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린 기분이 싫어서 펀치를 날린 여자 이야기

분위기미인: 장미 이야기

by 이지원입니다

◎ 훔쳐보는 법

분위기미인의 분위기는 겉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녀의 내면에서 흘러나옵니다. 이 여자의 일기장을 훔쳐본다는 마음으로 읽으세요.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보다, 그전에 무엇을 느꼈는지를 따라가세요. 그 생각의 결이 분위기의 뿌리입니다.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분위기가 당신 안에 스며듭니다.




구린 기분이 싫어서 펀치를 날린 여자 이야기


화장품을 만드는 일이 여자의 적성이라고 할 순 없었지만 이곳의 조직문화와는 맞았다. 주인의식을 강조하면서 의무와 애정만 요구하는 여타 회사와 달리 '내 제품을 내가' 만들고 살리고 띄우면 확실한 보상이 있었다. 직급은 존재했지만 일선에서 물러나 입으로만 부리는 중간관리자 역할은 없었다. 시장에서 실패한 제품이라도 연구원 판단에 따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결정권도 주어졌다. 제품 라인에 따라 자유롭게 팀을 꾸릴 수도 있었는데, 한 계절 동안 해당 제품의 흥망성쇠를 함께 느끼는 것도, 여자에게는 즐거운 작업이었다. 월급 받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이 정도 주도권을 누리기란 쉽지 않다는 걸, 여자는 잘 알았고 잘 활용했다.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일과를 보내고는 정확한 시간에 "내일 뵙겠습니다." 하며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그러고는 남편이 있는 집을 향해서 열심히 달렸다. 엘리베이터를, 로비를, 지하철을, 계단을. 종일 앉아만 있다가 혈액순환이 되어서인지, 일을 끝냈다는 홀가분함 때문인지, 안락과 휴식을 향한 기대효과 덕분인지는 몰라도 발을 굴릴 때마다 여자의 얼굴 위로 반짝이는 진주 펄이 와르르 쏟아지는 것 같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지원입니다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2012년 (주)지태주 창업 - 2015년 읽으면 살 빠지는 이상한 책 출간 - 2016년 지태주 어플 출시 - 2021 여자가 봐도 예쁜 여자들 출간 -2022 분위기상점 개업

3,20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2화나쁜 여자가 섹시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