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2018). 아가미. 위즈덤하우스
조셉 콘래드가 그랬다고. "모든 글은 자전적인 요소를 포함한다." 그렇지 뭐. 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런가, 그럴까 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양파 까기와는 다르게 생각할 거리가 많은 말을 폼 잡느라 서두로 꺼낸 이유는 이 책 때문이었다. 아가미. 이건 어떤 자전적인 요소?
죽으려면 혼자 죽어야 하는데 남을 자식 걱정 때문에 같이 죽는 아버지가 있다. 정말 자식 걱정 때문인지 혼자 죽으려니 무서워서 그런 건지 물어볼 수가 없다. 죽었으니. 나중에 그곳(?)에서 만나면 물어봐야지!! 소설이 되려니까 남은 자식은 남게 된다. 그렇게 남은 자식은 애초 호적을 가질 수 없다. 주민등록도 마찬가지. 이렇게 만든 장본인들이 강하와 그의 할아버지다. 이들은 호숫가에 사는데 사는 수준으로 보니 거의 기초생활자 같다. 이들이 이름을 알 수 없는 아이를 구하는데, 이것이 좀 수상하다. 생긴 건 사람인 듯 하지만 귀와 뒷머리 주변에 아가미가 있고 등 쪽에 비늘과 지느러미가 있다. 굳이 어류인지 포유류인지 분류를 한다면 별종?? 물론, 처음부터 이런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건 아니고. 커가면서 도드라진다.
평범함을 넘어 특이하기에 사람 눈에 띌 수밖에. 그러니 할아버지와 손자 강하는 어떻게든 눈에 띄지 않게, 정확히는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하지 않게 보호하는데, 이렇게 구성된 소설이 자꾸만 생각나게 만든 이유는 문장 때문이다. 작가가 어디 편집자 출신이라고 했던가? 작가가 남들 책을 무수히 열심히 만들다 보니 본인도 어느 날 소설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애초 소설을 쓰겠다고 해서 출판사에 들어간 건지 모르지만 모로 가도 로마만 가면 되는 법. 그는 그녀는 어느덧 유명 소설가가 되었다. 아, 문장이 훌륭하다는 말을 빼먹었다.
아마도, 작가가 쓴 《위저드 베이커리》, 《파과》 등을 읽어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끄덕. 뭔가 황당한 아니 소설이란 장르의 지평을 넓혀 준 소중한 사람. 작가 소설이 그렇듯이 소설 전개가 아주 복잡하지 않다. 술술 읽히듯이 술술 전개된다. 어디까지 했더라? 강하와 할아버지와 함께 살다 보니 나이도 들고 2차 성징도 어류같이 드러나면서 곤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 드러나면 안 된다. 그저, 미디어에 노출돼서 기괴한 인생으로 소비되다 끝날 인생이란 걸 알아서 그런 건지 곤은 죽은 듯 그림자처럼 살아간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 이름은 곤인데, 이렇게 이름을 지은 건 형 같은 강하다.
강하는 남자 잘못 만나 패가망신한 여자 이녕의 아들인데, 원래 끼가 있었던 건지 연예인이 되려다 막장 같은 인생을 산다. 그러니 강하는 어느 날 돌아온 엄마를 좋아할 수가 없다. 강하는 자기를 키운 할아버지가 넘버 원이라서 나중에 할아버지를 구하려다 같이 물에 휩쓸려 사라진다. 자기에 대해 화풀이를 하면서도 애정이 담긴 폭력을 배출하는 강하를 곤이는 묵묵히 받아내는 건, 세상에 특별한 곤이 자기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진작에 이해하고, 강하 또한 사회에서 밑바닥 인간 군상이란 걸 파악한 것 때문인 듯.
나중에 해류가 자기를 구해준 은인 곤을 찾아 나서고. 여기서 해류란 곤이 어쩌다 강물에 빠진, 남들이 보기에 꼭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여자로 몰린 여자로 나오는데, 자기를 구해준 누군가가 사람인지 물고기인지 헷갈려한다. 두서가 없는 것 같아 정리를 하자면. 어느 날 해류가 강에 빠지는데 이를 곤이 구해내고. 자기 경험을 인터넷에 올렸더니 강하가 연락을 취하고. 그 와중에 강하 엄마가 갈 곳 없어 자기 아버지 집에 돌아오는데, 뜬금없이 돌아온 엄마가 예뼈 보이지 않지만. 강하는 엄마가 얼마나 중병에 걸린 줄 모른다.
별종 곤은 집 밖에 나갈 수도 없어 어쩌다 밤이나 새벽에 호수에 나가 특기를 발휘하지만, 이걸 누군가 알게 되고. 울퉁불퉁한 세상으로부터 많은 상처 때문에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강하는 뚝하면 곤을 두들겨 패지만, 이것이 사랑이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애정이 전혀 없지도 않은. 소설 설정이라서. 어느 날 강하가 할아버지를 구하려다 같이 물에 휩쓸려가고. 강하 엄마 이녕도 결국엔 죽고 강하와 할아버지도 사라져 다시 팔자가 기구한 곤도 슬쩍 사라진다.
그사이 곤은 자기를 세상으로부터 막아주고 지켜준 강하를 찾아 바다를 해엄처 다녔던 것. 이렇게 소설이 끝나는데. 읽고 나서 먼저 든 생각은 아프다는 단어. 소설에 깔린 정서가 마음을 흔들어놨다. 뭔가 소외된, 정상이지 않는 그럼에도 찡한. 하나 더 말하자면 혹여나 만약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당신이 꿈꾼다면. 말릴 수가 없으니, 말려도 듣지 않을 테니, 이 책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문장이 마치 날개를 날고 날아다니는 것 같다. 어떻게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팍팍 나오는지. 그걸 문장으로 쫙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