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하는 척하며 대자연 즐기기 @ 온센핫풀온천
2020년 1월 18일_여행 셋째 날
뉴질랜드에서 온천이라니, 조금도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북섬 로토루아는 화산지역이라 유황온천이 유명하고, 타우랑가의 소금 온천, 타우포나 코로만델의 온천도 인기가 많다고 했다. 달달구리 허니문에 잘 어울리는 것 같은 온천체험!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컸다.
우리의 첫 목적지인 남섬 퀸스타운. 이곳에 로맨틱한 온천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꿀 정보를 입수했다. 2주간의 여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온천, 괜찮겠는데? 두근대는 마음으로 출국 전 미리 인터넷 예약을 해 두었다. 해가 뜨는 낮에는 드넓게 펼쳐진 대자연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고, 깜깜한 밤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하늘에서 춤을 춘다니! 온종일 몸을 담그고 싶다는 생각에 발을 동동 굴렀지만, 목욕탕 간 게 언제였나 생각해보니 바로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하마터면 온천물에 지우개 가루가 둥둥둥. 큰일 날 뻔했네! 따뜻하게 몸과 마음을 달래주고 맛있게 점심 먹을 생각으로 12시 30분 예약 완료!
<온센 핫풀 온천>은 이미 퀸스타운의 명소였다. 사전 조사 결과 많은 사람의 인증샷이 쏟아졌는데, 역시나 두 눈으로 봐야 실감 날 것 같았다. 구글 맵으로 주소를 입력한 후 우리의 새 친구 캠핑카를 타고 신나게 달렸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간판을 못 보고 지나치긴 했지만 늦지 않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이 어려울 정도로 핫한 곳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북적일 거라 기대했지만, 의외로 한적한 리셉션 풍경에 어리둥절했다. 심지어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왔는데 오자마자 바로 온천 룸으로 안내받았다. 어머, 바로 가는 거야? 셀렌다 설레!
온천 프로그램은 옵션에 따라 다양했다. 온천만 할 수도 있고 마사지나 스낵을 추가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온천만 한 시간 진행하기로 하고 서비스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온천욕 하며 아이스크림이라니! 어디 상상이나 해봤던 조합인가! 한국에서 온 아이스크림 킬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게 나다.) 온천 룸에 발을 디딘 순간, 확실히 사진으로는 가늠할 수 없었던 압도적인 전망을 맞이할 수 있었다. 입이 찢어질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우와, 장난 아니다! 뉴질랜드 너무 좋아! 최고!
맑은 하늘, 따뜻한 햇볕, 푸릇푸릇한 능선과 신비로운 물 색깔은 우리의 마음을 금세 사로잡았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이곳을 찾는지 알 것 같았다. 온천 시설이 평범해도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절대 평범할 수 없었다. 산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바람이 얼굴을 간질였고, 새의 노래가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군! 2주 여행 중 가장 허니문 스러운 순간이었다. 풍경이 익숙해질 때쯤 퇴실 10분 전 알람이 울렸고 우린 기분 좋게 온천을 마무리했다.
돌이켜보면 별거 없었다. 물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온천이었고, 물이 엄청 깨끗하진 않았고, 서비스로 아이스크림을 득템 했다는 정도? 하지만 그렇게 몸과 마음에 쉼을 주며 아름다운 대자연을 두 팔에 가득 안을 수 있다는 건 한 번쯤 해볼 만한 경험이었다. 게다가 내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한 여행의 이유였다. 자, 이제 슬슬 몸을 풀었으니 본격적으로 배 채우러 떠나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