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에 일식의 등장이라니... 맛있어지겠네?
엄마가 일본분이시다보니 어릴 적부터 집밥엔 당연히 일식이 있었다. 나에겐 그게 너무 당연한 일이었는데 가끔 친구들한테 말하면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교 1-2학년때 즈음(2013~), 거리에 한창 일본 가정식 열풍이 불 때가 있었다. 나름 일본 현지맛에 프라이드(?)가 있는 나로써는 어줍잖게 따라하고서는 일본 가정식이라고 내세우는 식당이 싫었다. '저렇게 맛없게 해놓고 간판을 달아놓으면 사람들이 일본 가정식이 맛없다고 오해할텐데'라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가 만들어준 '진짜' 일본 가정식을 사람들에게 먹여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위의 열풍 이후에 일식이 국내에서 보편화되었고, 일본 여행도 많이 가면서 일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친구들은 대체로 일식을 좋아했지만 '일식은 너무 달고 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럴때마다 나는 '달고 짠게 아니라 진!한!거!야!' 라고 반박했지만 그들의 동의를 살수는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엄마한테도 했었는데 엄마도 내 의견에 동의하며, 그 나라 사람만 아는 게 있을거라고 말했다.
서론이 길었는데, 아무튼 우리 엄마의 집밥은 정말 맛있어서 지금도 웬만한 일식집의 메뉴들은 성에 차지 않는다. 떨어져 지내서 예전만큼 엄마의 집밥을 자주 먹진 못하는게 너무 아쉽다. 엄마를 그리워할 겸, 엄마의 집밥을 그리워할 겸, 내가 좋아하는 엄마의 메뉴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 중 하나가 '스노모노'다. '스'가 아마 초를 뜻하고(식초) '모노'는 물건을 뜻하니까 대충 해석하면 식초의 물건(?)인데, 우리나라 말로 하면 냉채, 초무침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스노모노에 사용하는 식초는 우리나라의 식초와는 좀 다르고, 쯔유 향이 나는 식초라 감칠맛이 있다. 그 식초를 베이스로 오이, 문어 등을 넣으면 간단하게 완성되는 것이 스노모노인데, 입맛을 돋우는데 최고의 반찬이다. 취향따라 이것저것 넣어도 되는지 우리집은 미역도 넣어먹는다. 어릴 때부터 나는 스노모노를 워낙 좋아했어서 집에 가면 엄마가 열에 다섯번은 스노모노를 해준다. 글을 쓰는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엄마가 해주는 '오니기리'도 정말 좋아한다. 오니기리는 한국에도 워낙 가게들이 많아서 알만한데, 일본식 세모난 주먹밥이다. 짱구에도 자주 나오는 오니기리에는 가장 기본적으로 우메보시(매실장아찌)가 들어간다. 근데 우리집에는 우메보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엄마가 항상 다진 소고기를 양념해서 속을 채워주곤 했다. 손으로 투박하게 세모난 모양을 만들어도 되고 시중에 파는 오니기리 틀에 넣어서 만들어도 되는데, 엄마는 보통 손으로 만들어줬던 것 같다. 아주 어릴 때 엄마랑 요리하면서 틀을 사용해본 기억도 있지만 대부분 손으로 만든 듯 하다. 오니기리는 밥을 뭉치고나서 겉에 김을 감싸는데 이게 나름대로 시그니처인것 같다. 최근들어 엄마는 오니기리를 구워서 주던데 야끼 오니기리(구운 주먹밥)도 그 나름대로 참 맛있다.
엄마의 집밥이 워낙 다양해서 생각나는대로 연재하려 한다. 지금은 일본에 있는 엄마가 너무 그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