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안에 있으면 밖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인터브랜드 시절 크나큰 기업들에 감놔라 배놔라 하며 잘난척 하다가 현대카드에 입사해서 일을 하다보니, 막상 컨설팅사가 내놓은 보고서와 결론이 하늘에 둥둥 떠있는 구름처럼 손에 잡힐듯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뜬구름이라고 하는거군요) 그만큼 조직 안은 내부의 여러 이슈들로 정신없이 돌아가기 때문에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것이 컨설팅의 존재 이유겠다. 외부적 시선의 필요.
하지만 동시에 컨설턴트가 외부적 시선으로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그것 또한 반쪽짜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난다 긴다하는 감각자들은 넘쳐난다. 나 또한 그 균형의 시선을 잃을 때가 많다. “이런 것도 보세요, 저런 것도 보세요”라고 앞서나가는 세상을 들이밀기에 앞서, 그 기업과 브랜드만이 가진 저력과 문화, 강점에 스며들지 못하면 ’소위 요즘 트렌드‘만 던져주고 마는 꼴이 될 수 밖에 없다. (MBTI가 INFP인 건 일로 학습된 성격일까요, 성격이 이래서 이 일이 잘 맞는걸까요)
브랜드가 미처 보지 못하고 있는, 혹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강점과 철학에 ’지금의 흐름’을 포개어주는 것. 그래서 그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손과 마음에 다시 자신의 브랜드를 사랑할 수 있는 기운을 되돌려주는 일. 비로소 그 새로워진 기운을 소비자가 느끼고 브랜드에 다시 매혹당하는 일. 말만큼 쉬운일이 아님을 알고, 그것이 상당 부분 희망고문일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결국 그것이 내가, 낫에이벗비가 해야 할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