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저를 닮았기 때문이겠죠. - 마흔에 쓰는 육아일기
2월 셋째 주에 시작했던 어린이집 방학이 끝났고, 친정엄마아빠께 잠시 와달라고 부탁하여 남편과 3박 4일 동안 집중해서 순식간에 해치운 새로운 일이 마무리되었어요.
꾸준히 해보자고 다짐했던 글쓰기와 아침 루틴은 2주가 넘게 방치 상태였고,
지난주 목요일에는 날씨가 좋아서 아기와 놀이터에서 놀다가 정글짐에서 내려오며 발목이 확 꺾이며 겹질려서 인대가 찢어져서 반깁스를 하고 있습니다.
역시 인생은 참 계획대로 되지를 않는구나.
이건 뭐,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죠.
3월, 어린이집에 새로 등원하는 신입생 아가와 엄마들의 적응기간이라 어린이집에는 아트가 모르는 엄마와 아기들이 있는데요. 낯선 사람과 환경에 예민한 아트는 다시 어린이집 앞에서 울기를 여러 번, 지난주에는 새로 적응하듯이 저와 함께 들어가 30여분을 같이 놀다 몰래 빠져나왔습니다.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낯선 환경에 예민할까요?
하고 선생님께 여쭤보다가 문득 '그럴 수 있지, 아기마다 기질이 다를 수 있지, 괜찮다', 하고 속으로 스스로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어쩌면 그건 제 기질과 닮아 있거든요.
저는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는 데에 오래 걸립니다. 심지어 짧은 여행을 가서도 그 새로운 나라와 도시에 적응하는 데에 하루 이상이 걸려요. 괜히 낯설고 두려운 마음이 들어 어색해하거든요.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에도 저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에요. 활달한 성격 같지만 내 마음까지 편해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쓰이니까. 어디서든 조용히 편안하게 있는 남편과는 다르거든요. 아이의 그 예민한 부분을 저를 닮았는지 모릅니다.
그럴 수 있죠. 괜찮아요.
아이가 매번 새로운 환경과 사람에 낯설어할 때마다 그 낯섦이 옅어지고 짧아지며 성장할 때까지 내가 옆에 있어줄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어린이집 문 앞에서 으앙 하고 우는 아기.
닫힌 문 뒤로 울음이 그치기를 서서 기다려봅니다.
30분 후. 카톡 알람이 울렸어요.
아기 눈은 빨간데 입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의 사진 두 장.
'좀 울었지만 금방 그쳤어요' 선생님의 메시지입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엄마인 저는 마음 편하게 일을 하고, 아트는 잘 자라고 있어요.
오늘도 늦지 않게 하원을 하고, 아침에 무너뜨린 블록으로 다시 커다란 주차장을 만들어주고, 저녁을 해 먹어야지.
오늘 하루도 무탈하고 고요하게 잘 보내야겠어요.
23개월 아기와 함께 책을 읽는 일상.
읽다 보면, 쓰다 보면, 점점 좋아질 것이라 믿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