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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Jul 06. 2022

<나기의 휴식>을 보며

일드, 일영의 매력을 알아가는 중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 주변에 일본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이 드물기도 했고, '오타쿠'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오고나니 내가 지금껏 알고있던 것들은 새발의 피일 정도로 나보다 일본 콘텐츠를 해박하게 알고있는 동기, 선배, 후배가 생겼다. 그래서 이전보다 훨씬 편하고 당당하게 내 취향을 밝히고 있다.


몇년 전까지 내가 가장 좋아했던 영화는 <태풍이 지나가고>이고 드라마는 <심야식당>이었다. 이 둘을 좋아했던 이유는 각각 '어릴 때가 생각나서', '마음이 따뜻해져서'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에는 키키키린이 사는 일반 가정집이 나온다. 그 집과 그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배우들을 보고있자면 어릴적 자주 갔던 외할머니 집에서의 추억이 떠오르곤 했다. 그래서 큰 서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를 가장 좋아했고 여러 번 봤다. 너무나도 오래된 냉동 카레도 슴슴한 웃음 포인트였고 (ㅋㅋ) 키키키린의 귀여움도 한몫했다.


<심야식당>은 하루의 끝에 위로가 되는 음식을 차려주는 마스터와 그 주변인물들이 너무 따뜻해서 좋아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있어 매 편마다 기대하는 맛도 있었고. 마스터가 해주는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보이고 우리 엄마가 해준 음식같아서 더 좋았던 것도 있다.


이전 문단에서 계속 과거형을 쓴 이유는, 이제 좋아하는 콘텐츠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본드라마 전문가급인 디자이너 친구에게 추천받은 드라마들을 하나둘 섭렵하며 새로운 취향을 찾아가고 있다. 최근들어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는 <나기의 휴식>이다.


이 드라마는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드라마'로 추천받았는데 정말 그러했다. 복잡하고 숨막히는 회사와 인간관계를 떠나 나기는 월세가 싼 시골로 떠난다. 그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숨막히던 곳에서 그를 괴롭히던 사람들의 진심을 들으며 나기는 점점 자신을 찾아간다.


나기는 회사에서 항상 '공기를 읽는다.' 아마 일본의 관용어구일거같은데, 있는지도 모르고 사는 공기를 매번 읽고 행동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의지했던 사람의 폭력성과 무관심을 보는 것도. 그래서 무작정 이불만 자전거에 싣고 떠난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그는 영 이상한 사람들을 만난다. 동전줍는 할머니, 화나보이는 아이, 자신이 찬 팔찌에서 기운이 나온다고 믿는 여자, 그리고 잘생긴 옆집 남자까지! 매미소리 가득한 여름 속에서  나기는 이상하게만 느껴지던 그들의 따뜻한 진면모를 알아가며 치유한다.


10화를 보는 내내 앞으로 봐야할 편수가 줄어드는 게 아까웠다. 회사 속 나기의 모습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귀여운 상황에 웃기도 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모습에 미소짓기도 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인물을 악역과 선한역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입체적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은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고, 나쁜 모습이 있다면 그렇게 된 이유가 있더라(그렇다고 나쁜 행동이 정당화 되는 건 아니지만). 무작정 나쁜 사람으로 치부하지 않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면면들을 섬세하게 다룬 것이 참 좋았다.


나는 봤던 드라마나 영화를 다시 보지 않는 편인데 이 드라마는 여름이 되면 생각날 것 같다. 엄마한테도 이 드라마를 추천해주었는데 엄마도 역시 따뜻하고 즐겁게 드라마를 완주했다고 한다. 일본 콘텐츠를 더 좋아하게 되니 엄마랑 할말도 많아져서 좋다.


이제야 일본 콘텐츠에 딥다이브할 생각을 하니 오히려 좋다. 그동안 몰랐다는 것은 앞으로 알아갈 것이, 볼 것이 더 많다는 뜻이니까. 마음 따뜻한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앞으로 더 많이 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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