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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앤 Feb 17. 2023

시도 끝에 진짜 시작!

새로운 마지막 날들



‘시작’이라는 단어는 소풍 전날 밤 엄마가 사다 놓으신 김밥 재료와 과자를 볼 때 느껴지는 설렘과 같다. 동시에 어두운 밤 뿌연 안개로 시야가 가려진 길을 홀로 걸어야 하는,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들게 한다. 시작은 그렇게 이중적인 감정을 안겨주는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그래서 나는 늘 시작하는 마음을 사모하고 응원한다. 

나에게도, 나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그러나 나는 ‘시작’이라는 단어보다 ‘시도’라는 단어를 더 선호한다. 

둘이 비슷한 것 같지만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시작’은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라는 뜻으로, 완료형 시점의 끝과 짝꿍이다. 시작을 하면 끝이 있고, 끝을 잘 내야 한다는 책임이 따르는 것 같아 무언가를 시작하기가 두렵다. 

일 벌이기 좋아하는 사람이 마무리가 허술한 경우가 많은데, 내가 딱 그렇다. 초반에 에너지를 몰아서 쓰고 뒤에서는 딸린다.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너무 힘을 빼면 안 되는데 그게 잘 안된다.      


어떤 것을 이루어 보려고 계획하거나 행동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시도’는 각 잡고 시작하는 것과는 다르게 조금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그냥 한번 시도해보지 뭐~” 이런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랄까? 어떤 행동의 시간적 의미보다는 행위의 의미와 뜻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제대로 끝을 내지 못하더라도 ‘시도’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몇 년 동안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다. 

나의 시도들은 나의 성격답게 다채롭고 단발적이다. 그냥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로 치부할 수 있는 것들조차도 나는 시도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때로는 실험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시도 중에 몇 가지만 추려서 얘기해보겠다. 아직도 시도 중인, 제대로 시작도 못해 상처와 미련만 남은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되기.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지만 아무나 되기는 어려운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되기. 남들은 뚝딱뚝딱 잘 되는 것 같은데 나만 안되는 것 같은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되기. 

대략 4년 전, 둘째 아이를 등에 업어 재워가며 새벽에 그림 작업을 했었다. 이모티콘을 그리면서 포토샵을 배웠다. 그때 당시 잘 나가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가 쓴 책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오만한 생각과 함께 시도했던, 그러나 바로 심사에서 탈락했던... 카카오 초콜릿 76%의 쓴맛이 나는 경험이었다. 그로부터 4년 후, 조금 업그레이드된 실력으로 움직이는 이모티콘으로 다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도전했다. 역시나 탈락이었다. 두 번째 탈락은 카카오 초콜릿 92%의 맛이었다.    


  

다른 시도는 온라인으로 그림책 제작을 배워보는 시도였다. 

그 당시 그림책에 많은 관심이 있었고, 너무나 배우고 싶었다. 직접 배움의 장소를 찾아가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그림책 제작을 배우기로 했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고 알아보다가 그림책 제작을 돕는 온라인 수업을 찾게 되었다. 이전에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배울 때에는 나름의 각오가 필요하다. 돈과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임으로 이 모든 것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기에 고심 끝에 결정을 하게 된다.

 코딱지에 한창 관심이 많은 아이과 옹알이를 하는 아이를 돌보는 시기여서 내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선물하고 싶었다. 나름 큰 도전과 포부를 가지고 시도한 온라인 수업 시간은 보석 같은 시간이었다. 온라인으로 만나는 강사 선생님이셨지만 실시간 댓글로 소통을 하며 1:1 수업을 받는 기분으로 열심히 모든 과정을 마쳤다. 

그렇게 코딱지 파먹는 아들과 옹알이 하는 딸아이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을 수 있었다.      



이런 작은 시도들은 또 다른 시도들로 연결이 되었다. 

해보지 않았을 때는 몰랐을 새로운 세계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세상은 점점 더 확장되어져 갔다. 작은 시도들의 물줄기가 점점 모이고 모여 조금 더 넓어진 작은 시냇물이 되었다.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 버드나무 한들한들 꾀꼬리는 꾀꼴꾀꼴~ 나의 작은 시냇물에 고기들도 왔다갔다하고 버드나무도 줄지어 서있고 꾀꼬리도 다녀간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왔다.   


  

올 해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간 작은 시도들을 돌아보니 참 많은 일들을 했구나 싶다. 그때마다 응원해왔다. ‘나 이거 했어. 이것도 했어. 이것도 했네. 많이 했다. 잘했다.’ 라며 하나하나 기록을 하기도 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늘 있기에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작은 시도들의 진짜 이유는 내가 진짜로 해내고 싶은 꿈에 도달하기 위함인 것을 잊지 않는다.




지금보다 더 큰 나를 꿈꾼다. 바다 같은 나를 꿈꿔본다.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미가 담긴 시도들이 스스로에게 큰 응원이 되듯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큰 응원이 될 수 있다면 물줄기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여전히 가슴 한 구석에서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응원해본다. 작은 시도들 끝에 꿈에 시작에 도달 할 수 있기를. 아니 이미 시작을 했을 수도 있다. 그 끝이 너무 쉽게, 빨리 다가오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다시 시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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