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원 Mar 27. 2020

좁게. 다르게. 자신있게.

한 사람에게 가 닿을 좁고 깊고 다른 컨셉에 대하여

다양한 영역의 브랜드 기획 일을 하고 있지만, 유독 화장품 프로젝트 의뢰가 많습니다. 코스맥스, 콜마 등 화장품의 원료 기획부터 생산까지 총괄하는 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파트너사가 화장품 업계의 키를 쥐게 되면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같은 큰 규모의 기업이 아니어도 누구나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된 이유일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2015년 6,477개였던 화장품 브랜드 수가 2019년에 이르러 17,260개로 3배수가 되었습니다. (식약처 등록 기준) 하루에도 수십개의 브랜드가 인스타그램을 장식합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백화점이라고 불리는  올리브영 등의 H&B (Health & Beauty) 스토어에 입성하려면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어느정도 회자되고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올리브영은 더이상 판매 채널이 아닌 오프라인 광고 채널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춘추 전국의 시대. 혹시 여러분도 새로운 화장품 브랜드를 계획하고 있으신가요?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원료 하나 있으면 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바로 다음 날이면 그 원료는 다른 수많은 경쟁자들이 카피할 원료가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객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요? 


좁게. 다르게.  자신있게.  


한때 어떤 유명 광고회사의 CD (Creative Director)가 광고 PT 현장에서 광고주들에게 보여줬다던 전설같은 퍼포먼스가 떠오릅니다. 여러 개의 공을  광고주에게 던집니다. 광고주들은 하나도 받지 못합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하던 광고주들에게 그  CD가 말했다고 하죠. 여러 개의 공을 여러분이 잡지 못하듯, 여러 개의 메시지를 소비자들도 받지 못합니다.  여러 개의 공이 아니라 하나의 공을 던져야 한다고 말하죠. 


화장품 브랜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컨셉으로 안티에이징, 진정, 수분, 미백 기능을 다 늘어놓고 크림, 에센스, 클렌저, UV크림까지 준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무.도. 그 브랜드에는 관심조차 주기 힘들 것입니다. 세상은 나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듯 1분 이상 어떤 새로운 제품이나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되기 힘든 시절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이에게 다 필요한 컨셉이 아닌, 내 주변의 그 한 사람을 만족시킬수 있는 좁고 다른 컨셉입니다. 


여드름에 올인한 Z세대 스킨케어, ZITSTICKA 


최근 유독 버즈도 많고 눈에 띄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여드름에 올인한 스킨케어 브랜드, ZitSticka입니다. 여드름을 의미하는 ‘zit’과 ‘스티커’라는 의미의 브랜드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하나의 가치에 올인합니다. 바로 ‘여드름’이죠. 그것도 여드름 났을 때 딱 붙이면 되는 스티커가 그들의 스타 제품입니다. 클라이언트들과 카테고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크네, 즉 여드름 케어는 시장성이 떨어진다, 여드름은 10대들이나 나는 것이기 때문에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그도 맞는 말입니다. 전통적인 룰에 따르자면 말이죠. 하지만 ZitSticka는 여드름 패치 제품을 재미없고 따가운 약품처럼 다루는 것이 아닌, 그들의 타겟인 Z세대에 맞게 힙하고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뽁뽁이를 누를 때의 쾌감처럼 여드름 케어를 유쾌하게 바라보는 브랜드 ZitSticka


굳이 여드름이라고 해서 여드름 피부용 토너, 크림, 클렌저를 만든다는 강박관념이 아닌, 여드름이 났을 때 딱 그 부위에만 패치를 붙여 얼굴을 건조하게 하지 않고 문제만 깔끔하게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브랜드, ZitSticka. 이들은 여드름 완화 패치 뿐 아니라 Z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와 커뮤니케이션으로 그들을 보듬습니다. 여드름을 유발시키는 아이스크림, 기름진 과자. 덜 먹는 게 좋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한창 먹을 것 좋아할 Z세대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ZitSticka는 말합니다. 

괜찮다고. 하고싶은 것 다 하라고. 우리가 있다고 ("We Got You.") 말이죠.   

여드름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ZitSticka의 'WE GOT YOU." 캠페인


한 때의 젊음이 아닌 여성의 생애 피부주기에 집중한 브랜드, KNOURS 


화장품 브랜드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죠. 젊어지게 해주겠다. 혹은 주름을 펴주겠다. 나아가 피부 본연의 힘을 길러주겠다. 이러한 ‘anti-aging’의 메시지들이 너무도 흔해진 지금. 여성을 ‘아름다워야 한다’는 외부적 시선에서 바라보지 않고 여성의 내면을 건강하게 바라보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에서 시작된 knours, 놀스라는 브랜드입니다. 

여성의 호르몬 주기에 집중한 스킨케어 브랜드 KNOURS 


놀스는 "Know your skin period" 라고 말합니다. 생물학적 혹은 연대기적 노화를 케어하기에 앞서, 놀스는 여성의 몸과 호르몬의 특성에 따라 섬세하게 피부를 케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 여성들이 생리주기 때 피부 트러블을 겪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해 특별히 케어를 해주는 브랜드도 없습니다. 놀스는 생리 주기(Menstrual Cycle)에 따라 피부의 변화를 민감하게 캐치해 주기에 맞는 수분 함량과 케어 솔루션을 제안합니다. 나아가 임신 시기(Maternal Cycle)의 피부를 케어하는 방법과 스킨케어 제품 추천, 그리고 완경기 (Menopausal Cycle)에 접어들어 특별히 케어해야 할 피부 컨디션을 잘 알고 제품을 추천합니다. 과학적인 근거와 클린 성분과 함께 말이죠.


연령이 아닌 여성의 호르몬 변화라는 내면에 집중한 브랜드 KNOURS 


20대 여드름 브랜드도, 40대 얼리 안티에이징도, 60대 주름개선 고기능 스킨케어도 아닌 모든 여성들을 포용하는 브랜드 놀스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생리, 임신 (이건  누구나는 아니겠군요), 완경 등 내면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피부의 변화를 세심하게 감지하고 이를 케어해주는 색다른 브랜드입니다. 그래서인지 knours라는 이름의 의미는 ‘know + our skin’도 되겠지만 ‘know + hours (시간)’, 즉 여성에게만 흐르는 시간을 섬세하게 케어하는 브랜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놀스의 커뮤니케이션은 여성들의 건강한 연대의식과 상호 지지를 근간에 둡니다. 외부의 시선에 따른 케어가 아닌, 여성의 몸을 스스로 잘 알고 케어할 수 있도록 돕는 놀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시대의 당연한 과정일지 모르겠습니다. 


젊고 늙음의 대결 구도가 아닌 건강한 여성의 연대 의식을 지지하는 브랜드 KNOURS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게 되겠어?” 라구요. 그래서 혹자는 브랜드를 ‘종교’ 라고도 하죠. 있다고 믿으면 정말 존재하고, 없다고 생각하면 없는 것. 중요한 것은 ZitSticka든 Knours든 “좁고, 다른” 그 컨셉이 마음에 와 닿고 사고싶어진다는 것입니다. 타겟이 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성인이어도 누구나 겪는 여드름, 그리고 누구나 겪는 호르몬 변화이기 때문에 나 한 사람에게 의미있는 그 이야기는 모두에게 공감받는 이야기가 됩니다. 만약 knours가 그저 EWG 등급을 받은 클린 뷰티다 라고만 커뮤니케이션했다면 ‘클린 뷰티’ 카테고리에 편승하는 그저 그런 브랜드가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비자와의 연결 고리에서 ‘호르몬’, ‘내면의 변화가 일으키는 피부 컨디션’이라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에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발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제 60대도 모두 엄지족, 즉 스마트폰 구매가 일상이 되어가고, 우리는 모두 1분도 한 컨텐츠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의 마이크로 모먼트 쇼핑족 (micro-moment shopping)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화장품 춘추전국의 시대에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뾰족한 뷰티 브랜드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시장 파이(market size)가 얼마나 커?”를 묻기 전에, “벤치마킹 성공 사례가 뭐야?”를 묻기 전에. 우리가 가 닿을 그 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에게 어떤 구체적이고 뾰족한 효익(benefit)을 줄 것인지를 좁고, 깊고, 다르게 고민하는 것이 첫번째 일일 것입니다.   


좁게. 

다르게. 

자신있게. 


좁게 보면 깊어지고, 깊어지면 달라집니다. 달라지면 자신감이 생기죠. 

당신의 브랜드도 그런 브랜드였으면 좋겠습니다. 


Brand Inspirer, 김혜원 

Founder of brand consultancy, not a but b 

hyewonaloof@gmail.com  


작가의 이전글 브랜드 애즈 어 휴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