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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인선 Moon In Sun Dec 24. 2020

당신에게

나는 당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아 문득 겁이 나.

나는 당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아 문득 겁이 나.

나는 감정이 명확하잖아.
당신에게 화를 내었다, 금세 강아지같이 새새 거리잖아. 나는 하루에도 여러 번 당신이 좋았다 삐졌다 하잖아. 당신은 내가 무엇에 삐졌는지 왜 기분이 좋은지 늘 알아채고 있잖아.

근데 당신의
좋음은 보이는데 슬픔이랑 상처가 선명히 보이지 않잖아.
당신은 슬픔과 불편을 감추는 인생을 살아왔잖아.
그걸 문득 인지하는 날 나는 두려워.

나는 호수같이 잔잔한 그 감정선이 좋아 당신을 사랑했지만
그래도 힘들잖아. 자존심이 상하잖아. 마음이 무너지잖아.

그런 날에도 한결같이 다정해서 나는 그게 참 좋으면서도 문득 겁이 나.
당신의 다정함이 너무 일상이라
무너진 그날에도 내가 당신을 배려하지 못하는 그 순간에 나는 겁이 나.
못난 내가 착한 당신을, 언제나 호수처럼 잔잔한 마음을 가진 당신에게 함부로 말할 때.
사사로운 내 감정을 먼저 내세울 때.
오늘 같은 날 나는 많이 미안해.


당신이 나보다 더 마음이 큰 사람을 만났어야 했는데, 하고 생각해.

요즘 당신은 무너지잖아.
자존심이 상하잖아.
우울하잖아.
마음에 파도가 일어나는 그런 날에는 표현해도 돼.
내 배려 다 받고, 위로와 응원으로 마음 추슬러도 돼.

당신이 감정을 참지 않으면 좋겠어.
요즘 같은 날에는 짜증도 화도 문득문득 내면 좋겠어.
나는 착한 당신이, 보이지 않는 한 편에서 마음이 썩고 있을까 봐 자주 겁이 나.

2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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