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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경 May 29. 2022

본질本質

봄의 언덕 너머로

신록新綠이 손짓한다

     

푸르른 손나팔 불며

청아한 바람을 모시고

여기 당도하도다

      

그렇게 초록빛이

한차례 더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찬연히 온산을 물들이면

      

서서히

비본질非本質적인 것들은

하나둘 떠나가고

      

드디어

격정의 본질本質만이

하이얀 속살을 드러내리라

      

/      


오늘은 제법 햇볕이 따갑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살갗은 따스함을 느꼈건만 오늘은 따가움을 느낀다. 피고 지는 일을 먼저 끝낸 봄꽃들은 신록을 즐기고 있다. 제 할 일을 마친 봄꽃의 여유가 느껴진다. 머지않아 신록은 또 한껏 초록을 뽐내다 붉은 계절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또 제 일을 다 마치면 겉으로는 앙상해 보여도 신성스러운 본질을 향해 서서히 제 몸을 드러낼 터이니 이 모든 것이 다 한 자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늘은 늘 그렇듯이 대지 위에서 피고 지는 이 모든 일을 묵연히 지켜보고 있다.  


# 본질本質 / 2022. 5. 29.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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