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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둥오리 Jun 16. 2018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혼행러에 대한 오해와 진실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 혼행러에 대한 오해와 진실


"나 다음주에 제주도 다녀올라고!"

"누구랑?"

"혼자!"



라고 말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99% 아래와 같다.


"아 진짜? 왜?"

"안 심심하겠어?"

"와 멋있다~ 부럽다~"

(정말 간간히) "팔자 좋다"


(색다른 1%의 대답을 찾습니다)



혼행러의 시대가 왔다지만 정말 혼자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이유를 물어본다. "왜?"라고.


마치 금기시된 무언가를 하는 것처럼, 실연이라도 당한 것처럼, 무슨 일이 있어서 떠나는 것처럼 "왜?"라는 말로 무언가 하면 안되는 것을 한 것처럼 만들어버린다.


우리가 만약 가족들과, 남자친구와 혹은 친구와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왜?" 라고 묻지는 않는다. 하지만 왜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만 "왜?"라는 이유를 묻는 것일까?




여행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누군가와 함께 떠나던 패키지 여행에서 자유여행, 배낭여행, 혼행으로 인원수는 협소해지고, 뻔한 곳은 찾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여행은 뭔가 거대하고, 돈도 많이 들고, 여유가 있어야만 떠난다는 구시대적 발상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힐링을 위해, 누군가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는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이렇게 여행의 의미가 다양해지고 일상에 밀접해지는 상황에서 혼행러에게 묻는 "왜?"는 굉장히 구시대적 발상에 갖혀있는 질문인 것이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7가지의 경우의 수를 정독하고 다시는 혼자 여행가는 이들에게 "왜?"라는 이유를 물어보지 말자.


(또 다른 신박한 이유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우리가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유 7
1. 혼자가 편해서
 - 누군가와 함께 했을 때 의견을 묻고 서로의 취향을 맞춰가며 여행을 해야한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하면 오직 내가 좋아하는 곳,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

2.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 주변이 다들 바쁘고, 여행이라면 손사레 치는 사람들만 있다면 당연히 함께 떠날 수 없다. 여행 갈 누군가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3. 지인과의 여행 스타일이 맞지 않아서
 - 주변의 지인과 여행을 다녀와 봤지만, 여행 스타일이 맞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조용한 카페를 가고 싶은데, 여행 메이트는 시끄러운 클럽에 가고 싶어 한다면 함께 떠날 이유가 있겠는가? 서로를 위해서라도 따로 가는 것이 좋다.

4. 갑자기 떠나고 싶어서
 - 여행이라는 게 항상 계획된 것만은 아니다. 멀리 떠나는 것만도 여행이 아니다. 그냥 내가 나가고 싶을 때, 떠나고 싶을 때 혼자 떠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5.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고, 어지러운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을 땐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6. 묵언수행을 하고 싶어서
 - 회사, 학교, 학원 등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한 의사소통. 말을 많이하느라 지친 사람에겐 묵언수행이 가끔은 필요하다.

7. 그냥
 - 꼭 이유가 필요한가? 아무 이유 없다. 그냥 혼행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머리 속에는 아직도 "혼행은 뭔가  밥 먹을때랑 사진 찍을 때 불편할 것 같아!" 라고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혼자 흑돼지 집에 가서 고기 구워먹을 수 있을 정도로 밥 먹는 것은 전혀 불편하지 않다. 노키즈존인 식당과 카페는 간간히 볼 수 있지만, 노혼행러존은 없으니 혼행러들에게 제약을 주는 장소는 정해져있지 않다.

제주도에서 혼자 먹은 음식들


그렇다면 사진 찍는 것은 어떨까? 당연 누군가가 찍어 준다면 더욱 편하고, 더 예쁜 인생샷을 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서툴어도 내가 잡은 구도로 내가 원하는 풍경에서 나만의 사진을 담을 수 있다. 대신 나의 사진을 도와 줄 '삼각대' 하나 정도는 구비해두자. (이마트에 가면 22,900원짜리 튼튼하고 좋은 삼각대를 판다)


3박 4일 동안 나를 담아 준 삼각대

위의 사진들은 모두 삼각대를 설치해서 혼자 찍은 사진이다. 혼행러에게 인증샷 정도는 하나도 어렵지 않크든요~


혼행러에 대한 오해와 진실. 나의 2번째 3박4일 제주 혼행을 통해 겪은 생각들을 적어 보았다. 아직 해외를 혼자 다녀온 적은 없지만, 조만간 해외도 다녀와봐야겠다. 이제는 또다시 혼자 떠난다고 했을 때, 이유를 묻지 말고, 평소처럼 잘 다녀 오라는 말을 해줬으면 한다 :)


혼자 떠나는 여행을 즐기는 혼행러들이여, 이유 없이 더 당당하게 떠나보자!


글과 사진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불펌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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