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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둥오리 Jun 26. 2017

필름여행기 [1] :: 필름카메라만 들고 떠난 당진여행

PENTAX ME와 코닥컬러네거티브의 만남


필름카메라로 보는 당진

차분히 더위를 맞이하는 6월.


새로 구입한 필름카메라를 들고 당진으로 떠났다.

국내여행을 워낙 많이다녔지만,

이번 여행은 필름카메라를 들고 떠나는

첫 여행이라 어떤 사진이 나올지 더욱 기대되었다.


나의 첫 필름카메라인 Pentax me.

나의 이름과 me를 붙여 meri라고 이름을 붙여줬다.






멀고도 가까운 당진


서울에서 당진까지는 2시간 30분 남짓한 거리.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가능 한 거리다.

다음날 비가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약간(?) 걱정이 되었지만, 비오는 날도 그 나름의 느낌이 있으니..!


당진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삽교호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삽교호를 낮과 밤 둘다

보고싶었기때문에 숙소 역시 삽교호로 잡았다.

그렇게 20~30분을 더 달려 삽교천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출발한지 3시간 만에.






삽교의 매력에 빠지다


'삽교'라는 곳은 매우 소박하고 소소한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모든 곳을 누비며 걸어다녀도

1시간 내외면 다 볼 수 있는 그곳.

삽교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삽교호 산책길에 나서자마자 눈에 띈 꽃.

빨갛게 핀 꽃 덕분에 기분도 좋아졌다.


햇살을 맞으며 자기의 가장 예쁜 색을 낸 꽃을 보면,

정말 여름이 왔다는게 실감이 난다.






바다같은 호수, 삽교호의 매력


삽교호 주위를 돌다 문득 이런생각이들었다.

여긴 바다인가...?

(이름만 보면 호수인것 같은데...)



배 여러척이 두둥실 떠있고,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저 멀리 서해대교까지 보이는 이곳이 호수라고?

누가 봐도 이곳은 바다같았다.

아니, 바다라고 오해할 만 했다.


게다가 이곳은 자연호수가 아닌 인공호수라고한다.

'인공'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왠지 모르게

인위적이고 불편한 느낌이 나는데,

이곳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함을 주기까지 했다.





삽교호를 한 눈에, 함상공원


삽교호를 따라 걷고 걷다보면,

오게 될 수 밖에 없는 이곳. 함상공원이다.


함상공원은 삽교호 놀이동산부터,

삽교호의 전경까지 그리고 삽교호수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저 멀리 삽교호 놀이동산을 찍으려고 한 순간

날아가는 갈매기 한마리가 함께 포착됐다.

갈매기도 이곳을 바다라 착각하고 오는 것일까.



이 곳이 제 집인냥 가로등에 앉아있는 갈매기들.

사진을 찍기 전에도, 찍고 나서도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은 저 갈매기들에게 관심의 대상조차 아니었다.




노을이 지는, 파도소리가 들리는 삽교호.


해가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시간.

해는 역광이었고, 사진을 찍고 난 후에도

호수를 몇 분 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았다.



쏴- 하는 파도소리가 들리는 호수.

이곳 삽교호밖에 없지 않을까.


필름카메라의 매력은 소소한 빛에 따라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필터를 입힌것처럼

표현된다는 것이다.


어쩔땐 초록빛을 어쩔땐 푸른빛을, 붉은빛을.

사진을 현상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그 빛들의 조합을 필름 속에 숨기고 있다가

나오는게 참 매력적이다.



밤이 되어서야

진정한 빛을 바라는 삽교호 관람차.


삽교호 놀이동산의 트레이드마크 삽교아이.


세계 각 국을 여행하며 수많은 관람차를 보았다.

한국의 월미도 관람차, 곡성아이.

런던아이, 오사카의 덴포잔관람차, 헵파이브관람차,

오키나와의 아메리칸빌리지 관람차까지.


외국에서 보는 관람차는 확실히 다르지만,

한국의 관람차 중 야경이 멋진 관람차는

당진 삽교아이라고 하고싶다.



사실 나는 고소공포증때문에

관람차를 타는게 너무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관람차를 벌벌 떨면서 탄다.

심장이 내려앉고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하늘 위에서 보는 풍경은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포기하기 힘들다.


이번에도 삽교호의 야경을 보자는

일념으로 관람차에 탑승하게 되었다.

하늘 위에서 보는 삽교호의 전경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잘 보이지가 않았고, 사진 찍는것조차 무서웠다.


하지만, 역시 필름카메라는 기대를 져버리지않는다.

내가 눈에 보던 깜깜하기만했던 그 풍경을

오색빛을 담은 항공샷으로 바꿔주었다.


항상 관람차에 타는 순간 후회를한다.

왜탔지.

하지만 항상 내릴땐 후회하지않는다.

잘탔다.






한 번 발 들이면 나올 수 없는 시장의 인심.


여행을 다니면서

그 지역의 시장은 거의 가보는 편이다.

시장 인심이 좋을때도 있고,

쏠쏠히 구경할 것도 많고, 정겨운 냄새도 난다.


이번에도 역시, 수산시장을 가게되었다.

(사실, 삽교호의 90%는 횟집이라 할 수 있다)


여행 1일차의 마무리는 회에 술 한 잔.

여행을 알차게 마무리 할 수 있게 해주는 시장인심.


삽교호 여행을 간다면, 횟집이나 식당보다

수산시장에 들러 인심도 한 웅큼 챙겨오길 바란다.






필름으로 담은 아미미술관


의도하지 않은 계획이

어쩌면 더 좋은곳으로 데려다준다


원래는 아미미술관에 올 계획이 없었다.

당진향교를 갈 예정이었다.


당진향교를 가는 버스를 묻기위해

당진버스터미널 앞 여행자를 위한

인포센터를 찾아갔다.


그곳에 계시던 문화해설사님은

"젊은이들이 아미미술관을 안가고 향교를 왜가?"

라고 하셨다. (이런 젊은이는 처음이라며 놀라셨다)


향교는 아직도 사람이 직접 살고있는 곳이라

갔다가 허탕을 치고 나올 수도 있고,

그렇게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문화해설사님은 그렇게 두 청춘들을 위한

아미미술관 관장님께 보내는 쪽지를 남겨주셨고,

그 쪽지를 들고 아미미술관으로

가는것을 추천해주셨다.



사람이 많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나의 예상보다 더 사람이 많았다.


단지 이곳이 예쁘고 사진찍기 좋아서

사람이 몰릴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던 폐교를

사람들이 직접 찾아오게 만든 그 노력.

쓸모없던 공간을 예술적 공간으로 탈바꿈 한 노력.

그 노력에 대한 댓가를 받는 것 처럼 보였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제대로

찍기도 힘든 복도.


복도 천장 위 걸려있는 작품들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받고 진가를 발휘한다.



아미미술관의 야외 정원 또한 푸르렀다.

이곳이 아주 오래 전, 아이들이 뛰놀던 곳인가.


비가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더 푸르고, 꽃은 더 선명했다.




여행 마무리 여유 한 잔


항상 여행을 마무리 할 땐, 아쉬움이 먼저 든다.

더 가봤으면 하는 곳, 해봤으면 하는 것,

더 즐겼으면 했던 것들이 속속들이 생각난다.


다녀온 여행지를 한 번 더 방문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아쉬움이 남는게 아닐까?


며칠 전 다녀온 교토여행에서도 가지못한 곳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다음에 또 올 이유가 생겼으니.


한 번 가본 여행지를 다시 간다는것.

더 잘 알기에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것이 더욱 많아진다는것.

이것이 다시 여행을 해야하는 이유다.



당진여행.

아직 못가본 곳이 많아서 더 궁금한 곳이다.

여행의 마무리로 여유를 한 잔 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상으로 돌아왔다고해서

허무하거나 슬프지않다.

여행은 또 떠나면 되니까.




        필름카메라로 본 당진 여행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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