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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eji Jan 31. 2023

서른 중반, PO로 커리어 전환 - 1편

서른 중반의 나이에 PO로 커리어 전환하기

모두가 한 해를 돌아보는 연초에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이제야 정신이 들어 2022년 회고를 합니다.


2022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고민하다 보니 몇 가지 키워드들이 간추려졌습니다.

서른 중반       2세 탄생       커리어 전환       이직

개인적인 삶에서는 2세 탄생이 가장 큰 축복이었고, 커리어적으로는 조금 늦은 듯한 나이지만 PO로 커리어를 완전하게 전환할 수 있는 축복이 있는 한 해였습니다.


저의 2세에 대해 말하려면 정말 한없이 말하게 될 것 같으니, 오늘은 비개발자 출신으로 서른 중반에 PO로 커리어를 전환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직 한국에서 PM/PO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오늘 글에서는 현재 제 포지션인 PO로 모두 통일하겠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PO라는 포지션이 갑자기 각광을 받게 되면서 PO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죠. 저도 비개발자 출신으로 PO가 될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했었고, 이제 완전히 PO로 커리어 전환을 한 후 커리어 전환 과정 중 했던 고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제 케이스를 기반으로 쓰는 글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표준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비개발자 직군에서 PO로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고 계시거나, PO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건 아닌가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되는 글이면 좋겠습니다.


우선 오늘은 [내가 PO가 되기에 너무 늦은 건 아닐까?]라고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조금 더 자세한 고민을 말씀드리자면 이런 고민이었습니다.


서른 중반에, 하던 일 죽을둥말둥하면서 열심히 전문성 쌓아도 모자랄 4년 차에…
완전히 새로운 커리어로 전환해도 괜찮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 서른 중반에 완전히 다른 직군에서 PO로 커리어 전환해도 괜찮습니다!


몇 년 안 되는 PO 경력이지만,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경험으로 보자면 여러분은 새로 시작하거나 애써 새로운 스킬을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하지만 끝없는 성장의 길… 그것이 PO의 길…).


다만 지금까지 써왔던 것들을 새로운 분야에 적용할 준비를 하면 됩니다.


혹시라도 내가 새롭게 배워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역량이 PO랑 안 맞을 것 같기 때문에 망설이고 계시다면, 걱정 내려놓으시고 PO의 길에 도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특출 난 스킬보다, 상황에 알맞은 스킬이 필요해요


저는 경영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내부 프로젝트를 통해 PO 역할을 처음 경험하면서,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지금 시작하기 너무 늦은 것 아닐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너무 막막했기 때문이었어요. PO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고, 그렇다고 알려줄 만한 사람이 회사 내에 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답답한 날들이었어요.


하지만 막상 PO를 시작하고 나니 제가 경영 컨설턴트로서 쌓아가던 모든 스킬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하기에는 반복되는 일들이)가 정말 많았습니다.


저는 경영 컨설턴트로서 크게 세 가지 분야 (조직문화, HR, 전략기획)에 집중했었는데, 각 분야가 지금 PO로 일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조직문화컨설팅의 기반에는 조직의 Mission, Vision, 그리고 Core Value가 있습니다. 저도 기업의 Mission, Vision, 그리고 Core Value를 세우는 워크숍에 강사로서 많이 다녔습니다. 이때 배운 Mission과 Vision에 대한 철학과 원칙들이 지금 프로덕트의 Mission과 Vision 그리고 로드맵을 세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프로덕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결정하는데 크리티컬 한 부분들이죠. 이 부분은 나중에 한 번 별도의 글로 정리해 봐도 좋을 것 같네요.


> HR 분야에서는 아무래도 소프트 스킬들, 특히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연마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 더 값지게 느껴집니다. PO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기본입니다. 여러 사람과 소통할 일이 많은데, 특히 설득이나 협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상이라고 하면 대단한 딜을 성사시켜야 할 것만 같지만, 그것보다 feature의 중요성이나 우선순위 조정을 설득할 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드는 것도 결국 협상의 한 분야이죠. HR 분야 컨설팅을 하면서 1-on-1이나 그룹 커뮤니케이션을 여러 번 경험한 덕분에 지금 PO 자리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비교적 어렵지 않게 느껴집니다.


> 전략기획 분야에서는 여러 프레임워크들을 사용해 보았던 것이 마켓이나 유저를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컨설턴트 때는 프레임워크를 머릿속에 달달 외우고 다녔기 때문에, 지금도 프레임워크를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돌리는 속도는 자신이 있습니다. 프로덕트 전략을 세우고, 어느 관점에서 프로덕트 기반의 성장을 이루어 가야 할지 고민이 될 때 머릿속의 그림들이 아주 유용하게 쓰이곤 합니다.


물론 이런 스킬들로만 PO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PO는 간단하게는 1-pager 작성이나 유저스토리 작성과 같은 기획적인 일부터 시작해서, 프로덕트 전체의 방향성과 성과를 책임지는 일까지, 해야 할 일도 그리고 다루어야 하는 분야도 방대하기 때문에, 어떤 특출 난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스킬이든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덕트의 구조를 파악하는 역량

목표를 달성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는 UX를 기획하는 역량

qualitative data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역량

quantitative data를 분석하는 역량

data를 수집하기 위해 프로덕트 내의 이벤트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역량 등


무수히 많은 역량들이 PO를 설명하지만,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PO는 아직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겁드리려고 나열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언젠가는 습득해야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지금 여러분의 포지션에서 갈고닦은 스킬이 분명 PO로서 여러분을 탁월하게 만드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게 제가 서른 중반에도 PO로 커리어 전환을 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물론 프로덕트 세계에서 사용하는 많은 프레임워크들이 있고, 모두 배우기에는 양도 방대하고,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관점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걸 배울 노력 없이 PO로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고 계시지는 않을 테니, ‘지금 나는 늦은 거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시는 분이시라면 절대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이미 대단한 사람이에요!



사실 서른 중반의 나이가 많은 나이는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어떤 커리어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아내와 아이가 갖고 싶어 하거나,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다 해주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현실적으로 돈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사회에서 실력과 전문성은 금전적인 가치가 매겨지기 때문에
저에게 4년의 시간을 뒤로 되돌리는 것은 아주 큰 도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내가 지지해 준 덕분에,
그리고 좋은 기회들을 주신 분들 덕분에 성공적으로 PO로 커리어 전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본문에는 빠진 한 가지인 것 같네요.

여러분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가 분명 여러분을 도와줄 겁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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