약간만 변하는 단순한 Make up이 아니라 정말 달라 보일 수 있는 개선이 우리가 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디자인은 기술과 엔지니어링과의 싸움이라 끊임없이 기술을 고민하지 않고서는 디자인할 수 없습니다. 많은 부분에 대해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는 '더 나은 차'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Face Lift는 자동차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디자인에서 질문 받는 어려운 주제인데요,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예를 들어주더군요. 


Q. 기아차와 현대차를 눈꽃과 물방울로 표현한 것에 대해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그리고 한국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브랜드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두 브랜드의 정체성이 갑자기 변하지는 않을 겁니다. 포니에서 시작한 스토리의 연속성을 가지고 갈텐데요, 작은 변화들은 일어날 수 있겠지만, 엄청나게 바뀌지는 않을꺼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 브랜드가 서로 다르다고 인식시키는 것일텐데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기아와 현대 모두 강력한 브랜드이고, 많은 제품군을 보유하다 보니 목표 시장에서 겹치는 부분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이러한 한계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에는 최대한 브랜드 고유성을 가지고 각각의 제품을 개발하려고 노력합니다. 강력한 두 브랜드를 함께 본다는 것은 그만큼의 부담감도 있지만, 서로 경쟁해 상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다른 브랜드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내부에서 그 기반을 다질 수도 있는 일이구요. 차별화에 대한 부분은 저를 비롯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현대와 기아 모두 그 자체로 자부심을 가질만한 훌륭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 동안 해 왔던 것처럼 차근차근 목표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Q. 프리미엄 브랜드의 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아나 현대는 전세계가 인정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그 동안은 보유해오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쉽다면 누구든 했겠지요. 우리는 제품으로 먼저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아우디에서 처음 인턴으로 근무했을 때가 생각나는군요. 제가 일할 당시만 하더라도 아우디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었어요. 그러나 점진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더니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프리미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30년이 걸렸어요. 우리도 우리의 브랜드를 점진적으로 키워나가야 합니다. 현대차는 이미 프리미엄 브랜드의 문을 열었다고 생각해요. 기아의 K9도 마찬가지구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F1에 등용된 첫 해에 챔피언이 바로 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잖아요. 자동차가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요합니다. 자신감도 필요하구요. 조금 더 멀리 보고 인내심을 가진다면 지금 우리가 꿈꾸는 이미지로 반드시 다가갈 수 있을꺼라고 확신합니다."


그는 또한, 한국의 자동차 디자이너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디자이너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 디자이너가 훌륭한가 아닌가가 중요하죠. 주변에 보면 자동차 디자이너들 중에는 영국, 이태리, 독일, 프랑스나 미국 출신이 많은데요. 이들 나라에서 자동차 디자인이 시작되었고, 그들의 아버지가, 그들의 할아버지가 자동차를 운전했고 그들만의 드림카를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결과로 보여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에는 자동차 산업의 역사가 오래 되지 않았잖아요. 한국의 디자인이나 건축이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다이나믹한 성과에 세계인들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K-Pop이나 IT, 전자제품 등 모두 한국에 주목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는 외국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노하우와 인재를 세계와 공유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가 지금 한국의 감성과 노하우를 받고 싶어하는 트렌드로 바뀌고 있잖아요. 앞으로는 많은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세계로 뻗어나가 일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봅니다."


Q. 모터스포츠팀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생산팀과는 다른 역할을 하지만, 스포츠팀의 활동은 PR효과를 증대시킬 뿐더러 역동적인 정신을 회사 내에 불어넣어 긍정적인 자긍심을 갖게 합니다. 마치 내가 출전하는 것 같은 기분을 갖게 하지요. 자동차 기업이 경주에 나간다는 것은 동기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렸듯이 현대-기아차의 레이싱 진출에 모두 흥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실제 스포츠팀에서는 다양한 첨단 기술을 연구하기도 해서 생산팀과 서로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역할도 하지요."라고 답변했습니다.


참 다양한 질문들이 나왔는데요, 다음 질문은 정태영 사장님께 기회가 돌아갔습니다. 

Q.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가라는 질문에 잠시 웃더니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음...글쎄요, 나도 모르는 순간에 계속 영감을 얻지 않을까요? 여행을 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콘서트장에 가거나 잡지를 볼 때, 베니스 비엔날레에에서 전시를 볼 때, 이 모든 순간들에서 영감을 얻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흥미로운 경험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지요. 때로는 혼자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이 항상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일상에 녹아 있는 영감의 원천이 너무나 많아 보였습니다. 일과 여가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순간순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영감들을 즐기는 모습에 역시 디자이너구나 싶더군요. 


Q. 마지막 질문은 스피드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스피드를 즐기는 것 같은데 어디까지 속도를 내 보았는지, 본인이 만든 차로는 얼마까지 가능한지에 대한 재미있는 질문이었는데요. 최고의 속력은 점보제트로 비행했을 때라며 그 순간에도 매우 흥분해서 이야기합니다. 자동차로는 시속 200km까지 주행해봤고, 조수석에 앉아서 300km까지 경험했는데 무섭도록 빠르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200km가 넘으면 10km만 속도가 더 붙어도 엄청난 가속으로 느껴진다고 하던데요. 기아차로는 253km까지 시험 주행했다고 하며 이미 우리도 그 정도의 기술은 확보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열정 가득했던 강연과 질의 응답 시간이 끝나고도 그를 에워싸고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는데요, 너무나 흔쾌히 이야기 나누며 마지막에는 직접 스케치를 해 보이는 퍼포먼스도 선사했습니다. 

거장의 스케치를 눈 앞에서 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매우 반짝거렸는데요, 이들의 마음 속에 현대-기아차의 발전적인 미래의 모습과 우리 한국 디자인의 비전이 확신에 찬 공감으로 가득하게 된 것 같아 무척이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2020년, 얻은 것이 더 많았던 한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