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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인선 Moon In Sun Jul 12. 2021

느릿느릿 저녁 산책

열여섯 살 강아지와 할아버지



하얗고 예쁜 개가 할아버지보다도 느리게 걷는다.

할아버지 걸음을 못 쫓아가고

느릿느릿 혀를 빼고 헥헥거리던 개가 앞서가던 할아버지를 향해 퐁퐁 뛰어가더니만 무릎 뒤 오금을 앞발을 들어 톡톡 친다.

할아버지는 첨에는 모르시더니

세 번쯤 오금을 퐁퐁 맞고 나서야 기척을 느껴 뒤를 돌아본다.


엥, 왜 갑자기 애교를 펴요?

술 한잔 하고 들어가는 길 기분 좋은 내가 처음 보는 할아버지 걸음에 맞춰 옆에 서 걸으며 물으니

할아버지가 늙은 개를 가슴에 폭 안으며


안아달라구 지를 안아달라구 나를 이렇게 치는 거야,

열여섯 먹었거든, 이제 걷는 것도 힘드니깐 얼른 안아달라 그러는 거야,

하며 개를 꼭 안는다.


할아버지만치 늙어버린 열여섯 살 늙은 개가

늙은 주인 가슴에 폭 안겨있다.

느릿느릿, 개의 무게만큼 느려진 걸음으로

할아버지가 맑게 웃는다.


20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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