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밴과의 첫 만남
2020년 1월 18일_여행 세 번째 날
우리의 멋들어진 허니문 첫 숙소와 작별할 시간이 다가왔다. 오래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그만큼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언덕 위에 있음에도 비싼 숙박비는 뷰 맛집인 까닭일 터. 나도 나중에 예쁜 풍경을 일상 삼아 지낼 수 있는 공간을 가질 테다! 손에 잡히지 않는 달콤한 꿈만 자꾸 커진다.
일찍 체크아웃을 마친 후 잠시 짐을 맡기고 길을 나섰다. 우리의 첫 붕붕이, 캠퍼밴을 렌트하러 가기 위해서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린 캠핑 여행인가! 구불구불 언덕을 내려와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어제 한 번 걸었던 길이라고 벌써 낯설지가 않았다. 이렇게 금세 동네에 정이 들어버리다니, 정말 매력적인 허니문이야!
버스가 자주 오지 않는 길목이었지만 운 좋게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렌터카 회사가 공항과 가까운 곳에 있어서 어제 도착했던 퀸스타운 공항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었다. 뉴질랜드 버스를 타다니! 이번 여행에 버스는 없을 것 같았는데! 버스를 타니 지난 6개월간의 배낭여행이 생각났다. 무거운 가방 메고 낑낑대며 여러 도시를 오갔는데,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우리는 완전히 호강하는구나! 감회가 새로웠다.
공항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니 우리의 목적지 캠퍼밴 렌터카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건 ‘마이티’ 캠퍼밴. 후기 사진이 별로 없어서 걱정했는데 마음에 드는 조건의 캠핑카가 있었다. 직원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우리의 첫 붕붕이를 요리조리 살펴보며 인사를 나누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녀석이었다. 갓 태어난 자동차는 아니었지만 나이가 많은 만큼 노련하게 우리와 함께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뉴질랜드에서 운전하려고 둘 다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았다. 운전할 일이 없어 언제나 초보운전자인 나지만, 옆에 짝꿍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고 뉴질랜드 드라이빙을 즐기리라! 난 의지의 두 눈을 반짝였고 그의 표정도 나 못지않게 설레 보였다. 워킹홀리데이를 왔던 6년 전부터 캠핑카 여행의 꿈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소원을 이루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생각에 더욱 어깨가 으쓱, 입가가 씰룩거렸다. 운전석도 반대, 주행 도로도 반대라 어색하지만 우리의 보금자리가 되어 줄 캠핑카야! 6박 7일 동안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