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버텼더니 다시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나는 첫 직장을 꽤 오래 다녔다. 5년 정도. 회사가 가지고 있는 미션과 비전에 공감하여서 합류했고, 밤낮없이 일하고, 당시 장거리 연애 중이던 아내와의 꿀 같은 주말 데이트는 스터디카페에서 할 정도로 일과 나의 성장에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고객사로 컨설팅을 나가면 매번 고객사 직원들이 어떻게 그렇게 일하냐고 물어봤다. 그럴 때면 나는 성장하고 있어서, 일이 재밌어서 괜찮다고 답했었다. 실제로도 그랬었다.
하지만 그렇게 5년을 다니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졌다. 약도 먹기 시작했고 상담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퇴사를 결심했다. 이직할 곳이 정해지지도 않았지만 퇴사했다.
그렇게 퇴사를 결정했을 때 그리고 퇴사하는 날까지, 아니 퇴사 후에 새로운 직장을 찾는 모든 과정 가운데 나와 그 회사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게 ‘그곳에서 그렇게 오래 그리고 잘 버텼으니 어딜 가서도 잘할 거야’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주변인들의 기대보다 조금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거기서 그만큼 버텼으면 다른 곳은 가뿐히 버텼어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포기가 쉬워졌다. 포기에 대한 생각도 더 쉬워졌다.
매일 일하기 싫었고, 다시 그 굴레로 들어가는 것이 싫었다. 평가받고 싶지 않았고, 잘해야만 하는 압박이 싫었다. 작은 자극에도 내 몸과 심리상태가 요동쳤고 머릿속에서는 지금 당장 때려치우라고 소리쳤다.
첫 직장에서 너무 많이 소진되었고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여기까지 오는데도 몇 개월이라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보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의 주기는 짧고, 빈도도 높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찾아가고 있을 뿐이다.
웃긴 건 이 상태로로도 곧 있으면 일을 시작한 지 8년 차를 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일을 한 기간만큼 그리고 리더의 자리를 지난 시간만큼 나에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도 꽤 많아졌다.
하지만 섣불리 ‘잘 버티면’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조언을 해줄 수가 없다.
혹시라도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버티고 버티다가 소진되고 나면, 그다음에 일할 힘이 너무 부족해서 제대로 역량을 펼치지 못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오랜만에 글을 썼습니다.
그 이유는 글 자체에서 표현한 대로 뭔가 힘이 나지 않아서 의욕이나 의지력이 많이 부족해졌었기 때문입니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제가 멘탈이 많이 약한가 봅니다.
마지막 글과 이번 글 사이에 저는 이직을 했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네요.
이 또한 나중에 누군가가 혹시라도 저에게 조언을 구하는 일이 생긴다면 잘 정리해서 덤덤히 이야기해 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