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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디 Apr 20. 2024

커피도 맑고 선명한 차와 같다

근처 핸드드립 카페를 찾아가보면 어떨까요?

법정스님 글 '다선일미' 발췌했습니다.


근래에 와서 차(茶)라고 하면 곧 커피를 연상할 만큼 우리네 기호도 양코배기들 쪽으로 근대화해 버렸다.

그러나 여기서는 우리네 고유의 엽차(葉茶) 혹은 녹차(綠茶)를 가리킨다.

선승(禪僧)들 사이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이 차를 항시 마시고 있어 별로 자랑거리가 될 것도 없지만,

최근 일반이 차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기특한 일이다.


먼저 밝혀 둘 것은 차 마시는 일이 결코 사치나 귀족 취미에서가 아니고 생활의 일부라는 것이다.

사람이 일반 동물과 다른 것 가운데 하나는 음식을 먹는 일이 빈 밥주머니를 채우기 위해서만이 아니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미각을 통해 정신적으로 기쁨을 느끼고 위로를 삼으려는 취향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육신의 건강에는 분명히 해로운 줄 알면서도 끊임없이 담배를 피우고 술을 즐겨

마시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일 것이다.


차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생활 가운데서 만약 이런 기호품이 없었다면

예측할 수 없도록 우리들의 안뜰은 삭막하고 어두워졌을 것이다.


술은 사람을 들뜨게 하고 취하게 하는데, 차는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정신을 맑게 한다.

차의 성질 자체가 맑고 향기로운 것이므로 비 오거나 흐린 날에는 제맛이 나지 않을뿐더러 그 분위기가 적합하지 않다.

차는 고도로 승화된 미의식(美意識)의 세계다. 그러므로 먼저 그 분위기와 조건이 가려져야 한다.

흔히 다도(茶道)의 정신으로 화경청적(和敬淸寂)을 들고 있다.


화평하고 예절 있고 맑고 고요한 분위기여야 한다는 것.

따라서 차맛을 진짜로 알게 되면 『화경청적』의 덕이 곧 그 사람의 인품으로까지 배이게 될 것이다.



법정스님의 '다선일미'라는 이 글을 매우 좋아합니다.

'차'라는 단어 대신 '커피'라고 옮겨 적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지금도 합니다.


정성, 정교, 차분히 내린 핸드드립 커피가 주는 개성과

정성스럽게 내린 차가 가지고 있는 맑고 향기로운 개성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맑고 향기로운 계열의 커피도 분명 존재하고

그러한 커피를 제가 좋아하니까요.


처음부터 맑고 향기로운 커피가 취향이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와인 같은 더치커피를 알게 되고

맑고 투명한 블루마운틴 핸드드립을 마시고 난 뒤

커피가 좋아서 혼자서 맛있는 커피를 찾아 이리저리 카페를 찾아다녔습니다.

인테리어, 공간보다는 커피 그 자체가 맛있는 카페들을 찾아다녔습니다.


혼자 다니다 보니 커피 한잔 그 자체에 신경을 쓰며 마시게 됩니다.


처음에는 맛 구분도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결국 내 입맛에 좋다고 느끼는, 자주 가는 카페의 커피 맛에 입이 길들여졌던 것 같습니다.

미각이 어느 정도 커피맛에 길들여진 이후에야 맛 구분이 되기 시작하고 호불호가 생겼습니다.


새로운 장소에 가면 에스프레소 계열의 커피보다는 핸드드립 커피집을 찾아다닙니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커피와는 결이 다른 맑은 선명함이 핸드드립에 있으니까요.


여러분도 가끔은 핸드드립 카페를 찾아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근처에 있는 카페부터 찾아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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