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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m Mar 29. 2019

Maria Sosanowska  

ACCA, Melbourne, 2013

2013년 9월의 글, 2019년 3월에 수정.


MARIA SOSANOWSKA:REGIONAL MODERNITIES


호주현대미술센터 (ACCA) 는 미술관 자체의 컬렉션이 부재하고 모든 전시를 커미션을 통해 선보인다. ‘지역적 현대성’ (Regional Modernity)은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풀란드관에 설치미술을 선보인 이후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 모니카 소스놉스카의 남반구 첫 개인전이었다. 소스놉스카가 나고 자란 80년대의 폴란드는 사회주의국가였고, 그는 본인이 경험한 사회주의적 풍경들을 재현하는 작품활동을 한다. 


처음 마주친 작품은 바닥부터 높은 천장까지 길게 늘어진 Façade (2013)였다. 60년대 폴란드 건물의 파사드에서 떼 온 철제 창틀을 구겨 검게 칠한 것이었다. 같은 해 미국 아스펜 갤러리에서 바우하우스 디자인 학교의 파사드를 구성했던 창틀로 같은 맥락의 작품을 전시했다고 한다. 모더니즘 시대 이후, 건축의 혁명적 전환 중 하나였던 유리 벽(glass curtain walls)을 가능케 했던 것은 바로 이 철제 창틀이었다. 강철콘크리트의 도입으로 인간은 벽과 기둥으로 이루어진 고전적 건축공간에서 벗어났고, 현대적 공간을 감싼 강철 창틀은 희망과 진보의 상징이었다. 소사놉스카는 Façade를 통해 그 '희망과 진보'에게 교수형을 내린 것 이었을까. 키 큰 창틀이 (혹은 그것의 시체가) 흰색 벽과 어우러져 유독 공허했다. 


상점가의 샵프론트를 병풍처럼 접어놓은 작품 Screen (2013)은 Façade와 마찬가지로 대량생산 시대의 산물이자 아이덴티티가 옅은 사회주의 건물들을 나타낸다. 아코디언처럼 접힌 각도는 네모난 시티 블록들 사이의 흐름을 상징한다고 한다.  


다른 두 작품은 인간 스케일의 조형물이었다. Corridor (2013)는 양 끝이 열려 있는 25센티미터 간격의 복도공간을 조성했다. 관람자는 양쪽 끝에서부터 좁은 공간을 들여다보게 된다. 크림색 배경에 허리께 까지 칠해진 옥색 페인트, 흰 문짝들, 탁한 유리창들은 서민아파트나 초등학교 같은 곳에서 흔히 보여지는 그 모든 벽들을 상징한다. 또 다른 작품 Wall (2013)은 노출콘크리트로 만든 들쭉날쭉한 벽 내부에 상기한 것과 같은 크림색과 옥색 페인트를 칠했다. 소스놉스카가 어릴적 생활했던 규격화된 방 사이즈와 거의 같은 크기라고 한다. 르코르뷔제의 영향을 받은 50년대 영국의 브루털리스트 건축가들은 날 것의 솔직함과 진실성을 강조하여 건물의 외벽을 칠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구 사회주의 국가들에 남은 얼룩덜룩한 노출콘크리트 건물들은 때로 실패한 유토피아와 개인의 말살을 브루털하게 보여주는 도구로 사용된다. passage로서의 본 용도를 상실한 복도, 기댈 곳 없는 방은 ‘규격화’와 ‘비 개인주의’를 표방한 사회주의 시대의 메타포였다.


소스놉스카는 그가 기억하는 모더니티를 미술관 안으로 끌어왔다. 작가의 유년에 대한 감상이자 유토피아에 대한 비판이었던 이 전시에서 작품의 배치에는 여백이 강조되었다. 일상적인 맥락에서 분리되어 커다랗고 빈 공간에 놓인 건축 요소들은 낯선 관찰 대상이 되었다. 향수와 트라우마를 동시에 녹여낸 작품들은 유토피아니즘의 정당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좌측부터 전시관 입구, Façade, Façade close-up.

좌측부터 Wall, Corridor, Sc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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