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쓰는 육아일기
이틀 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앞에 키가 쑥 자란 중학생 고등학생쯤 되는 남학생이 서있더라고요. 저는 요즘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입이 걸게 욕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핸드폰을 하는 남자 아이돌처럼 생긴 중학생 고등학생 친구들에게 시선이 오래 가요.
지금 내 다리에 달라붙어 "엄마, 안아줘”를 외치는 이 아기가 십 년이 성큼 지나버리면 저런 모습이 되어 있겠죠.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고, 한 손에 농구공을 튀기며, 핸드폰을 보며 무심히 걷겠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장을 잔뜩 봐온 아줌마가 계시더라고요. 1층에서 탄 그 남생학생에게 “어이, 이런 이상한 학생이 있나. 엄마를 보고 인사도 안 하고, 아는 척도 안 하고.” 남학생이 정말로 엄마에게 인사도 안 하고 쌩 들어가서는 엘리베이터 구석에 서더라고요. 엄마는 계속 아들에게 애교 섞인 말로 장난을 걸어도 사춘기 아들은 무심하더라고요.
나의 십 년 후. 지금 내 다리에 매달린 채, 나를 올려다보는 이 쪼그만 아기가 곧 자라겠죠. 언제 엄마 엄마 엄마만 외쳤냐는 듯이 내 키보다 더 자란 채로 나를 무심히 쌩 지나치는 그런 시절도 오겠죠.
아기를 키우는 하루하루는 얼른 저녁이 되고 아기가 잠에 들기만을 바라는 피곤함의 연속인데, 이 매일의 밤 잠이 쌓여 십 년이 지나버리면 어떻게 하죠.
내 아이와 나의 십 년이 훌쩍 지나 버리면 나는 어떻게 하죠.
아이의 사춘기 시절을 내가 잘 견딜 수 있을까요.
밤이 되기만을, 아기의 밤 잠만을 기다렸던 오늘 나의 고단함이 너무 그리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르게 흐르기만 할까요.
저녁 준비를 하지 말고, 자기 앞에 앉아 블록을 쌓는 모습을 지켜보라는 21개월 아기.
오늘은 앞치마를 푸르고. 저녁 준비를 멈추고, 아기 앞에 앉습니다.
그래, 이 블록은 어디로 쌓을까.
그래, 저녁 좀 늦게 먹으면 어때서.
마주 앉아 블록 놀이를 마음껏 하고,
그리고 배가 고파지면 같이 밥을 먹자.
오늘만큼은 네가 부르는 대로,
네가 내 손을 잡아끄는 대로
함께 오래도록 놀자.
22개월 아기와 함께 책을 읽는 일상.
읽다 보면, 쓰다 보면, 점점 좋아질 것이라 믿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