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만드는 모두를 위한 새로운 점자책 Dot-Book 프로젝트
우리의 첫 프로젝트는 시각장애를 겪는 아이들에 초점을 맞추어 시작되었다. 고등학생이라는 전투적이고도 치열한 환경 속에서도 팀원들이 모이면 삭막하고 외로운 경쟁은 없이 17세의 생기와 의지가 넘쳐흘렀다. 점자책의 실태조사 이후 팀원들은 모두 한마음이 되어 새로운 점자책의 패러다임 제시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점자책,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일반적으로 점자책은 시각장애인에게 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래야만 한다. 지금까지의 시중에 나와있는 점자책들은 온전히 시각 장애를 겪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나온 제품들이다.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언어를 점자로 변환하게 되면 점자의 특성상 분량은 방대하게 늘어나버린다. 또한 점자의 규격은 이미 정해져 있으며, 수요량이 낮은데 제작과정은 복잡하다. 이러한 특성들로 인해 점자책을 발행하려는 용기 있는 작자는 그리 많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도서와 비교해 보았을 때 점자책으로 번역된 책들의 수는 새발의 피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사회적 교육의 불평등을 만들어냈고, 얼마 되지 않는 점자 도서들의 지식을 익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정보란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미래사회의 주역이 될 아이들을 위한 점자동화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온몸으로 지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아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단순한 점자만이 나열되어있는 방대한 분량의 점자책 한 권이다. 점자는 있으나 그림은 없다. 그림이 있다면 가격은 배로 뛰기 시작한다.
이번 브런치의 중심 내용과 별개로 여담을 적기 위해 박스 안에 글을 적는다.
닷-북의 코어 장치라고 말할 수 있는 [doter]는 닷-북을 오디오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액세서리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디바이스라고 한다면 점자를 모르는 시각 장애인은 오디오북으로 활용하고, 시각 장애인이 혼자서 점자를 학습할 수 있도록 가이드할 수 있는 놈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게 된 녀석이 바로 [doter]이다. 별도로 탈착 해서 사용이 가능한 스피커 형태이나, 사용자의 점자를 읽는 속도에 따라 소리를 출력해낼 수 있는 멋진 능력을 개발 중에 있다. 투박하지만 시각 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혼자서 점자를 학습하고, 오디오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작하게 됐다. 이 doter은 한 번만 구입하고 동화책의 내용만 별도로 구입해서 장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기에 가격 면에서도 매우 저렴해진다. doter를 만들 때 드는 비용이 $20, dot-book의 내용을 만들 때 드는 비용이 $7 정도이니 비용을 확실하게 절감하고 완전히 새로운 책을 만든다는 포부도 이루게 됐다.
시각장애 아이들을 위한 점자 동화책의 실태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첫째. 그림이 없는 점자의 나열. (아이들이 읽다 잠에 빠지지는 않을까)
둘째. 터무늬 없이 높은 가격 (장애를 가진 것이 돈을 가졌다는 것과 같은 뜻인 줄 아는 모양이다)
셋째.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하는 투박한 외관 (어린아이들에게는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 교육의 시작이다.)
넷째. 실수로 음식물을 쏟으면 즉시 폐기 처분해야 하는 현실 (가격으로도, 이런 점으로도 굉장히 부담을 준다)
다섯 재. 세척과 소독의 어려움(손으로 읽는 것이므로 더욱이 세척이 중요할 것이다)
여섯째.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점자책(~만을 위한 책이라고 하니 괜히 역차별하는 기분이다)
이 여섯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주력을 다했고 이미 했던 활동이기에 미리 예고를 하자면 준브레일의 부원들은 모든 문제점을 해결한 '닷-북'을 개발했고, 대한민국을 넘어 미국, 호주, 홍콩, 독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대만, 칠레 등 약 10개국에서 국제지식권을 인정받았다. 시중의 점자 책과는 완전히 다르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관찰이 필요했고, 책의 제작 과정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Dot-Book 모두를 위한 점자책의 탄생
우선 문제도 많고 고칠 점도 많은 아동들을 위한 점자책을 위해서 우리는 기존의 점자책이라는 것을 아예 잊어야 했다. 완전히 새로운, 모든 것이 다른, 그래서 점자책의 정의를 다시 세울 수 있을만한 탄탄한 기초공사를 마친 점자책을 선보이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점자 동화책 실태로 꼽은 6가지는 우리에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닷북의 유별나고도 새로운 특징들을 소개하겠다.
첫째. 점자책? 비장애인과 함께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점자책에 한글을 함께 입력하였다. 준브레일은 수많은 시각 장애를 겪는 아동들을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역차별 문제였다.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책을 넘어 수많은 제품들을 보면서 역차별하는 기분이 들었다. 점자책은 시각장애인들만 읽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점자책을 만들었다. 사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 범위는 굉장히 모호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비장애인이라고 해도 언제든 장애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장애를 겪는 아동이 있는 집에는 장애를 겪지 않는 아동도 함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점자책 한 권을 구입하고 일반 동화책 한 권을 또 구입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돈이 두배로 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해소하기 위해 점자를 입력하고, 한글 (혹은 영어)을 준브레일만의 스티킹 기법을 통해 입력했다.
둘째. 점자책의 가격, 7천 원이면 끝이다. 기존의 점자책은 투박하기 짝이 없었는데, 기본 2만 원은 훌쩍 뛰어넘으며 입체 그림이 있거나 촉각 도서는 6만 원을 뛰어넘는다. 이 가격이면 애플 셔플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인데,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해주다 등골이 장난 아니게 휠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책의 단가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제작 과정을 하나로 줄였다. 책의 점자를 누르고, 종이를 묶고, 검열하는 등 모든 과정을 준브레일이 개발한 닷-머신(FFF 3D 프린터)이 하나부터 열까지 가능하다. 또한, 준브레일의 닷-북은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바탕으로 개발하기 때문에 단가 자체가 굉장히 낮고 기능도 다양하다.
셋째. 점자책에 물이 닿거나 음식물이 닿을 때는, 책의 기능을 잃게 된다. 하지만, 준브레일의 닷-북은 음식물이 닿아도 혹은 젖어도 문제없다. 점자책은 손으로 책을 읽는다. 그만큼, 종이가 구겨지거나 손상이 간다면 치명적이다. 비장애인이 읽는 책은 물이 닿아도 어느 정도는 말려서 읽을 수 있지만, 점자책은 점자가 손상이 가기 때문에 책의 기능을 잃는다. 하지만, 준브레일은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로 점자책을 개발하고 있다. 준브레일이 직접 개발한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는 사탕수수와 옥수수로 개발한 소재로써 일종의 플라스틱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 자체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물과 음식물에 오염돼도, 한번 세척해주고 털어주면 끝이다. 어느 정도의 뜨거운 열과 차가운 온도에도 문제없으며 플렉시블하고 종이만큼 얇게 출력이 가능하다.
넷째. 점자와 그림이 강한 압력에 약하다. 준브레일은 이 부분 또한 플라스틱 소재를 이용하면서 강한 압력에도 강하게 만들었다. 또한, 그림 자체를 플라스틱 페이퍼를 출력할 때 함께 출력하는 방식이기에 훨씬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준브레일은 종이에 입체 그림을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일체형으로 출력하기 때문에 더 강하다.
닷-북을 만들 때 사용되는 닷-머신에 대해서도 별도로 다시 브런치 포스팅을 할 계획이지만, 간단하게 이야기를 해보겠다. 닷-북을 개발할 때 제작 과정을 줄이기 위해 생각해냈던 것이 바로 3D Printing technology.
이 기술을 활용하게 된다면 플라스틱을 녹여 원하는 형태로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으며 종이부터 점자, 입체 그림까지 일체형으로 출력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그 이후에 문제점들은, 제작 과정을 생각해보고 다시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그렇게 시각 장애 아이들을 위한 점자 책을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 생각을 하고 구입을 알아보니 생각보다 더 고가로 자리 잡혀 있었기에 18살 나이에 이렇게 비싼 녀석을 구입할 수 없었다.
닷북을 사업 아이템으로 구상하고 투자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누가 아이디어만 있는 사업 아이템만으로 투자를 해주겠는가. 그것도 많은 이윤이 창출되지 않는 disabled를 위한 아이템을 만들겠다고 하니 쉽게 백 단위 억 단위를 투자받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3D printing technology의 매력에 빠져 쉽게 나올 수가 없었다. 지금 내 지갑에 있는 돈은 0원인데 어떻게 하면 구입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3 D###er, 3##ll 회사에 우리의 아이디어와 비전을 상세하게 소개하고는 제품 후원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쉽게 후원해주지 않았다. 다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장 ‘만’ 왔을 뿐 그 어떤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아 아쉬운 마음만 있었다.
어떻게 하면 싼 가격에 3D 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직접 3D 프린터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웹사이트 RepRap을 찾게 됐다. 하지만, 오픈소스로 제작 자료가 공유돼있다고 한들 전형적인 문과생인 우리는 제작하기 힘들었다. RepRap의 대표 오픈소스 prusa i3를 공부해봐도 도통 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3D Printing 외 방법이 없었고 유일한 수단 책인 prusa i3를 바탕으로 dot-book machine을 만들기로 했다.
Reprap.org의 prusa i3를 바탕으로 제작하고 있는 과정.
정말 쉽지 않았다. 약 8주간 고된 노동력이 필요했고 오랜만에 머리를 굴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격을 조금 더 낮추고 안정적인 무게를 위해 아크릴을 바탕으로 body structure를 만드는 바람에 몇 번 아크릴이 부서지기도 했다. 아크릴만 부서졌으면 다행이었겠지만, 파워 서플라이도 태워먹고 아두이노와 LCD 모니터도 shock을 일으키게 했다. 어릴 적 Lego를 조립하던 것을 생각하며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일까 상당히 어려웠고 복잡했다. x축, y축, z 축, e 축이 동시에 움직여서 1mm씩 출력해내는 세밀한 놈이다 보니 꽤나 애를 먹었지만, 결론적으로 완성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작동하는 프린터를 보고 있으니 감동에 벅차 팀원들과 박수를 치고 환호하던 것이 생각난다. (이경렬 선생님께서 주신 돈으로 치킨 파티를 열었다!) 이제 dotbook machine; DGHS i3 도 만들었겠다, modeling 한 dotbook을 출력하기만 한다면 끝나는 프로젝트가 된 것이다. 물론, 플라스틱 재질은 사탕수수와 옥수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저렴하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고, 덕분에 이 놈으로 dot-book의 1세대를 출력하면서 환경 호르몬 문제도 해결하게 되었다. 우리의 필라멘트는 수원에 위치한 필라멘트 공정 공장 대표님께 연락해 공장을 잠깐 빌려 제작했다.
닷-북의 종이 한 장, 닷-페이퍼의 모습
물에 젖지 않고, 종이만큼 얇고, 어느 정도 flexible 한 놈을 만들게 된 것이다. 드디어 뭔가 프로젝트에 한 층 더 가까이 간 것 같아서 기뻐하고 있을 때 이 녀석으로 운 좋게도 대한민국 교육부와 직업능력개발원으로부터 entrepreneurship award를 수상하였다. 처음 이 상을 수상할 때, entrepreneurship (기업가정신)이라는 타이틀의 의미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신경제 용어로써 멋진 의미를 갖고 있어서 감사히 생각했고 뿌듯했다. 이번 1세대는 교육부의 적극적인 지지를 통해 IKR 국제지식등록권을 쉽게 받게 되었다. 대한민국, 중국, 호주, 칠레,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홍콩, 미국 등 총 10개국에 지식권을 얻게 되었고 텀블벅과 손을 잡고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되고 끝났을 시기인데 고등학생이라는 무지막지한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 다음에 다시 posting 할 때는 제품 원리와 이론 등의 연구 내용을 상세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준브레일 링크: www.junbraille.com
준브레일 문의: contact@junbraille.com
작성자: 준브레일 창조융합팀 마케팅 담당 최경서