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는 곳의 아이들

엄마의 부재를 연습하는 시간

by 미지의 세계

엄마가 되고 나서 깊이 다가오는 말들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문장도 그중 하나다. 아이가 자랄 때는 수많은 사람들의 애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고 이해한다.

실제로 그렇다. 어린이집 선생님, 동네 어르신들, 아이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여러 사람들의 손길이 조금씩 스치며 아이는 큰다. 엄마나 아빠 혼자서는 다 주지 못할 사랑을 여러 형태로 받는다. '독박 육아'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지만 그렇다고 정말 오롯이 엄마 혼자서만 키우는 아이는 많지 않을 거라고 자주 생각한다. 물론 그래서도 안 될 것이고.


사실 독박 육아라는 말은 어감이 좋지 않아 잘 안 쓴다. 대신 '독점 육아'를 한다고 말한다. 직접 만든 말은 아니고 어디선가 봤는데 뜻이 좋아 그대로 흡수했다. 아이들의 사랑과 투정을 전부 독점한다. 방학이어서, 남편이 부재중이어서... 다양한 이유로 혼자 아이들을 안고 버둥거리고 있자면 세상을 꽉 채우는 듯한 사랑과, 어쩔 수 없는 고달픔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들 독점을 혼자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엄마와 있지 않는 시간에 아이들은 아빠를 비롯한 여러 어른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주 양육자 입장에선 참 홀가분한 시간이다.

그런데 문제는 육아를 독점할 권리를 전부 양도하고 나서도, 마음이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있다. 아이를 돌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내주는 사진과 영상을 기다리고 꼭 소식을 묻는다. 내가 없는 곳의 아이들 모습을 전부 알아야겠다는 듯이 구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아이를 보지 않을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주요 원칙 중 하나는 당시의 아이들 보호자에게 조언하거나 잔소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주 양육자의 입장에선 그게 잘 안된다. 아마도 '엄마만이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돌볼 거'라는 일종의 자만심 때문인 것 같다.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다. 요즘 어린이집에서는 키즈 노트라고, 아이들의 일과를 사진과 글로 안내한다. 사진이 포함되므로 선생님들은 일과 시간에 아이들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우리는 예전부터 선생님께 이런 부탁을 했었다.

'사진 안 찍어주셔도 되고, 키즈노트 글도 매일 안 써주셔도 됩니다. 이틀에 한 번, 3일에 한 번 쓰셔도 괜찮아요. 사진을 찍고 노트를 적느라 선생님이 쉬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키즈노트를 작성하면서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아이들 낮잠 시간에도 잘 쉬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우연히 어떤 어린이집 산책길에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줄 세워 놓고 한 명씩 사진 찍느라 바쁜 모습을 본 것도 영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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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프리랜서 방송인, 현직 남매 엄마이자 과학해설사.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해요. 매일 검열하고 싸우면서 문장을 써요. 그래도 결국은 따뜻하고 재미있는 글쓰기를 소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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