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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하라 May 14. 2022

짐승의 마음으로

매일매일 길을 잃는다.



 요즈음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자영업자가 된지 3년,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그동안 누군가는 취업을 하고 퇴사를 하고 또는 창업을 한다. 저마다 각자의 길을 가는데 나 혼자 어슬렁대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작가로 살기는 이제 1년차다. 막 시작해서 파릇하다 못해 잘 안보이는 작은 내 새싹. 나는 무엇으로 자랄까 벌써부터 궁금하다. 잘 자란 작가가 나무라면 사과 나무일지 배 나무일지 바나나 나무일지. (죄다 과일 나무로구나) 기왕이면 귀여운 과실이 열리는 나무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공상을 하다보면 문득 길을 잃은 것 같다. 먼 미래를 상상하다보면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희미하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한 편으로는 어디에도 가지 않은 것만 같다. 이렇게 길을 잃은 짐승 마냥 헤맬 때면 그림을 그린다.


아날로그로 그리는게 아직은 더 좋다


 손에 잡히는 대로 무작정 연습하고 무작정 그려낸다. 손 끝에는 선명하게 그려지는 연필이나 붓을 쥔다. 종이와 가죽 위로는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좋아하는 작품을 떠올리며 그야말로 아무렇게나 그린다. 마치 길은 모르지만 자신만만하게 무작정 직진하는 여행가 같이.


어디로 가니?


 목적지 따위는 정해지지 않았다. 정해졌다고 해서 거기까지 딱 도착해 멈출 여정이 없으니, 작가의 길이란 정말로 자유롭다. 어쩌면 그렇기에 평생 길을 잃은 채 그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저 여정을 길 삼아 어슬렁대는 여행자.


 작가를 왜 여행자에게 비유하는지 이제 잘 알겠다.


 어차피 걷는다면 즐겁게 걷자. 다리가 아프고 까마득한 풍경에 압도되는 때도 있겠지만, 두 다리는 그 여정을 길로 만들것이다. 기왕이면 즐겁게. 기왕이면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미 걷기 시작한 창작의 길에는 되돌아가는 길이 없다. 시작하면 다시는 시작하지 않았던 때로 작가들은, 우리들은 돌아가지 못한다. 시작되어서 오늘도 걷는 이 여정이란 피할 수 없는 탄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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