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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인선 Moon In Sun Mar 12. 2024

"주말 정신없어, 얼른 월요일 왔으면 좋겠다."

엄마의 혼잣말 - 마흔에 쓰는 육아일기


지난 2월, 시어머님 은퇴여행으로 떠났던 푸꾸옥 해변에서 남편과 22개월 아기






“나는 너희들 학교 가고, 네 아빠 일 나가는 평일이 제일 좋아. 

주말 정신없어, 얼른 월요일 왔으면 좋겠다.”


중고등학교 때에 엄마가 종종 주방에서 하시던 말씀이에요. 

주로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를 하시며 했던 것 같아요. 동그란 뒷모습에서 엄마의 불만이 자주 새어 나왔거든요. 옆에서 슬쩍 설거지를 도우면 나아지려나 눈치를 보는 날도, 못 들은 척 TV에 열중하거나, 슬쩍 방에 들어가는 날도 있던 것 같아요. 엄마의 혼잣말이 문득 떠오르며, 엄마는 그때 바로 이 마음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날입니다.


오늘은 토요일. 아기는 잠에서 깨어나면 엄마도 아빠도 둘 다 있는 행복한 날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엄마와 단둘이 고요한 공기를 메우는 것보다 아빠의 움직임이 있으면 좋은가 봐요. 주말 아침, 아기는 일어나면서부터 기분이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저는 달라요.

주말에 아기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거든요. 남편이 있으면 육아의 노동이 절반으로 줄어드느냐, 그렇지 않거든요. 아이는 자기 왼쪽에는 ‘아빠 앉아~’, 오른쪽에는 ‘엄마 앉아~’를 외치며 단풍잎 같은 조막만 한 손으로 의자를 두드리거든요. 늦은 아침 식사, 아기는 밥은 제가 먹여주기를 원하고 물은 아빠에게 달라고 합니다. 설거지를 하는 엄마의 허벅지에 매달려 ‘엄마~`를 외치는 것도 여전합니다. 아빠랑 잠깐 놀고 있어, 엄마 이것만 정리하고. 말해도 잠시예요. 다시 달려들거든요.


주말은 그래서 아이를 보살피며, 살림은 할 수 없는 그런 날이에요. 제 혼자만의 짧은 시간이 사라지는 날이죠. 책을 볼 수도, 강의를 들을 수도, 노트북을 펼칠 수도 없는 그런 날입니다. 


부아가 괜히 치밀어요. 

주말마저도 엄마에게 달려드는 아기를 왜 남편은 능숙하게 돌보지 못하는가. 

평일 내내 회사 일과 장거리의 출퇴근에 고된 남편도 나름으로 아이와 놀아주려 애쓰는 것을 알면서도, 왜 좀 더 ‘센스 있게’. 가장 어려운 이 말. ‘센스 있게’ 살림도 아이도 보살피지 못하는가, 화살이 겨눠집니다.


저녁 여섯 시 반. 남편은 그 화살을 피해 아기를 데리고 버스를 타러 나갔어요. 요즘 자동차와 탈 것에 관심이 많은 22개월 아기는 도로에서 ‘뻐쯔 뻐쯔(버스)’를 외치는데, 오늘은 함께 버스를 타기로 했거든요. 처음으로 버스를 타는 날, 괜한 노파심에 세 식구 함께 가볼까 했는데, 남편이 둘이 다녀와보겠다고 하네요.


곧장, 메시지가 울립니다. 작은 꼬마와 남편이 나란히 버스 좌석에 앉아있는 사진과 함께 

‘거의 아홉 시쯤 집에 들어가니까 자유시간 잘 사용해요.’ 

마음 씀씀이가 간장 종지 만한 저와 달리 마음이 참 넓은 남자와 살고 있습니다. 식세기를 돌리며 세탁기를 돌리며 ‘아휴, 주말이라고 더 편하지가 않아.’라고 퉁퉁거린 스스로가 멋쩍어집니다.


두 시간 반의 자유시간이 생겼습니다. 보고 싶지만 매번 밀려서 회차가 쌓인 넷플릭스 시리즈를 켜볼까, 건조기에서 꺼낸 속옷을 접을까, 작은 방 짐 정리를 할까, 와인을 한 잔 마실까. 보너스처럼 툭 떨어진 긴 자유시간 앞에서 마음이 왔다 갔다 합니다. 


와인은 되었고, 차나 한잔 마시자. 뜨거운 물에 캐모마일 티백을 넣어 노트북을 펼칩니다. 오늘 나는 이런 하루를 보내었다고 적어봅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글, 누군가 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적어 봅니다. 


집에 돌아온 아가가 ‘뻐쯔’를 탔다며 신이 나서 발을 동동 거리겠지요. 

고마운 남편에게 남은 주말은 좀 더 다정하게 말해야겠어요. 

잘할 수 있겠죠.









23개월 아기와 함께 책을 읽는 일상.

읽다 보면, 쓰다 보면, 점점 좋아질 것이라 믿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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